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남부에 위치한 루이지애나주에선 ‘K-기업’ 우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한화 약 8조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본격 착수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의 대표적인 투자유치 성과로 지목되면서 정치적 의미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에선 현직 대통령의 후광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현대제철 또한 지역민들과 함께 적지 않은 정치적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 美 제철소 건립에 8조원 베팅…현지 주민들 “침체된 지역경제 반등 기대” 화색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 도널드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스틸(Hyundai-POSCO Louisiana Steel·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열고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본격화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이 백악관에서 발표한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총 투자금액은 58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 달한다. HPLS는 현대제철이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나머지 지분은 포스코(20%)와 현대·기아차(각 15%)가 나눠서 가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9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해 미국 내 현대차·기아 생산 공장을 비롯해 미국 완성차 업체에도 자동차강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해외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지애나를 첫 해외 제철소 입지로 선택한 배경에는 물류 경쟁력에서 유리한 지리적 입지가 자리하고 있다. 제철소가 들어서는 리버플렉스 메가파크(RiverPlex MegaPark)는 대형 선박 운항이 가능한 미시시피강 심수구간과 인접해 있어 원료와 완제품을 대량으로 운송하기에 유리하다. 전기로 가동에 필요한 철스크랩과 천연가스 조달도 유리해 원료 확보와 생산비 절감 측면에서도 경쟁력 확보가 용이하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통상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 공장 제품과 달리 수입 철강에 부과되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번 현대제철 제철소 건립을 기점으로 현지에선 지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일고 있다. 지난 수년간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남부에선 이례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굴욕을 겪은 탓이다. 최근 미국 남부 지역은 일자리 증가와 저렴한 주거비 등을 이유로 인구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인구는 2020년 4월 약 465만8000명에서 지난해 7월 약 461만8000명으로 약 4만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텍사스 인구는 약 2915만명에서 3171만명으로 약 256만명(8.8%), 플로리다는 약 2154만명에서 2346만명으로 약 192만명(8.9%) 각각 증가했다.
소득과 빈곤 등 지역 주민의 경제·생활 여건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에서도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내 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2024년 루이지애나주의 가구 중위소득은 6만756달러, 1인당 소득은 3만5038달러로 집계됐다. 빈곤율은 18.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빈곤율(12.5%)보다 6.2%p 높은 수준이다. 단기간의 소득 부진을 넘어 빈곤이 장기간 지속된 지역의 비중도 높았다. 루이지애나주 전체 주민의 28.3%가 지난 20년간 빈곤율이 지속적으로 20% 이상을 기록한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시피주(36.0%)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중간선거 앞두고 트럼프 지지율 하락, 최측근 제조업 부흥 성과에 백악관 지원사격 가능성
루이지애나 경제개발청(LED)은 이번 제철소 건설을 통해 약 1300개의 직접 일자리와 4100개의 간접 일자리 등 총 5400개 이상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현지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LED에 따르면 이미 현대제철 프로젝트와 관련해 체결된 계약의 약 70%가 루이지애나 소재 기업과 이뤄졌다. 제철소 건설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지역 주민의 취업 기회로 연결하기 위한 인력양성 투자도 최근 시작됐다. 일례로 루이지애나주의 공립 2년제 전문대학인 리버 패리시스 커뮤니티 칼리지(River Parishes Community College·RPCC)는 지난 2월 도널드슨빌에 현대제철 전용 인력양성 시설인 ‘현대제철 트레이닝센터’를 착공했다.
제철소가 들어서는 도널드슨빌 일대에서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상권·부동산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주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는 현대제철 투자 발표 이후 자신이 중개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직전 8년간의 누적 거래량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최소 7개 건물이 다시 상업용으로 사용될 예정이거나 영업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10년 넘게 비어 있던 건물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한국 음식점 입점을 계획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현지에선 앞으로 ‘현대제철 효과’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확대를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성과를 부각시키는 마중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제프 랜드리(공화당) 루이지애나 주지사의 대표적인 투자유치 성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백악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랜드리 주지사의 성과는 곧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 당시 랜드리 주지사를 공개 지지했다. 랜드리 주지사 역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데 이어 취임 이후에도 이민·에너지 등 주요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는 과정에서 랜드리 주지사를 그린란드 담당 대통령 특사로까지 임명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제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피력하기 위해서라도 루이지애나주 경제 성장에 더욱 고삐를 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제철 투자는 단순히 제철소 하나가 들어서는 것을 넘어 대규모 고용과 협력업체 투자, 인구 유입,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제조업 부흥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에 워싱턴 차원의 추가 지원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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