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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빵 동네선 1500원, 핫플선 8500원…성수 · 압구정 ‘디저트플레이션’
소금빵 동네선 1500원, 핫플선 8500원…성수 · 압구정 ‘디저트플레이션’
성수동과 압구정 로데오, 명동 등 서울 주요 핵심 상권에서 판매되는 식음료와 디저트 가격이 일반 동네 상권보다 1.5배에서 최고 3.5배가량 비싸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며 공간 자체를 소비하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높은 상가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브랜드 프리미엄 등이 제품 가격에 함께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7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지하철역사 내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기본 소금빵은 개당 1500원 수준이었지만 성수동 유명 카페에서는 개당 3500원으로 약 2.3배 비쌌다. 일부 매장에서는 기본 소금빵에 초콜릿이나 크림 등을 추가해 개당 5500원~85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단순한 빵 한 개 가격만 놓고 봐도 일반 생활권 상권과 이른바 핫플레이스 사이에서 상당한 가격 차이가 나타나는 셈이다.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젤라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일반 젤라또 전문점의 소형 컵 가격은 5000원~6000원 수준인 반면 성수동과 압구정 일대 매장에서는 같은 소형 컵 기준 6000원~8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었다.

 

시각적 요소를 강조한 케이크류에서는 가격 부담이 더욱 커졌다. 명동의 한 캐릭터 테마 카페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소형 케이크는 단품 가격이 1만8000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압구정 로데오와 성수동 일대 유명 디저트 카페에서 판매하는 조각 케이크 역시 개당 9500원~1만3000원 수준이었다. 일반 동네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 한 개가 5000원~7000원 선에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셈이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지만 매장 내 직접 제조 비율은 낮았다. 취재진이 성수동과 명동 일대 디저트 카페 15곳을 전수 확인한 결과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굽는 수제 매장은 5곳에 그쳤다. 나머지 10곳(66.7%)은 외부 베이커리 공장이나 도매업체로부터 완제품 또는 냉동 생지를 납품받아 해동 및 재가열해 판매하는 형태였다.

 

▲ 명동에 위치한 한 캐릭터 카페 케이크 진열대 사진. 케이크의 가격은 1만8000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르데스크
 

크기나 버터 함량 등 물리적 품질에서 가격 차이를 설명할 뚜렷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높은 가격이 실제 제조 방식과는 무관하게 매겨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핫플레이스에서 형성되는 높은 가격에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상권과 브랜드,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주문할 때 더욱 커진다. 일반 동네 상권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할 경우 성인 2명이 아메리카노 2잔과 조각 케이크 1개를 주문했을 때 지출액은 통상 1만4000원~1만8000원 수준이다. 아메리카노 2잔 가격만 놓고 보면 9000원~1만1000원 정도로 1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반면 성수동이나 압구정 로데오 일대에서는 아메리카노 2잔만 주문해도 1만3000원~1만6000원이 필요했다. 잔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6500원~8000원 수준이다. 여기에 9000원~1만2000원대 타르트나 조각 케이크를 하나 추가하면 총 지출액은 2만3000원~2만8000원까지 올라간다.

 

보다 화려한 메뉴를 선택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잔당 8000원~9000원대의 시그니처 크림 음료 2잔과 1만원 안팎의 프리미엄 디저트 2개를 함께 주문할 경우 2인 기준 총 지출액은 3만5000원에서 최대 4만5000원까지 늘어난다. 디저트와 음료를 즐기기 위해 지출하는 금액이 웬만한 외식 한 끼 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SNS에서 특정 메뉴가 빠르게 화제가 되면 수요가 몰리고 공급이 제한된 초기에는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만, 유행이 지나거나 공급 업체가 늘어나면 가격 역시 빠르게 낮아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바이 쫀득 쿠키’가 지목된다. 유행 초기에는 개당 6000원~1만원에 거래됐지만 열풍이 다소 잦아들고 판매처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4000원~5000원 선으로 가격이 내려왔다. 희소성과 SNS 화제성이 강할 때 붙었던 가격 프리미엄이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에 따라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재료 수입량에서도 유행 변화가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바이 쫀득 쿠키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올해 2월 정점을 찍은 이후 7월에는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디저트 유행이 불과 수개월 만에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성수동에 위치한 한 과일찹쌀떡 매장 사진. 6000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줄을 서 구매를 기다리고 있다. ⓒ르데스크

  

반면 성수동과 압구정 로데오 등 상권 자체가 갖는 프리미엄은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지역은 최근 수년간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고 유명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대형 카페가 잇따라 들어서며 상권 가치도 함께 올라갔다.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매장 간 차별화를 위한 인테리어 투자와 인건비까지 늘어나면서 이러한 비용이 결국 메뉴 가격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성수동의 한 디저트 카페 점주는 “원자재 가격 상승 외에도 일반 상권 대비 높은 평당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공간 연출비와 매장 유지비를 고려해 단가를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높은 가격에도 SNS에서 화제가 된 매장 앞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대기 줄이 형성되고 있었다. 르데스크가 찾은 성수동의 한 디저트 매장에서는 개당 6000원에 판매되는 과일찹쌀떡을 구매하기 위해 평일 낮 시간에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 부담이 일반 상권보다 높은데도 특정 상품이나 공간을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수동 카페를 방문한 서혜지 씨(28·여)는 “단품 가격이 높지만 인테리어와 사진 촬영 등 공간 이용에 따른 비용으로 판단해 지출한다”고 말했다. 압구정에서 만난 박민우 씨(24·남)는 “분위기와 공간 경험을 목적으로 한 번 정도 구매하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며 “비용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비싼 식사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수동과 압구정 등 핵심 상권의 고가 디저트 현상을 단순한 원재료나 부동산 비용의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SNS를 통해 특정 매장과 제품의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희소성, 공간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핫플레이스의 디저트 가격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브랜드 이미지, 희소성, SNS 화제성 등 복합적인 ‘경험 가치’가 함께 포함돼 있다”며 “소비자 역시 디저트라는 물리적 상품만 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공간에서 머무는 경험과 인증의 즐거움까지 함께 구매하는 형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다만 책정된 가격에 비해 기본적인 맛이나 서비스 만족도가 부족하면 재방문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높은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경험 가치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서울 성수동, 압구정 로데오, 명동 등 주요 핫플레이스 상권의 디저트 가격 형성 수준과 일반 상권 대비 격차는?
A. 일반 동네 상권 대비 1.5배에서 최고 2.5배 높게 형성됐으며 품목에 따라 최대 3.5배까지 벌어졌다. 성인 2인 기준 총 지출액도 최대 4만5000원에 달했다.
Q2. 젤라또와 캐릭터 케이크 등 비주얼 중심 품목들의 핫플 상권 판매 가격대는?
A. 젤라또 소형 컵은 일반 전문점(5000~6000원) 대비 성수·압구정 매장에서 6000~8000원에 판매됐다. 명동의 한 캐릭터 카페 소형 케이크는 단품이 1만8000원에 달했고 성수·압구정 조각 케이크는 9500~1만3000원 선에 책정됐다.
Q3.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줄을 서며 핫플 디저트를 구매하는 주된 소비 목적은?
A. 순한 음식 섭취를 넘어 감각적인 인테리어, 사진 촬영, 분위기 등 매장 공간을 직접 이용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얻는 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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