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라진 재건축 사업 속도와 향후 부동산 세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은마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세제 혜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때 매도를 마치려는 장기보유자까지 가세하면서 가격을 수억원 낮춘 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매도 물량은 늘어난 반면 매수세가 충분히 따라붙지 않으면서 가격 협상력도 매수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그동안 높은 가격 탓에 대치동 진입을 망설였던 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에서는 올해 초와 비교해 가격을 수억원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올해 3~4월까지만 해도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지 않아 가격 협상에서 집주인이 우위를 점했지만 최근에는 매도 물량이 늘어난 반면 이를 받아줄 매수세가 제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 은마아파트 매매가격도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용면적 78㎡는 지난해 11월 38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3일에는 34억4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약 3억6000만원 하락했다. 전용면적 84㎡ 역시 올해 초 42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7월에는 이보다 약 5억원 낮은 36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특히 해당 거래가격은 최근 1년간 동일 면적 거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는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며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 등 주요 절차를 통과할수록 사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가격에도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은마아파트 역시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올해 초에는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도를 미루는 집주인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시행인가 이후 조합이 올해 연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달라졌다.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다렸던 일부 집주인들이 예상보다 빨라진 사업 일정에 맞춰 매도 시기를 앞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대치동 현장에서도 기존에 매물을 거둬들였던 소유자들까지 다시 매도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시장 물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늘어난 매물을 소화할 매수세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매도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를 마치려는 집주인들이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빨라진 재건축 사업 속도가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고춘규 소망부동산 대표는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지만 은마아파트는 오히려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업시행인가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매도를 미뤘던 집주인들이 많았는데 조합이 올해 연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목표로 예상보다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매도 시기가 촉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시행인가 전인 올해 3~4월에는 매물이 많지 않아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매물은 늘어난 반면 매수자는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을 낮춰서라도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사업 속도뿐 아니라 향후 부동산 세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도 물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마아파트를 장기간 보유한 집주인들 사이에서 향후 정책 변화를 지켜보기보다 현재 적용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을 활용해 매도를 마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은마아파트를 오래 보유한 집주인들은 과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한 경우가 많아 현재 가격을 일부 낮춰 팔더라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기보다 현재 적용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과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 매도 시기를 앞당기는 집주인들이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과 거래 관련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달라질지 불확실한 만큼 향후 정책 변화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계속 보유하기보다 현재 조건에서 처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은마아파트를 오랫동안 보유해온 집주인들은 과거 낮은 가격에 매입한 경우가 많아 지금 가격을 일부 낮춰 팔더라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있다 보니 가격을 낮춰서라도 지금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들이 잇따라 가격을 낮추면서 은마아파트 매매시장의 가격 협상력도 매수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재건축 사업 자체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기간에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높은 가격 때문에 대치동 진입을 망설였던 수요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매수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매도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와 향후 세제 변화 등을 고려해 매도 시점을 앞당길 필요성이 커진 반면 매수자는 시장에 나온 여러 매물을 비교하며 가격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재건축 사업의 장기적인 가치와 별개로 단기적으로는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진 상황에서 세제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 장기보유자들의 매도 물량이 단기간에 늘어나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재건축 사업 자체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높은 가격 탓에 매수를 망설였던 수요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가격에 대치동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특정 시점에 매도 물량이 집중되고 이를 받아줄 매수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장기보유자들이 세제와 향후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해 매도 시기를 앞당길 경우 매물이 늘어나면서 매수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로 매수자 입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물이 늘고 가격 협상 여지가 커진 만큼 이전보다 진입 여건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높은 가격 때문에 대치동 진입을 망설였던 실수요자라면 개별 매물의 가격과 향후 추가분담금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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