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국립대(학교) 신입생 6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등록금 무상지급을 검토하면서 지방 사립대(학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정책을 계기로 경쟁력을 잃은 대학들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자체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든 대학을 현재 규모와 형태로 유지하기보다 재정·학술 경쟁력·학생수 기반이 취약한 대학을 정리하고 한정된 고등교육 재원을 경쟁력 있는 대학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입생 10명 중 1명도 못 채우고 수십억대 운영손실…존폐 기로에 선 지방 사립대들
르데스크가 서울·경기·인천 소재 대학을 제외한 전국 지방 4년제 사립대 86곳의 재정 상태와 학생 충원 현황 등을 살펴본 결과, 일부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고 등록금 수입 감소와 운영손실, 누적결손 등 재정 악화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제주국제대학교는 대학의 핵심 수입원인 등록금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등록금회계(2025년 3월 1일~2026년 2월 28일) 등록금수입은 22억1799만원으로 전년(29억3518만원)보다 약 24.4% 줄었다. 특히 학부 수업료는 같은 기간 17억5822만원에서 13억5459만원으로 약 23.0% 감소했다. 대학원 수업료 역시 11억3700만원에서 8억4936만원으로 약 25.3%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등록금회계 기준 당기운영차액은 -46억1569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48억964만원에 이어 또다시 40억원대 운영손실을 낸 셈이다. 직전 회계연도까지 누적된 전기이월운영차액도 -155억5835만원에 달했다. 등록금 감소를 상쇄시킬 만한 다른 재원 역시 축소됐다. 법인에서 학교로 들어온 전입금은 2024년 2000만원에서 지난해에도 0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기부금은 1억1905만원에서 1190만원으로, 국고보조금은 3억2469만원에서 4016만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수입원 대부분이 감소하면서 부채 규모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등록금회계 기준 유동부채는 170억9775만원, 고정부채는 85억8752만원 등 총 부채가 약 256억8530만원에 달했다. 특히 미지급금만 151억5284만원에 달했다. 반면 등록금회계 자산은 약 55억1123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제주국제대 자체평가보고서에 기재된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은 7.1%, 재학생 충원율은 21.5%에 그쳤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평가기준인 신입생 충원율 95%, 재학생 충원율 80%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주국제대는 지난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도 포함됐으며 이에 따라 내년 신·편입생은 국가장학금과 취업 후 상환·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을 모두 지원받을 수 없다.
대구예술대 역시 학생 수와 재정 상황이 동시에 악화된 대표적인 대학 중 하나로 지목됐다. 대구예술대의 지난해 교비회계 당기운영차액은 -10억7854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19억8413만원, 2024년 -18억3570만원의 당기운영차액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성 적자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학생 수 지표가 심각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대구예술대 신입생 충원율은 6.0%, 재학생 충원율은 12.3% 등에 불과했다. 단순 비율로 환산하면 입학정원이 100명일 경우 정원 내 신입생을 6명가량 확보한 수준이다. 직전 해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24년 정원 내 입학자는 37명으로 신입생 충원율은 12.3%에 그쳤다. 대구예술대 역시 지난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가능 대학’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 제한을 받게 됐다.
옛 경주대와 서라벌대가 통합해 출범한 신경주대 역시 전체 학생 규모가 정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경주대의 지난해 재학생 충원율은 36.9%로 편제정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직전 해(25.6%)에 비해서는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실제 재학생 규모는 정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80.9%를 기록해 타 지방 대학에 비해서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신경주대는 지난해 한국사학진흥재단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 대학으로 분류된 상태다. 신입생 모집 인원이 일부 회복되긴 했지만 전체 편제정원 대비 학생 기반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할 경우 등록금 수입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대학으로 분류된 데 이어 이달 발표된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마저 제한받게 됐다.
‘유령학생’ 의혹에 국가장학금·대출 제한까지…말 많고 탈 많은 지방 사립대들
전라북도에 위치한 한일장신대 역시 학생 충원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60.3%로 직전 해(89.0%) 대비 28.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재학생 충원율도 78.8%에서 71.9%로 떨어졌다.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던 2024년의 신입생 충원율을 두고도 잡음이 불거진 상황이다. 전 총장과 교수 등이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유령 학생’을 등록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은 뒤 지난해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교수노조는 2024학년도 2차 추가모집 입학생 43명 가운데 상당수가 수강신청을 하지 않거나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일장신대 역시 한국사학진흥재단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로 분류됐다. 재정난에 학생 충원 문제까지 겹친 한일장신대는 이달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지원 제한 대학에도 포함됐다.
대전신학대 역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34.4%, 재학생 충원율은 37.5% 등에 그쳤다. 입학정원이 100명이라고 가정하면 실제 정원 내 입학생은 약 34명에 불과한 셈이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금강대 역시 학생 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금강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10.0%에 불과했다. 직전 연도 18.2%와 비교해 8.2%p 하락한 수치다. 신입생 경쟁률은 0.4대 1에 머물렀다. 재학생 충원율 역시 2024년 22.5%에서 지난해 14.1%로 8.4%p 떨어졌다. 단순 환산하면 입학정원 100명당 실제 신입생은 10명, 전체 편제정원 100명당 재학생은 약 14명 수준에 그친 셈이다.
금강대는 2026학년도에 이어 2027학년도에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면서 2년 연속 지원 제한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는 물론, 내년 신·편입생들도 국가장학금과 취업 후 상환·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을 모두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강원 강릉에 위치한 가톨릭관동대도 2026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82.7%로 전년도 65.3%보다 17.4%p 개선됐지만 여전히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재학생 충원율 역시 68.8%로 전년도 67.8%에 비해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다만,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학생 충원율이 비교적 양호함에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상에 포함된 사례도 존재했다. 경북 경산의 영남신학대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 100%를 기록했으며 재학생 충원율도 79.8%로 전년(69.8%) 대비 10.0%p 상승했다. 신입생 경쟁률 역시 1.8대 1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 미인증 판정을 받으면서 2026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다만 이후 대학기관평가인증을 획득하면서 2027학년도에는 학자금 지원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북 임실에 본교를 둔 예원예술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 97.8%, 재학생 충원율 84.1% 등을 각각 기록하며 학생 충원 지표만 놓고 봤을 땐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신입생 경쟁률도 2.5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예원예술대 역시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 미인증 판정을 받으면서 2026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됐고, 2027학년도에도 재차 지원 제한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2년 연속 학자금 지원 제한을 받게 됐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예원예술대 관계자는 “학자금 지원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는 총 4개인데, 이 가운데 일부 지표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에서 어느 정도 미달했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학자금 지원 제한으로 신입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만큼 해당 금액을 대학 자체 재원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학기관평가에선 단순히 한 해 적자가 발생했거나 신입생·재학생 충원률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되지 않는다. 재정진단 과정에서 8개 정량지표를 허들 방식으로 평가하고 예상 운영손실을 대학이 보유한 여유자금과 임의적립금 등으로 보전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경영위기 여부가 결정된다. 학생 모집뿐 아니라 대학이 향후 손실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재정여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모든 대학을 현재의 규모와 형태로 유지하기보다는 지역별 교육 수요와 대학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 접근하기보다 지역의 산업·교육 여건과 대학별 특성,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에는 지원을 집중하고 회생 가능성이 낮은 대학은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의 수를 단순히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각 지역에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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