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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체카드 꺼냈다가 또 지역갈등…탄천물재생센터 개발 ‘험로’
용산 대체카드 꺼냈다가 또 지역갈등…탄천물재생센터 개발 ‘험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어린이정원을 대신할 주택 공급 후보지로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제안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대 1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설 경우 교통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 주거환경 훼손, 조망권 침해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탄천물재생센터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하수처리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하는 만큼 기존 지역의 문제를 또 다른 지역에 떠넘기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개발 구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 시장이 주택 공급 후보지로 제안한 탄천물재생센터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하수처리시설이다. 오 시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안에 반대하며 대안 가운데 하나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개발을 제시했다. 현재 시설을 이전하고 인근 부지까지 함께 개발할 경우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은 지난 26일 서울 정동에서 만나 탄천물재생센터와 용산공원 개발을 비롯한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년 기피시설 감내했는데 또 주택”…주민들 “공원·녹지로 돌려줘야”

 

개발 구상이 알려지자 일원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의회 민원실에는 관련 소식이 알려진 26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총 12건의 신규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1건이 탄천물재생센터 일대 임대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십 년 동안 하수처리시설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 온 만큼 향후 해당 공간은 주택이 아니라 공원과 녹지 등 주민 편의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악취와 환경 문제를 감내해 온 지역에 또다시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부담을 지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 탄천물재생센터 개발 구상이 알려지자 일원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의회 민원실에 접수된 신규 민원의 모습. [사진=강남구의회 홈페이지]

  

한 민원인은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역시 시민의 주거환경과 지역 간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며 “특정 지역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한 주택정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년간 하수처리시설을 감내한 것은 주민들이다”며 “겨우 주민들에게 공원으로 환원된 공간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감내해 온 불편과 희생에 대한 보상은 공원과 녹지, 쾌적한 생활환경이어야 한다”며 “주민 동의 없이 이미 공원으로 활용되는 공간을 다시 주택 공급 부지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여름철과 초가을을 중심으로 악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르데스크가 현장을 찾았을 때도 공원 초입에는 악취 물질 농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알리는 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물재생센터가 단순한 도시 기반시설을 넘어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시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약 30분간 공원 일대를 둘러보는 동안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최초침전지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처리하는 시설 인근에서는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의 냄새가 느껴졌다. 악취 정도가 위치와 시간대, 기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현장 방문 당시 상황만으로 주민들이 장기간 제기해 온 악취 문제 전반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주민들은 용산어린이정원의 대체 부지로 탄천물재생센터를 제시한 것 자체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용산의 녹지는 보존하면서 수십 년간 기피시설을 감내한 일원동에는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어린이정원을 대신할 주택 공급 후보지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제안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마루 공원에 설치돼 있는 냄새농도 전광판의 모습. ⓒ르데스크

 

최주찬 씨(65·여)는 “주택이 부족하다는 점은 납득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의 대체 부지로 이곳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용산어린이정원은 녹지공간이어서 개발하면 안 되고 이곳은 기피시설이 있는 곳이어서 개발해도 된다는 논리라면 그동안 기피시설을 품고 살아온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이전한다고 하는데 과거에도 이전에 실패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어디로 이전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고 해도 그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있을 텐데 구체적인 이전 대책 없이 주택 공급 계획부터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문제는 이번 개발 구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해당 부지를 주택 용지로 활용하려면 현재 운영 중인 하수처리 기능을 다른 지역에서 맡아야 하지만 기피시설 특성상 새로운 이전 대상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주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원동 주민들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시설을 이전하더라도 결국 또 다른 지역에서 같은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1만3000가구 추가되면 교통·조망은…“시설 이전부터 현실성 따져봐야”

 

최대 1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교통과 생활 인프라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천물재생센터 주변에는 개포·일원·수서 지역의 기존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 대규모 주택이 추가로 들어설 경우 상당한 규모의 신규 인구가 유입되면서 출퇴근 교통량 증가를 비롯해 대중교통 혼잡과 주차난, 각종 생활 인프라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지역이 대청역과 수서역을 비롯해 수서IC 등에 인접해 있다는 점을 개발상의 장점으로 보고 있지만 주민들은 교통시설과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점과 실제 대규모 인구를 추가로 수용할 여력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 역시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주거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주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치동과 잠실, 삼성역 등 강남 주요 지역과 가까우면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어 이를 선호해 오랜 기간 거주해 온 주민이 많은 만큼 갑작스러운 대규모 개발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는 것이다.

 

▲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산책로의 모습. ⓒ르데스크

 

일부 주민들은 하수처리시설이 위치하면서 제공됐던 각종 경제적 혜택 등이 개발 이후 사라질 가능성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기피시설을 감내하는 대신 직·간접적으로 제공됐던 혜택은 없어지는 반면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과 생활환경 부담은 새롭게 떠안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경숙 랜드부동산 대표는 “예전에도 해당 시설을 이전하려고 했지만 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이전을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이 지역은 오랫동안 조용하고 한적한 주거환경이 유지돼 왔고 그런 환경을 선호해 거주하는 주민들도 많다”며 “대규모 청년주택이 들어서고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 그동안 유지돼 온 지역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교통이나 생활환경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도심 내 가용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탄천물재생센터처럼 현재 필수 기반시설로 이용되는 부지를 개발하려면 공급 가구 수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 시설 이전과 신규 시설 조성에 드는 비용은 물론 이전 대상지 주민들의 반발과 장기간의 행정 절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은 시설 이전과 신규 개발에 따른 비용 및 갈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시설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를 개발해 실제 주택을 공급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유휴 부지를 활용해 신규 개발을 추진하기보다 이미 예정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주택 공급 측면에서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주택 공급을 제안한 배경은?
A.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용산어린이정원) 내 주택 공급 방안에 반대하며, 그 대안으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이전을 통한 개발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Q2. 탄천물재생센터 개발을 통해 예상되는 주택 공급 규모는?
A.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인근 부지를 함께 개발할 경우 최대 1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Q3. 대규모 주택 공급 시 예상되는 교통 및 주거환경 문제는?
A. 대규모 신규 인구 유입으로 인한 출퇴근 교통량 증가, 대중교통 혼잡, 주차난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재천·탄천 인근의 한적한 주거환경 훼손 및 고층 건설에 따른 조망권 침해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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