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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나라마다 공장 지을 판” K-기업 덮친 북미 관세전쟁 딜레마
“이러다 나라마다 공장 지을 판” K-기업 덮친 북미 관세전쟁 딜레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 발발로 현지 생산 기지를 갖춘 국내 기업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국의 고관세 조치가 기업의 국적이 아닌 제품의 원산지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간선거, 캐나다 여론의 공분 등의 여파로 양국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생산·수출 경로를 다변화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세탁기, 두산 농기계 등 K-기업 ‘Made In USA’ 제품들 대미 보복관세 영향권

 

경제계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8일 오전 0시 1분(현지시간)부터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대규모 보복관세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2일 미국 정부가 맥주와 와인, 화장품, 배터리, 의류 등 캐나다산 주요 품목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강화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을 띄고 있다. 적용 대상은 700여개 품목이며 관세율은 품목별로 15%·25%·50% 차등 부과된다. 관세 부과 품목은 가전제품과 농업기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으로 단순 선적지가 아닌 원산지 규정에 따라 ‘미국산’으로 인정되는 제품이 대상이다. 한국 기업제품이더라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미국산으로 분류돼 관세 부과 목록에 포함된다.

 

현재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미국산 세탁기에 부과되는 관세 피해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약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을 짓고 세탁기를 생산해 왔다. 이곳에서 단순 완제품 조립뿐 아니라 철강 소재를 가공해 세탁기 캐비닛과 드럼을 제작하고 세탁조 등 주요 부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캐나다 판매법인 공식 홈페이지, 캐나다 유통업체 로나(RONA) 등에 따르면 세탁 용량 5.8세제곱피트(IEC 기준) 규모의 대용량 드럼세탁기 모델(WF50BG8300AVUS)의 원산지(Country of Origin)가 ‘미국(US)’으로 적혀 있다. 5.7세제곱피트 용량의 고효율(HE) 통돌이 세탁기(WA49B5205AW/US) 역시 원산지가 미국으로 표기돼 있다. 

 

▲ 삼성전자가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일부 세탁기가 미국산으로 분류돼 미·캐나다 간 관세 갈등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 위쪽은 삼성전자 캐나다 판매법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용량 드럼세탁기 ‘WF50BG8300AVUS’, 아래쪽은 캐나다 대형 유통업체 로나(RONA)에서 원산지가 미국으로 명시된 동일 모델. [사진=삼성전자 캐나다, RONA]
▲ 삼성전자가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일부 세탁기가 미국산으로 분류돼 미·캐나다 간 관세 갈등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 위쪽은 삼성전자 캐나다 판매법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용량 드럼세탁기 ‘WF50BG8300AVUS’, 아래쪽은 캐나다 대형 유통업체 로나(RONA)에서 원산지가 미국으로 명시된 동일 모델. [사진=삼성전자 캐나다, RONA]

 

캐나다 재무부의 세부 품목표에 따르면 건조 상태 세탁물 용량(dry linen capacity) 기준 10kg 이하 세탁기(8450.11.10·8450.11.90)와 10kg 초과 세탁기(8450.20.00) 등이 모두 25%의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의류건조기도 용량과 관계없이 관련 품목에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간 관세 정책에 대해서 새로 바뀐 규정들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양국 간 통상 환경과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다양한 글로벌 생산·유통망을 활용해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는 다행히 보복관세 피해에서 빗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해당 물량을 캐나다에 직접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판매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생산거점에서 조달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생산되는 세탁기와 건조기는 전량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캐나다 판매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생산거점에서 공급하고 있다”며 “간혹 캐나다에서 원산지가 미국으로 표시된 일부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제3의 유통업자가 미국에서 제품을 별도로 매입한 뒤 캐나다로 재수출한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농업장비 제품을 생산 중인 두산밥캣도 보복관세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신규 대미 보복관세의 주요 대상 분야 가운데 하나로 ‘농업장비(agricultural equipment)’를 추가했다. 세부 품목표에는 잔디밭·공원·운동장 등에 사용되는 동력식 모어(8433.11.00)에 25%, 트랙터 장착용 커터바를 포함한 기타 모어(8433.20.00)와 관련 부품(8433.90.00)에 각각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설·산업용 장비에 사용되는 버킷·삽·그랩류(8431.41.00)와 일부 관련 부품(8431.49.00) 역시 15% 관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 두산밥캣은 미국 위스콘신주 존슨크릭(Johnson Creek)에 북미 주요 생산거점을 두고 제로턴 모어(Zero-Turn Mower) 등 잔디관리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두산밥캣 캐나다 판매법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상업·조경용 승용 잔디깎이 장비 ‘ZT6000 제로턴 모어’. [사진=두산밥캣 캐나다]
▲ 두산밥캣은 미국 위스콘신주 존슨크릭(Johnson Creek)에 북미 주요 생산거점을 두고 제로턴 모어(Zero-Turn Mower) 등 잔디관리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두산밥캣 캐나다 판매법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상업·조경용 승용 잔디깎이 장비 ‘ZT6000 제로턴 모어’. [사진=두산밥캣 캐나다]

 

현재 두산밥캣은 미국 위스콘신주 존슨크릭(Johnson Creek)에 북미 주요 생산거점을 두고 제로턴 모어(Zero-Turn Mower) 등 잔디관리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두산밥캣 캐나다 판매법인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존스크릭 공장에서 생산한 제로턴 모어를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일부 지역에 공급한다고 기재돼 있다. 상업·조경용 승용 잔디깎이 장비인 ‘ZT3000 제로턴 모어(ZT3000 Zero-Turn Mower)’와 ‘ZT6000 제로턴 모어’ 등의 제품도 캐나다 현지 판매 모델로 등록돼 있다. 모두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 대응을 위해 모어 제품은 현재 캐나다 현지 딜러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가면서 상황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캐나다산 한국콜마 제품은 美 관세 부담…美 생산 금호·한국타이어도 ‘재부과’ 긴장

 

반대로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두고 미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도 보복관세 악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례로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국내 기업들이 관세 영향권에 놓였다. 한국콜마가 대표적이다. 한국콜마는 2016년 캐나다 화장품 OEM·ODM 업체인 ‘CSR Cosmetic Solutions’를 인수하며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리(Barrie)에 위치한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이후 ‘콜마 캐나다(Kolmar Canada)’로 사명을 바꾸고 각 고객사의 북미 지역 유통 제품을 공급해왔다.

 

콜마 캐나다에 따르면 배리 공장에서는 립스틱과 립글로스, 파운데이션, 컨실러,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파우더 등 다양한 색조화장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모두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 제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라벨 정보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닥터자르트의 ‘시카페어 타이거 그래스 컬러 코렉팅 트리트먼트’와 ‘프리미엄 뷰티 밤’의 제조사는 콜마 캐나다가 등록돼 있다. 시카페어 타이거 그래스 컬러 코렉팅 트리트먼트는 현재 미국 대형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국내 기업들도 관세 영향권에 놓였다. 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리(Barrie)에 위치한 한국콜마의 현지 생산법인 ‘콜마 캐나다(Kolmar Canada)’. [사진=한국콜마]
▲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국내 기업들도 관세 영향권에 놓였다. 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리(Barrie)에 위치한 한국콜마의 현지 생산법인 ‘콜마 캐나다(Kolmar Canada)’. [사진=한국콜마]

 

또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디오디너리(The Ordinary)의 ‘살리실릭 애시드 2% 솔루션(Salicylic Acid 2% Solution)’ 제품의 제조·분석·포장 시설 가운데 하나로 콜마 캐나다가 등록돼 있다. 해당 제품은 현재 미국 대형 화장품 유통업체 울타뷰티(Ulta Beauty)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한국콜마 관계자는 “미국에도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 공장으로 옮겨 생산할 수 있다”며 “이러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현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주력 제품이 보복관세 대상 품목에는 포함되진 않았지만 향후 포함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해당 관세는 같은 해 9월 철회됐지만 타이어가 실제 보복관세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가 있는 만큼 양국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 관세 대상에 재차 포함되거나 추가 무역조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생산공장에서 제조된 물량 일부를 캐나다 법인을 통해 판매해 온 금호타이어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거점 다변화를 통한 대응 여력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국내 공장이나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캐나다로 공급하는 등 대체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며 “미국 공장 자체의 생산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제품의 품목 수도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국내 일부 기업들도 향후 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다시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국내 일부 기업들도 향후 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다시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한국타이어 역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생산된 일부 물량을 ‘한국타이어 캐나다(Hankook Tire Canada Corp.)’를 통해 캐나다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캐나다에 따르면 SUV·픽업트럭용 사계절 타이어인 ‘다이나프로 AT2(Dynapro AT2 RF11)’ 중 265/70R17 규격 제품의 원산지가 ‘미국(US)’으로 명시돼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캐나다 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최근 국제 정세와 무역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 여파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양국의 대응 수위와 관세 대상 확대 여부를 면밀하게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늘려 온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에서는 오히려 ‘미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분류돼 예상하지 못한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앞으로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관세 대상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생산·수출 경로를 다변화하고 시장별로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사 속 Q&A
Q1. 미국·캐나다 관세전쟁이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A. 양국의 보복관세는 기업의 국적이 아니라 제품의 원산지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두산밥캣 등 한국 기업의 제품이라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산으로 분류되면 추가 관세 대상이 된다. 반대로 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역시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를 지불해야한다.
Q2.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 영향권에 놓인 국내 기업은?
A.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두산밥캣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캐나다에서 판매하고 있는 세탁기 일부는 원산지가 미국으로 표시돼 있으며 두산밥캣도 미국 위스콘신주 존슨크릭 공장에서 제로턴 모어 등 잔디관리 장비를 생산해 캐나다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세탁기와 일부 모어 제품은 모두 캐나다의 대미 추가 관세 대상 품목에 포함돼 있다.
Q3. 미국의 대캐나다 보복관세 영향권에 놓인 기업은?
A. 한국콜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리 공장에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캐나다산 화장품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콜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리(Barrie)에 현지 생산법인인 ‘콜마 캐나다(Kolmar Canada)’를 두고 스킨케어와 헤어·바디케어, 색조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 제품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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