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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에 꽂힌 월가의 독설가…반도체 솎아내고 콘텐츠 · 빅테크 베팅
해리포터에 꽂힌 월가의 독설가…반도체 솎아내고 콘텐츠 · 빅테크 베팅

‘행동주의 투자’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댄 로브(Dan Loeb)가 올해 2분기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대거 정리한 반면 ‘해리포터’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에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댄 로브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브로드컴과 KLA,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을 전량 처분했지만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보유량은 오히려 대폭 늘리는 등 반도체 업종 내에서는 종목별로 투자 비중을 달리했다.

 

‘해리포터’에 5억달러 베팅한 댄 로브…반도체 덜고 콘텐츠·빅테크로 영토 확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로브가 직접 설립·운용중인 헤지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 LLC)’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46억8000만달러(한화 약 6조4900억원) 규모의 미국 상장주식 투자 현황을 신고했다. 직전 분기 약 20억8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신고 평가액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로브는 1995년 서드포인트를 설립한 이후 저평가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진과 이사회 등을 공개적으로 압박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기업 경영진을 향한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공개서한으로 ‘월가의 독설가’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서드포인트의 2분기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다. 서드포인트는 직전 분기에는 보유하지 않았던 WBD 주식 2000만주를 올해 2분기 중 새롭게 사들였다. 분기 말 기준 평가액은 약 5억3320만달러(한화 약 7400억원)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1.4%에 달하는 금액이다. 신규 편입과 동시에 아마존과 알파벳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서드포인트의 최대 투자처가 됐다.

 

▲ 26년 2분기 Third Point LLC 투자 포트폴리오.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WBD는 영화·TV 제작사 워너브러더스와 HBO,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 등을 거느린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특히 ‘해리포터’를 비롯해 ‘DC 유니버스’, ‘왕좌의 게임’ 등 고부가가치의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리포터는 영화뿐 아니라 게임과 테마파크, 상품, TV 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WBD의 대표 IP로 꼽힌다. 서드포인트는 WBD의 글로벌 콘텐츠와 IP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WBD뿐 아니라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했다. 라이브네이션 보유량은 직전 분기 46만5000주에서 2분기 말 113만5000주로 약 2.4배 증가했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2억783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4%를 차지했다. 라이브네이션은 콘서트 기획과 공연장 운영 등의 사업을 비롯해 티켓 판매 플랫폼 ‘티켓마스터(Ticketmaster)’ 등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공연·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WBD를 신규 편입과 동시에 최대 투자처로 올린 데 이어 라이브네이션 보유량까지 대폭 늘리면서 콘텐츠와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업 별로 평가를 달리했다. 직전 분기까지 보유했던 엔비디아 주식은 2분기 중 전량 매도했다. 서드포인트는 브로드컴과 반도체 장비업체 KLA, 램리서치 등의 지분도 전량 처분했다. 심지어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반에크 반도체 ETF(SMH)도 모두 매도했다. AI 열풍을 타고 주가가 크게 오른 주요 반도체 종목의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반면 지난 2분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보유량만큼은 오히려 크게 늘렸다. 2분기 말 TSMC 보유량은 46만주로 직전 분기 27만5000주 대비 약 67% 증가했다. 평가액은 약 2억1968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 ‘월가의 독설가’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댄 로브(Dan Loeb)는 올해 2분기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대거 정리한 반면 ‘해리포터’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위치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급수탑. [사진=EPA/연합뉴스]

 

빅테크 기업에 대해서도 종목별로 투자 비중을 달리했다. 서드포인트의 2분기 말 아마존 보유량은 175만주로 직전 분기보다 소폭 줄었다. 평가액은 약 4억1710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8.9% 수준이었다. WBD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투자는 크게 늘렸다. 서드포인트의 알파벳 Class A 주식 보유량은 직전 분기 17만5000주에서 102만5000주로 약 6배 증가했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3억6630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7.8% 수준이었다. WBD와 아마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서드포인트는 올해 2분기 신규 투자처도 크게 늘렸다. 우선 미국 전자계측·측정장비 기업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 주식 58만5000주를 새롭게 매수했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2억479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4%를 차지했다. 키사이트는 통신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항공우주·방위산업 등에 활용되는 전자설계·시험·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기업 플렉스 주식도 담았다. 2분기 말 기준 103만주를 보유했으며 평가액은 약 1억6693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3.6%를 차지했다.

 

미국 핀테크기업 블록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켰다. 2분기 말 기준 블록 Class A 주식 255만8943주를 보유했으며 평가액은 약 1억9448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2%를 차지했다. 블록은 옛 트위터(Twitter·현 X)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Jack Dorsey)가 창업한 기업으로 결제 서비스 ‘스퀘어(Square)’와 개인 금융 플랫폼 ‘캐시앱(Cash App)’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서드포인트는 올해 2분기 블록 Class A 주식 255만8943주를 새롭게 편입했으며 분기 말 기준 평가액은 약 1억9448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2%를 차지했다. 사진은 블록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드포인트는 기존 투자처 가운데서는 노퍽서던과 CRH, 솜니그룹 인터내셔널 등의 주식 보유량을 늘렸다. 이에 따라 미국 대형 철도회사 노퍽서던의 2분기 말 보유량은 직전 분기보다 약 5배 이상 늘어난 60만주가 됐다. 평가액은 약 1억8875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0%를 차지했다. 노퍽서던은 미국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화물철도망을 운영하며 자동차와 원자재, 소비재 등을 운송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건축자재기업 CRH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보유량은 1분기 말 190만주에서 2분기 말 219만5000주로 약 16% 늘었으며 평가액은 약 2억3487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5.0%를 차지했다. CRH는 시멘트와 골재, 레미콘 등 각종 건축자재를 생산·공급하는 기업으로 북미와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매트리스·침구업체 솜니그룹 인터내셔널(SomniGroup International)의 보유량을 1분기 말 약 227만주에서 2분기 말 약 257만주로 13%가량 늘렸다. 평가액은 약 2억155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3% 수준이다. 솜니그룹은 템퍼(Tempur)와 씰리(Sealy) 등 글로벌 침구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대표적인 AI·반도체 종목을 전량 처분한 것만 보면 AI 산업의 성장성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TSMC와 알파벳의 보유량을 대폭 늘렸다는 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AI 산업 자체에서 발을 빼기보다는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에서 시세차익을 시현하고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으로 투자금을 재배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WBD를 신규 편입과 동시에 최대 투자처로 올리고 라이브네이션 보유량까지 대폭 늘린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며 “기술주에 집중하기보다는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 공연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서드포인트의 올해 2분기 전체 투자 규모와 최대 투자처는?
A. 서드포인트가 신고한 올해 2분기 말 미국 상장주식 평가액은 약 46억8000만달러로 직전 분기 약 20억8000만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최대 투자처는 2분기 새롭게 편입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로 2000만주를 보유 중이다. 평가액은 약 5억3320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1.4%를 차지했다.
Q2. 서드포인트의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변화는?
A. 서드포인트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KLA, 램리서치 등의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반에크 반도체 ETF(SMH)도 모두 매도했다. 반면 TSMC 보유량은 직전 분기 27만5000주에서 46만주로 약 67% 늘렸다. 2분기 말 TSMC 평가액은 약 2억1968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7%를 차지했다.
Q3. 서드포인트가 올해 2분기 새롭게 편입하거나 투자를 확대한 종목은?
A. 신규 투자처로는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와 블록 등이 이름을 올렸다. 2분기 말 기준 각각 58만5000주, 255만8943주를 보유했다. 기존 투자처 중에서는 노퍽서던 보유량을 직전 분기 대비 5배 이상 늘렸으며 CRH와 솜니그룹 인터내셔널의 보유량도 각각 약 16%, 13%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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