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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또 같이?”…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곳곳 학생 간 갈등
“조별과제 또 같이?”…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곳곳 학생 간 갈등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30만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고 조별과제를 수행하는 일이 대학가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캠퍼스 내 유학생 비중이 급증한 것과 달리 학업 수행을 뒷받침할 언어 소통과 제도적 지원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강의실 곳곳에서 마찰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수업 중 소음과 조별과제 부담을 호소하고, 외국인 학생들은 빠른 강의 속도와 낯선 전공 용어, 보이지 않는 교우 관계의 벽에 가로막혀 고립감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26년 4월 기준 30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 2027년 30만명 유치 목표를 1년 앞서 넘어선 수치다. 정부의 양적 목표는 조기에 달성됐지만 대학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는 데 필요한 언어 능력을 갖춘 학생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207곳의 외국인 학위과정 학생 9만4025명 가운데 교육부 권고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4만6913명으로 49.9%에 불과했다. 유학생 2명 중 1명은 대학 학업에 필요한 언어 능력을 공식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채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캠퍼스 현장에서는 늘어난 유학생과 함께 수업 태도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마찰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천대학교 재학생 김희진 씨(25·여)는 “입학했을 때보다 외국인 유학생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원격수업 도중 마이크를 끄지 않고 사적인 대화를 나눠 수업을 방해받았다는 교내 커뮤니티 게시물도 봤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서형주 씨(22·남) 역시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강의가 시작된 뒤 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을 봤다”며 “시험 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교수에게 제지당한 외국인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가천대 재학생 김희우 씨(가명·남)는 “문화가 달라서인지 교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외국인 유학생의 모습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 가천대학교 전경 사진. 가천대학교는 2025년 기준 유학생 수 5206명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 전국 1위를 달성했다. ⓒ르데스크
▲ 가천대학교 전경 사진. 가천대학교는 2025년 기준 유학생 수 5206명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 전국 1위를 달성했다. ⓒ르데스크

  

갈등의 골이 가장 깊은 곳은 조별과제다.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자료 조사나 보고서 작성, 발표 등 실질적인 과제 부담이 한국 학생에게 쏠린다는 지적이다. 중앙대학교 재학생 조영호 씨(26·남·가명)는 “필수 교양 연기 수업에서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유학생과 같은 조가 됐다”며 “과제 지시를 반복해서 설명해야 했고 의견을 받기 어려워 다른 팀원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외국인 학생들은 강의실 안팎에서 겪는 언어 장벽과 소외감을 토로했다. 수업에서는 빠른 한국어 강의와 익숙하지 않은 전공 용어를 따라가기 어렵고, 수업 밖에서는 이미 형성된 한국 학생들의 교우 관계에 자연스럽게 섞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천대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국적의 솔 몬 씨(21·여)는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이미 형성된 모임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며 “대학에서 한국문화 수업을 들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다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수업 밖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한국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는 데도 심리적 거리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유학생들은 일상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도 학문적 전공 용어나 보고서 작성의 벽은 높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대학 강의에서 요구되는 학문적 언어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의 중국인 유학생 쑹 청 씨(25·남)는 “강의를 녹음한 뒤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복습하고, 한국어 논문은 AI를 통해 해결한다”고 밝혔다.

  

대학들도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맞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천대와 건국대는 한국인 재학생과 외국인 신·편입생을 연결해 학사행정과 캠퍼스 적응을 돕는 버디 프로그램과 국제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이다. 건국대 재학생 황윤 씨(23·남·가명)는 “학교에서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참여 학생이 늘어 문화 차이로 서로 겪는 불편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사진.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르데스크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사진.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르데스크

 

중앙대는 동일 전공 선배가 외국인 학생의 수업 이해와 과제 수행을 밀착 지원하는 학업 멘토링을 소프트웨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국어국문, 심리학과 등으로 확대했다. 외국인 학생의 생활 적응뿐 아니라 전공수업과 과제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업 부담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 역시 유학생 관리의 무게중심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로 옮기고 있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인재양성 혁신전략’을 통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개편하고 공인 언어능력 기준을 충족한 유학생 비율을 2028년 50%, 2030년 6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학업 중단율과 언어능력 등 주요 지표가 부실한 대학에는 신규 유학생 모집 제한도 적용한다.

 

다만 전문가들사이에선 외국인 유학생의 언어 능력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는 강의실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같은 강의실에 배치하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실제 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수자의 수업 설계와 대학 차원의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혼합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언어 수준과 문화적 배경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강의 속도와 전문용어 사용, 과제 분담, 조별활동 구성 등을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장치가 부족하면 외국인 학생은 수업에서 소외되고 한국 학생에게는 협업 부담이 가중되면서 양측 모두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다정 서울여자대학교 한국어문화교육학과 교수는 “혼합강의를 운영하는 교수자에게는 수업 설계, 학습자 특성 파악, 평가와 피드백, 정서적 학습환경 조성, 문화 간 소통, 한국어교육 전문성 등 6개 범주의 역량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학문 목적 한국어 지원과 함께 학생 간 상호작용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자가 혼합강의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의 교수 연수와 수업 설계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강의실 내 갈등을 줄이고 진정한 다문화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교육부 집계로 확인된 2026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치와 정부의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 목표 달성 시점은?
A. 2026년 4월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30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3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세운 목표치를 1년 앞서 조기 달성한 수치다.
Q2. 전국 4년제 대학 외국인 학위과정생 중 교육부 권고 언어 기준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과 학업 수행 여건의 실태는?
A. 국회 교육위원회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07개 4년제 대학의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9만4025명 중 권고기준을 충족한 인원은 4만6913명으로 49.9%에 그쳤다.
Q3.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 갈등의 골이 가장 깊은 조별과제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애로사항은?
A.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과제 지시를 반복 설명해야 하고 의견 수렴이 어려워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발표 등 실질적인 과제 부담이 한국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쏠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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