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가까워지면서 강남 대치동, 부산 해운대 등 주요 학원가를 중심으로 ‘불법 고액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판 성적 향상을 노린 과외 수요가 늘자 일부 학원 강사들이 법에서 허용하는 교습 장소가 아닌 스터디카페 등 제3의 장소에서 비싼 과외비를 받고 문제풀이와 취약과목 보완 수업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현행법상 개인과외는 학습자나 교습자의 주거지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해 스터디카페에서 이뤄질 경우 엄연한 불법 행위다.
문 닫힌 독립룸에 디지털 칠판까지…수능 막판 ‘고액 과외 성지’ 된 스터디카페
학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학원가를 중심으로 고3 수험생 2~3명을 모아 스터디카페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수능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어·영어·수학의 취약 영역을 단기간에 보완하려는 이른바 ‘파이널 과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또 지난 2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가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막판 성적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점도 과외 수요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스터디카페 과외가 성행하는 배경에는 편의성과 효율성이 자리하고 있다. 별도의 강의실을 마련하지 않아도 필요한 시간만큼 장소를 빌릴 수 있는데다 강사 입장에서도 학생 2~3명을 한꺼번에 가르친 뒤 곧바로 다음 일정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르데스크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스터디카페를 둘러본 결과,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독립형 스터디룸이 갖춰진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시설은 넓은 책상과 다인용 좌석은 물론 벽면에 디지털 칠판까지 설치돼 있었다.
5년차 학원 강사 A씨는 “9월 모의평가가 끝나면 취약한 영역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수능 직전까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실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려는 과외 수요가 많아진다”며 “비용은 강사의 유명세와 과목, 횟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치동에서는 학생 2명을 기준으로 주 3회, 회당 2시간을 가르칠 경우 1인당 월 80만~1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터디카페는 여러 명을 한꺼번에 가르친 뒤 장소를 옮기지 않고 다음 학생을 바로 받을 수 있어 강사들이 선호하는 편이다”고 부연했다.
지방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에서 수학 개인교습시설을 운영하는 김태현 씨(56·남·가명)는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국어나 영어 등 다른 과목을 스터디카페에서 2~3명씩 모여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특정 과목이나 문제 유형을 단기간에 보완하려는 학생들이 늘어 이런 형태의 과외를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모습이다”고 귀띔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스터디카페 과외가 낯설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대치동에서 만난 재수생 하성민 씨(19·남)는 “요즘 친구들끼리 팀을 꾸려 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9월 모의평가 이후에는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보다 틀린 문제나 약한 단원을 빠르게 보완하기에 과외만한게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에선 ‘어느 선생님이 파이널 과외를 시작한다’, ‘몇 자리 남았다’ 식으로 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며 “부모님들도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수능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격 상관없이 과외를 시켜준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스터디카페나 공간대여시설에서 이뤄지는 과외가 현행법 상 염연히 ‘불법’이라는 점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제2조 3항에선 교습이 가능한 곳을 학습자 또는 교습자의 주거지인 단독·공동주택과 일정 요건을 갖춘 공동주택 주민 공동관리시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개인과외교습자는 인적사항과 과목, 장소, 교습비 등을 관할 교육감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학원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에서 허용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교교과교습학원과 교습소, 개인과외교습자의 교습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강사들은 오후 10시 이후에도 스터디카페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업계 안팎에선 스터디카페 과외의 특성상 위법 교습을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과 장소를 수시로 바꿀 수 있어 신고나 제보가 없으면 교육당국이 현장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터디카페와 공간대여시설 등 기존 학원·교습소와 다른 공간에서 이뤄지는 유상 교습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워 신고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제재하기가 어렵다”며 “수능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고액 단기 과외가 음성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교육당국이 관련 시설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위법한 교습에 대한 안내와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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