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이 내년 이주를 앞두고 선제적인 이동 수요가 몰리면서 한남동과 보광동 등 주변 임대차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이주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집을 찾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생활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적은 빌라와 다세대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연립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7월 1.39%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지난 6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수급지수는 113.0까지 오르며 2016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인 이주 시점까지 기다릴 경우 한남5구역에서 한꺼번에 이주 수요가 쏟아지면서 주변 전·월세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아직 이주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최근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미리 거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차현준 씨(31·남)는 “아직 이주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년 3월이면 지금 살고 있는 빌라의 계약이 끝난다”며 “어차피 새로운 집을 구해 나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주 시기까지 계약을 연장하기보다는 계약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며 “빌라 가격이나 전·월세 가격이 지금보다 오르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사할 곳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도 공식적인 이주 시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리 거처를 알아보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기존 생활권과 가까운 지역의 빌라와 다세대주택 매물을 찾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기 래미안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일대에서 워낙 많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현재 특별한 지역 이슈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내년 한남5구역의 이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미리 이주할 집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빠른 속도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한남3구역에서도 과거 이주 당시 일부 세입자들이 한남5구역으로 넘어왔다”며 “이제 한남5구역 역시 내년 이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주변 집값이나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5구역 주민들이 인근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는 배경에는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지목된다. 장기간 한남·보광·서빙고 일대에 거주한 주민들의 경우 직장이나 자녀의 학교, 생활 편의 등을 고려하면 이주 이후에도 기존 생활권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를 진행한 한남3구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2023년 이주를 진행했던 한남3구역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권이 겹치는 인근 보광동과 한남4·5구역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한남뉴타운 내 정비사업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기존 이주 수요를 받아주던 주택까지 다시 이주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에는 한남동과 보광동 등 인근 지역만으로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기존 생활권을 벗어나 중구와 성동구 등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남5구역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과 서빙고동 일대 약 18만㎡를 재개발해 약 2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현재 구역 내에는 약 2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향후 이주가 본격화되면 상당수 주민이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하는 만큼 주변 지역으로 적지 않은 주거 이동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한남뉴타운 내 정비사업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이주 수요를 받아줄 주변 주택이 줄어드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전·월세 매물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 주택가격과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세입자들의 조기 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 역시 한남5구역의 이주가 본격화될수록 인근 지역의 전·월세 수요가 늘면서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변 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이주 수요를 받아줄 주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선제적인 이동까지 겹치면 실제 이주 전부터 인근 전·월세 가격에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개발 이주는 일반적인 주거 이동과 달리 특정 시기에 다수의 가구가 동시에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인근 임대차 시장에 단기적인 수요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특히 한남5구역처럼 2000가구 정도가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변에서도 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이주 수요를 받아줄 주택이 제한적이어서 전·월세 매물 부족이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상승하고 있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이주 시점까지 기다리기보다 먼저 거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선행 수요가 늘어날 경우 실제 이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변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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