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1동 일대 모아타운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빌라 시장에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사업 추진 기대감에 한때 거래가 늘었지만 모아타운 지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집주인들은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들도 사업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일부 매물의 호가는 과거 실거래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24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현재 양재1동에서 현수막 등을 통해 모아타운 추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양재동 6-2번지 일대와 양재동 19번지(16·17·18번지 포함) 일대 등 총 2곳이다. 양재동 19번지 일대는 현재 주민제안 모아타운 동의서를 접수하고 있으며 양재동 6-2번지 일대는 주민제안 접수를 마친 상태다. 일부 구역이 주민제안 접수까지 마치는 등 사업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의 관심도 향후 모아타운 지정 여부에 쏠리고 있다.
사업 추진 단계가 진전된 것과 달리 최근 빌라 거래시장은 오히려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현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모아타운 사업 추진 초기에는 개발 기대감에 매수 문의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사업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도·매수 문의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사업이 본격화될수록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둘러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고, 매수자 역시 현재 호가에 진입하기보다 모아타운 지정 여부와 향후 사업 속도를 확인한 뒤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아타운 지정 이후 매수를 검토하겠다며 중개업소에 연락을 요청한 투자자들도 있어 개발 기대감에 따른 잠재적 투자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김용섭 사랑방부동산 대표는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현재는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어 거래가 이전보다 위축된 상태로, 시장에 나온 매물도 적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다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아타운 사업은 장기간 진행되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간에 차익 실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며 “동의율이 높고 사업 속도도 빠른 편이라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를 기대하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일부 매물의 호가는 오히려 과거 실거래가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사업 추진에 따른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가격 눈높이 차이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모아타운 추진 구역 내 한 전용면적 29㎡ 빌라는 현재 5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6월 비슷한 면적의 빌라가 5억1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현재 호가는 약 3500만원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모아타운 추진 구역에서는 전용면적 30㎡ 빌라가 8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해당 빌라는 2024년 12월 4억7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현재 호가는 당시 실거래가보다 3억4500만원, 약 72.6%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한 빌라의 전용면적 69㎡가 지난달 25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된 가운데 같은 빌라의 전용면적 61㎡ 매물은 현재 11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처럼 거래량은 줄었지만 호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는 모아타운 지정 여부가 향후 거래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사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현재 가격 수준에서는 관망하려는 매수자가 많지만, 향후 지정 절차가 마무리되고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낮아질 경우 다시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재1동 모아타운 추진 구역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기대감뿐 아니라 양재동이 지닌 입지적 강점도 자리하고 있다. 추진 구역 일대는 양재역 생활권으로, 양재역은 현재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다. 여기에 경기 북부 의정부에서 남부 수원을 잇는 GTX-C 노선이 더해질 경우 광역교통 접근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양재 일대는 기존 강남 업무지구와 가까운 데다 AI·첨단산업 관련 기업과 연구시설이 집적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직주근접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 중심의 주거지역으로 재편될 경우 이러한 배후 수요가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 심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신원득 대명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양재역은 입지가 워낙 좋아 투자자들이 몰리기에 충분한 곳”이라면서도 “모아타운 자체는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는 정비사업인 만큼 단기적인 가격 상승만을 기대해 투자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양재1동 모아타운 추진 구역의 높은 호가에는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나 거래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재 호가만을 기준으로 향후 가격 상승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아타운을 비롯한 정비사업은 주민 동의와 행정 절차, 사업성 검토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추진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모아타운 추진 지역이라도 주민 동의율이나 사업 주체의 추진력, 토지 및 건물의 권리관계 등에 따라 사업 진행 속도와 향후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기존 다세대·연립·단독주택이 향후 아파트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처럼 사업 초기 단계에서도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고 정비구역 지정 등이 확정되면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비사업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투자는 기본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이뤄지는 만큼 사업이 얼마나 잘 준비되고 있는 후보지나 예정지인지 투자자가 직접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며 “정비사업을 어떤 업체가 추진하고 있는지, 해당 업체가 관련 사업 경험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