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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거물들 “AI 천천히” 한 목소리에 韓 AI 수혜주 ‘도미노 하락’
美 빅테크 거물들 “AI 천천히” 한 목소리에 韓 AI 수혜주 ‘도미노 하락’
[사진=AFP/연합뉴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 온 인공지능(AI) 수혜주들에 공통 악재가 등장했다.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AI 기술의 통제 불능 위험을 경고하며 기술 개발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기류가 실제 AI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변압기, 냉각설비 등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올트먼도 “AI 천천히”…HBM부터 전력·냉각까지 韓 수혜주 줄줄이 ‘긴장’

 

12일(현지시간)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AI 모델의 역량 확장 속도를 줄여야 한다”며 프론티어(최첨단) AI 기술 개발의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이후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X(옛 트위터)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다리오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며 동조했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역시 ”그의 말이 맞다“고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또한 ”아모데이의 큰 방향성에 동의한다“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개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에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AI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될수록 인간이 작동 원리와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 고성능 AI가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적 테러 등 범죄에 악용될 경우 사회·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AI 기술의 통제 불능 위험을 경고하며 잇따라 기술 개발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관련 종목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생산 중인 HBM4E(고대역폭메모리 4E) 제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AI 기술의 통제 불능 위험을 경고하며 잇따라 기술 개발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관련 종목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생산 중인 HBM4E(고대역폭메모리 4E) 제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면서 세계 각국의 증시도 덩달아 바빠졌다. AI 개발 속도 조절이 글로벌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AI 가속기와 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력 인프라 등의 수요 역시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HBM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생산능력을 늘려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부터 흔들렸다. 이들 종목은 14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각각 4.05%, 6.35% 하락했다.

 

반도체 관련 장비업체들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수요 전망에 맞춰 생산능력이나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할 경우 후공정·검사장비 발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D램을 수직으로 쌓는 데 필요한 TC본더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11일 주가가 7% 넘게 하락한 데 이어 14일에도 내림세를 보였다. 같은 시간 HBM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디아이(-2.00%)와 HBM4용 웨이퍼 테스터 공급을 추진 중인 유니테스트(-2.84%) 등 관련 장비업체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거래처로 둔 AI 서버용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사 대덕전자(-3.00%)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력 인프라 관련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와 전력기기 사업을 펼치는 HD현대일렉트릭(-1.07%)과 효성중공업(-1.79%), 배전반·차단기 등 전력설비를 공급하는 LS ELECTRIC(-2.54%), 북미 변압기 시장을 공략 중인 산일전기(-0.30%) 등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송·배전망에 필요한 케이블을 공급하는 대한전선(-4.07%)과 가온전선(-3.35%) 등 주요 전선업체도 낙폭을 기록 중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 경우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등의 수요 증가세도 함께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시장에서는 AI 투자 축소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변압기, 냉각설비 등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사진=연합뉴스]
▲ 시장에서는 AI 투자 축소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변압기, 냉각설비 등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사진=연합뉴스]

 

냉각설비 관련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전자(-0.65%)를 비롯해 액침냉각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GST(-4.17%), 데이터센터용 냉각시스템 사업을 영위하는 케이엔솔(-3.91%) 등 관련 종목도 하락세를 보였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둔화할 경우 고성능 GPU의 발열을 제어하는 칠러와 냉각수분배장치(CDU), 직접액체냉각(D2C), 액침냉각 등 냉각설비 수요 증가세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속도 조절론은 안전성 논의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며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AI 투자 계획의 불확실성까지 높아진다면 금융 부담과 실적 기대의 약화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AI 인프라 중심의 강세를 지탱한 전제는 고객사의 투자 확대가 계획대로 이어진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며 “장기적인 투자 필요성만으로 단기적인 집행 지연 위험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는 장기 성장산업이지만 현재 관련 기업의 주가에는 빠른 성장세가 선반영 돼 있어 속도 변화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AI 개발 속도가 늦춰져 빅테크의 투자 계획까지 조정될 경우 이미 확대해 놓은 생산능력과 예상했던 수요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AI 속도조절론이 곧바로 산업의 성장 중단이나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의 실제 설비투자 계획과 관련 기업의 수주 변화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AI 개발 속도 조절론’을 꺼내든 배경은?
A. AI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AI가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적 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성 검증과 통제 체계 마련이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Q2.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A.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투자심리에도 경계감이 번지고 있다. AI 개발 속도 조절이 글로벌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AI 가속기와 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역시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BM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생산능력을 늘려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4일 오후 1시 20분 기준 전일 대비 각각 3%, 5% 넘게 하락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Q3. AI 개발 속도 조절론에 영향 받는 반도체 외 종목은?
A. 전력 인프라 관련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1시 20분 기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와 전력기기 사업을 펼치는 HD현대일렉트릭(-1.20%)과 효성중공업(-1.86%), 배전반·차단기 등 전력설비를 공급하는 LS ELECTRIC(-1.96%), 북미 변압기 시장을 공략 중인 산일전기(-0.20%) 등은 모두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어들 경우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등의 수요 증가세도 함께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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