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개발, 농·수산물 판로 확대 등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투입해 설립한 출자회사 가운데 장기간 본원 사업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누적 손실규모가 자본금을 훌쩍 넘어선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는 일반 사기업이라면 진즉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의 기업도 더러 존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출자 당시 제시됐던 사업성과 자립 가능성이 실제 경영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면밀한 검증과 더 이상의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쏟아도 장기간 적자에 자본금 40배 결손, 수백억대 누적손실 기업까지
르데스크가 경북·경남·전북·전남·충남·충북·강원 등 7개 지역 지방자치단체 출자회사 35곳의 2025년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기업에서 장기간 영업적자와 누적결손, 완전자본잠식, 대규모 차입금 등 재무건전성 악화 지표가 확인됐다. 특히 일부 기업은 사업 부진과 금융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누적결손금이 최초 자본금의 10배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외형 성장과 달리 자체 영업에서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도 여럿 존재했다.
일례로 경북 울진군 출자회사인 울진유통농업회사법인은 지역 농산물의 유통·판매와 판로 확대 등이 주력 사업이다. 이 기업의 매출액은 2023년 61억7846만원에서 2024년 87억3379만원, 지난해 90억9081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2억3139만원, 4억9127만원, 2억6635만원 등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익은 그나마 보조금을 통해 간신히 적자는 면할 수 있었다. 지난해 울진유통이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한 정부보조금수입은 3억4085만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손실 2억6635만원보다 많았다. 2024년에도 4억9127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보조금이 4억9039만원 투입됐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울진유통농업회사법인 관계자는 “울진군으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은 회사의 영업손실을 단순히 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류비와 운반비 등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위해 지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상북도개발공사 등이 공동 출자한 신경주역세권공영개발 역시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8억2460만원으로 전년 728억7291만원보다 약 93% 감소했고 같은 기간 19억7359만원의 영업손실과 19억1654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024년에도 영업손실 103억7682만원과 순손실 54억8212만원을 기록해 최근 2년간 순손실만 약 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거듭된 적자로 인해 자본총계 역시 2023년 말 134억9854만원에서 지난해 말 60억9988만원으로 약 74억원 감소했다.
신경주역세권공영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신규 토지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양 관련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며 “기존에 분양된 일부 토지에서도 계약자의 중도금 미납 등이 발생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분양대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분양 부진으로 매출은 감소한 반면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기존 분양계약의 중도금 미납에 따른 부담까지 겹치면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에서는 개발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자체 출자회사의 대규모 누적손실이 두드러졌다. 농산물 유통을 목적으로 설립된 경남 의령군토요애유통은 장기간 본원 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의령군이 지분 42.7% 를 보유한 이 기업은 의령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집하·선별·유통·판매 등을 통해 지역 농가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매출액은 2021년 약 8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약 102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 기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2억9230만원, 2022년 2억5306만원, 2023년 5억4688만원, 2024년 2억4920만원, 지난해 약 1억1755만원 등이었다.
의령군토요애유통 관계자는 “최근 영업손실이 거듭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판매비와관리비 부담이다”며 “2019년 부실경영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된 이후 현재까지 법무사와 변호사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관련 사건들이 남아 있어 법률 대응 과정에서 지급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회사 운영 과정에서 업무추진비와 복리후생비 등 일부 관리비용이 이전보다 증가한 점도 판관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매출 자체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지만 이 같은 고정적·관리적 비용이 계속 발생하면서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농공단지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의 누적손실과 차입 부담이 두드러졌다. 익산시가 지분 20%를 보유한 익산엘이디협동화단지개발은 2024년 79억3111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 결과 2억1117만원의 영업손실과 23억1327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226억6685만원으로 자본금 10억원의 약 23배에 달했으며 단기·장기차입금을 합한 차입금 규모도 약 450억원이나 됐다. 익산에이디협동화단지개발은 익산 함열지역 농공단지 조성 및 관리·운영 등을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익산엘이디협동화단지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관련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분양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은 계속 발생하다 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누적됐고 미처리결손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충남엔 완전자본잠식에 ‘존속 경고’ 기업…강원엔 수백억대 손실 기업
전남 지역에서는 단순한 영업부진을 넘어 외부감사인이 회사의 존속능력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제기한 출자회사도 존재했다. 영광군이 지분 20%를 소유한 탑글로리는 부동산 개발과 토지·건축물 분양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1억8878만원으로 전년 (37억3352만원) 대비 약 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2억6888만원에서 40억8626만원으로 3배 넘게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38억1521만원에서 64억2002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812억3643만원으로 자본금 50억원의 약 16배나 됐다. 자본총계 역시 -762억3643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단기·장기차입금 규모도 약 336억원에 달했다. 탑글로리의 외부감사인인 정진세림회계법인은 회사의 부채 규모가 자산총액인 약 762억원 초과하고 2026년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222억원에 달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탑글로리는 분양률 제고와 분양대금 회수, 차입금 대환 등을 기업 정상화 방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탑글로리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 뿐더러 현재 직원들이 퇴사하는 등 회사 내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며 완전자본잠식과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등에 대한 추가 질의에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순천시와 민간이 공동 출자한 농업회사법인 순천만가든마켓은 정원수와 화훼·농산물 등의 판매·유통을 통해 지역 정원산업과 농가 판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3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약 3억6900만원으로 전년(약 2억2600만원) 대비 약 63% 늘어났다. 2023년(약 5억6600만원) 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당기순손실과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13억7827만원, 자본총계는 약 6억2200만원까지 감소했다. 그럼에도 순천만가든마켓은 최근 3년간 순천시로부터 매년 1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재무 상태 악화와 관련해 순천만가든마켓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문의 했지만 끝내 반론을 듣지 못했다.
충남 지역에서는 논산시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농업회사법인동부팜이 ‘부실’에 가까운 재무 상황을 보였다. 이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68억178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6%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9억7311만원의 영업손실과 14억429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024년에도 10억9460만원의 영업손실과 14억8397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106억3037만원까지 불어났다. 자본총계는 2024년 -22억6277만원에서 지난해 -36억6706만원으로 늘어나면서 완전자본잠식 규모가 더욱 커졌다. 외부감사인 세움회계법인은 만성 적자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재무 악화와 관련해 농업회사법인동부팜은 먼저 회사가 논산시 출자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부팜 관계자는 “회사는 원래 논산시 출자기관 명단에서 제외돼야 하지만 어떠한 이유인지 행정상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출자회사로 분류되고 있다”며 “만성 적자와 완전자본잠식 등 재무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힐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논산시는 동부팜이 현재도 시의 출자회사가 맞다고 반박했다. 논산시 관계자는 “동부팜이 올해 4월 임원 변경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함께 낸 주주명부에 논산시가 지분 5.85%를 보유한 주주로 등재돼 있다”며 “현재 제출된 공식 서류를 기준으로 논산시가 동부팜의 주주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충북 지역에서는 충주시가 출자한 산업단지 개발기업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주시가 지분 24%를 보유한 충주드림파크개발은 충주지역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산업·지원시설 용지를 개발·분양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3억617만원이었지만 25억3241만원의 영업손실과 129억5942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직전해에도 124억6463만원의 영업손실과 188억982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최근 2년간 순손실은 약 3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431억2693만원으로 자본금 25억원의 약 17.3배에 달했다.
자본총계 역시 2024년 -276억6751만원에서 지난해 -406억2693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심화됐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은 1370억원에서 1670억원으로 3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509억7568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충주드림파크개발의 재무 위기는 지자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충주시는 회사가 2022년 체결한 770억원 규모 대출약정에 따른 최초 차입 실행일로부터 8년이 되는 시점까지 해당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지 못할 경우 미분양용지의 24%를 매입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신탁수익권 또는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내용의 의무부담 계약을 맺은 상태다.
재무 위기와 관련해 충주드림파크개발 관계자는 “현재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초기 단계에 있어 비용이 먼저 투입되면서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며 “현재 문화재 조사가 진행 중인 데다 2024년과 지난해 모두 공정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본격적인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은 제한적인 반면 사업비와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면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공사가 올해부터 시작되고 있는 만큼 향후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분양이 진행되면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충주시의 770억원 규모 의무부담 계약과 관련해서는 “아직 계약상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만큼 실제로 시의 매입 의무가 발생할지는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분양 실적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강원 지역에서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지배하는 개발회사가 2년 연속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지분 92.89%를 보유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2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관은 춘천 중도 일대의 관광·부동산 개발과 토지 분양 등을 목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최근 2년간 순손실만 약 843억원에 달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970억8537만원까지 불어났다. 2023년 말 127억원 수준이었던 결손금은 불과 2년 만에 8배 가까이 증가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보유 토지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대규모 손실의 경우 2020년대 초 매각을 추진했던 일부 부지의 분양계약이 취소되면서 관련 금액을 손실로 회계처리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취소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률비용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면서 손실과 결손금이 누적됐다”며 “현재 관련 소송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향후 보유 토지의 재매각을 추진해 재무상황을 개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춘천시와 춘천도시공사가 공동 출자한 춘천학곡도시개발도 지난해부터 휘청이기 시작했다. 매출액은 전년 300억2172만원에서 지난해 275억8990만원으로 약 8%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22억9101만원 흑자에서 71억1828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익 역시 15억4904만원 흑자에서 93억9128만원 순손실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는 전년 228억4415만원에서 지난해 134억5287만원으로 약 41% 감소했다. 고성군(16.59%)과 강원특별자치도(13.09%) 등이 지분을 보유한 강원심층수 역시 지난해 4억7427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춘천학곡도시개발 측은 적자 전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업 종료를 앞둔 특수목적법인의 특성상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춘천학곡도시개발 관계자는 “회사는 학곡지구 내 부지를 개발·분양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정해진 부지의 분양이 끝나면 사업도 종료되는 구조다”며 “현재 주차장 용지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는 모두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향후 법인 역시 청산될 예정인 만큼 최근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발생이 사업 지속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누적손실이 출자 자본을 넘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거나 외부감사인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할 정도라면 설립 당시 예상했던 사업성과 실제 경영성과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애초 사업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 적자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지자체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과 경영개선 조치를 취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추가 출자나 보조금,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으로 존속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결국 사업 실패에 따른 부담을 주민 세금으로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출자회사까지 공익성을 명분으로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사업 재편은 물론 지분 정리나 청산 등 존속 여부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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