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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 대신 밀키트, 한과 대신 양갱”…달라진 추석 선물 공식
“갈비 대신 밀키트, 한과 대신 양갱”…달라진 추석 선물 공식

추석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 통하던 한우와 굴비, 과일 대신 밀키트와 퓨전 디저트, 주방·리빙용품 등이 명절 선물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세대별 취향 다변화로 이른바 ‘보여주기식 격식’보다는 실용성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명절 선물의 기준이 가격과 품격 중심에서 실용성과 개성,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한가위 명절선물전’에서는 1000여 종에 달하는 다채로운 명절 선물이 전시됐다. 전시장에는 한우와 과일, 굴비 등 전통적인 축·수산물 선물세트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옆으로 즉석조리 밀키트와 원두커피, 퓨전 양갱, 원목 도마 등 기존 명절 선물 시장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웠던 상품들이 대거 등장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즉석조리 식품의 약진이다. 쌀국수와 소시지, 볶음밥, 돈가스 등을 정갈하게 구성한 간편식과 밀키트 선물세트가 다수 등장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명절 선물이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는 대용량 저장식품에서 필요할 때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밀키트는 명절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데 따른 가사노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명절 선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손질과 양념이 대부분 끝난 갈비찜이나 전골 등의 경우 별도의 준비 과정 없이 조리만 하면 돼 전통적인 명절 음식의 의미와 간편식의 장점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명절선물전에서 공개된 간편식 선물세트. ⓒ르데스크

 

현장에서 만난 밀키트 제조업체 관계자는 “명절 선물용 밀키트 세트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해 선보이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올해 준비한 물량을 늘렸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4050 세대가 주요 고객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 1인 가구나 신혼부부를 겨냥한 프리미엄 갈비찜·전골 세트 등의 주문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명절 연휴 동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직접 준비하기보다 가족끼리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선물 트렌드에도 그대로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밀키트 세트를 살펴보고 있던 직장인 박진우 씨(34·남)는 “부모님이나 친척 댁에 갈비 세트를 보내면 손질하고 양념을 재우느라 명절 내내 고생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손질이 다 끝난 프리미엄 전골 밀키트는 연휴에 가족들이 모여 바로 끓여 먹기만 하면 돼 실용적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통 식재료와 먹거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른바 ‘K-디저트’와 커피·차 세트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말차양갱과 자색양갱처럼 색감과 재료를 다변화한 퓨전 양갱부터 제주 찰떡, 허브 과일잼 등 전통적인 먹거리에 새로운 재료와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이 곳곳에 등장했다. 

 

과거 명절 선물에서 한과나 양갱이 중장년층을 겨냥한 전통적인 품목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맛과 색감, 포장을 현대화해 젊은 소비자까지 고객층을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대용량 제품보다 개별 포장이나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보관과 섭취 편의성을 높인 상품들도 눈에 띈다.

 

퓨전 양갱과 수제 찰떡 세트를 선보인 한 디저트 브랜드 대표는 “전통 한과나 양갱은 어르신들만 먹는 간식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말차와 얼그레이, 과일 농축액 등을 접목하고 현대적인 파스텔톤 패키지로 리뉴얼했다”며 “전통의 품격은 지키면서 트렌디한 감성을 더하자 2030 젊은 층이 부모님이나 직장 동료에게 줄 선물로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양갱·티 세트를 구매한 김주미 씨(52·여)는 “기존 한과 세트는 양이 너무 많아 명절이 지나면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았는데 낱개로 포장된 퓨전 양갱은 보관하기도 쉽고 디자인도 감각적이어서 골랐다”며 “고급스럽고 특별한 느낌을 주면서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럽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 명절선물전에 전시된 '퓨전양갱선물세트'. ⓒ르데스크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안동소주와 문배주 등 전통 증류주부터 지역 특산 곡주, 크래프트 맥주, 국산 와인까지 명절 선물용 주류의 선택지가 한층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지역 특산주나 전통주가 중장년층을 위한 선물로 주로 소비됐다면 최근에는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까지 겨냥해 맛과 디자인, 용량 등을 차별화한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전통주 부스에서는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와 외국인 선물 수요까지 겨냥한 상품 구성이 두드러졌다. K-콘텐츠 확산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식음료에 대한 해외 관심이 커지면서 명절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수요를 염두에 둔 제품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 소주와 약주를 출품한 안동의 한 양조장 관계자는 “바이어 상담 현장에서 유럽 바이어들은 깔끔하면서 깊은 풍미를 가진 증류식 전통 소주를 선호하는 반면 동남아나 중화권 바이어들은 달콤하고 과일 향이 가미된 프리미엄 약주나 탁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전통주가 국내 명절이나 제례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한국적인 특징을 가진 프리미엄 선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식품과 리빙 분야도 이번 명절선물전에서 돋보였다. 페퍼민트·바질 등 생허브 세트부터 단백질 보충제, 삼베·모시 생활용품, 원목 도마에 이르기까지 기존 명절 선물의 범주를 벗어난 다양한 상품들이 ‘추석 선물세트’라는 이름을 달고 소비자들을 맞았다.

 

명절 선물은 오랫동안 먹거리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최근에는 받는 사람의 생활방식과 취향을 고려한 생활용품까지 선택지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음식을 보관하거나 소비해야 하는 부담이 없는 데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방·리빙 제품을 명절 선물로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원목 도마 세트를 출품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음식 선물은 받는 사람의 취향이나 보관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주방·리빙 제품은 실용적이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 선물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개업이나 집들이 선물로 주로 찾던 제품들이 최근에는 명절 선물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 명절선물전에 전시된 ‘전통안동곡주 선물세트’ . ⓒ르데스크

  

다만 명절 선물의 품목과 패키지가 다양해지는 과정에서 가격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특산품의 경우 동일하거나 비슷한 내용물이라도 낱개로 구매할 때보다 명절용 선물세트로 구성했을 때 가격이 크게 뛰는 이른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품 자체보다 고급 포장과 배송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선물세트 가격이 내용물의 실제 가격보다 크게 높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포장 비용을 감수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패키지가 오히려 가격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 특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다 보니 명절 선물용 상품에는 수제 옹기나 고급 지함 상자, 보자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패키징 비용이 원가만큼 들어가기도 한다”며 “여기에 개별 배송비와 소량 생산에 따른 수작업 공임까지 더해지면 세트 구성 가격이 낱개 합산 가격보다 2만~3만원가량 높아지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과거에는 가격이 높고 평소 쉽게 먹기 어려운 상품을 선물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성의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최근에는 받는 사람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생활에 편리함을 더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물의 디자인과 희소성, 개인 취향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명절 선물 시장의 상품군도 자연스럽게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경사회에서는 평상시에 먹기 힘들었던 고기나 과일, 굴비처럼 귀한 먹거리를 선물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뀐 현대에는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품목을 선물로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밀키트처럼 가사노동을 덜어주고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품목이나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고급 디저트 등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명절 선물의 개념이 과거의 ‘평소 먹기 어려운 귀한 것’에서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더하거나 받는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품목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속 Q&A
Q1. 추석 명절 선물의 대표 품목 한우, 굴비, 과일 대신 밀키트, 퓨전 디저트, 리빙용품 등 비전통 카테고리가 새롭게 부상하게 된 근본적인 소비 환경 변화는?
A. 1인 가구 증가와 세대별 취향 다변화로 보여주기식 격식보다는 실용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Q2. 말차양갱, 자색양갱, 수제 찰떡 등 전통 식재료를 재해석한 퓨전 K-디저트가 2030 세대에게 명절 선물로 호응을 얻은 비결은?
A. 어르신 간식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말차, 얼그레이, 과일 농축액 등을 접목하고 현대적인 파스텔톤 패키지로 리뉴얼해 전통의 품격과 트렌디한 감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Q3. 이은희 인하대 교수가 진단한 농경 사회 시절의 명절 선물 관행과 현대 사회의 실용 중심 선물 트렌드 간의 차이는?
A. 농경 사회에서는 평소 먹기 힘들었던 고기, 과일, 굴비 등 귀한 먹거리를 주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현대에는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실용적 품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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