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 아침에도 커피 한 잔 하셨나요? 아마 많은 분들의 모닝루틴에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커피일 겁니다. 그런데 지금이야 아메리카노, 카페라테가 너무 익숙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는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바로 이 커피믹스죠. 식당에서 밥 먹고 한 잔, 일하다 피곤하면 자판기에서 한 잔. 그야말로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익숙한 커피믹스를 만든 곳이 바로 ‘동서식품’입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셨던 이 커피 한 잔에는 흥미로운 경영 이야기와 놀라운 사실들이 숨어 있는데요. 과연 동서식품의 진짜 저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다방 커피를 내 책상 위로…세계 최초 커피믹스의 탄생]
먼저 동서식품이 어떻게 시작해서 지금의 국민 커피 회사가 됐는지부터 볼까요? 1968년에 문을 연 동서식품은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닙니다. 초창기에는 외국 기술을 가져와서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정도였죠. 그런데 1976년, 판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동서식품이 커피에 크리머 ‘프리마’와 설탕을 딱 맞는 비율로 섞어서 한 봉지에 넣은 겁니다. 네,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바로 그 ‘커피믹스’인데요.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의 탄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당시 동서식품 연구원들이 커피믹스 개발을 위해 한 일이 좀 독특했거든요. 바로 전국의 다방을 찾아다닌 건데요. 왜냐고요? 그때만 해도 다방마다 커피 맛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은 진하게, 어떤 곳은 달달하게, 또 어떤 곳은 프림을 듬뿍 넣었죠. 연구원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어떤 커피를 가장 맛있어하는지 일일이 조사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커피를 맛보고 비율을 바꿔가며 테스트한 끝에 찾아낸 게 바로 커피·프림·설탕의 ‘황금 비율’이었습니다. 원래 커피는 다방에 가서 꽤 비싼 돈을 주고 마셨어야 했는데. 이제는 어디서든 뜨거운 물만 부으면 가장 맛있는 다방커피 맛이 아는 거죠. 그러니 이게 안 팔릴 수가 없었겠죠? 커피믹스 출시 이후 커피는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야근하는 직장인들,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이 믹스 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피로회복제이자 위로 그 자체였습니다.
[팩트와 수치가 증명한 커피 제국의 위상]
그렇다면 지금 동서식품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쯤 되면 숫자를 한번 봐야 합니다. 여러분, 네슬레 아시죠? 전 세계 식음료 시장을 휩쓸고 있는 글로벌 공룡입니다. 그런데 이런 네슬레도 한국 커피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못 쓰고 있죠.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동서식품의 점유율이 무려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쉽게 말해 열 잔 중 아홉 잔 이상이 동서식품 제품일 정도라는 겁니다. 맥심, 카누 같은 브랜드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되시죠.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누비는 동안, 한국의 커피믹스 시장만큼은 동서식품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겁니다.
이 정도로 시장을 꽉 잡고 있는데 실적까지 좋다면, 대체 얼마나 벌고 있을까요? 숫자를 한번 보겠습니다. 금감원 공시를 보면 동서식품은 고환율에 원재료 가격까지 오르는 상황에서도 2024년 매출 1조7909억원, 영업이익 17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8105억원, 영업이익 1793억원을 올렸습니다. 매출도, 이익도 꾸준히 올라간 건데요. 쉽게 말해 매년 조 단위로 돈을 벌면서도 영업이익만 1000억원대 후반을 꾸준히 찍어내고 있는 겁니다. 한두 해 반짝 잘된 회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커피믹스 하나 잘 팔아서 버티는 회사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엄청난 현금 창출력을 가진 ‘알짜 기업’이었던 겁니다.
[우리가 몰랐던 동서식품의 진짜 저력]
사실 이렇게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동서식품을 이야기하는 데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동서식품의 진짜 저력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 중심에는 동서식품을 지금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고(故) 김재명 명예회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평생 지켜온 ‘의리 경영’이 있죠. 김재명 명예회장, 원래부터 동서식품 사람이었던 건 아닙니다. 동서식품을 세우기 전에는 삼성그룹에서 잘나가던 샐러리맨이었습니다. 특히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아꼈던 ‘3대 참모’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였죠. 그런데 여기서 정말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김재명 명예회장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습니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이 넘쳐나던 당시 삼성에서 초졸 학력의 샐러리맨이 계열사인 제일제당 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겁니다.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완벽한 신용과 의리였죠. 김재명 명예회장은 삼성 창업 초기부터 무려 35년 동안 이병철 창업주의 곁을 지켰는데요.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거나 신의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이병철 창업주가 이런 말을 했을 정도입니다. “김재명은 내 일생의 80%를 함께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나를 속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만큼 김재명 명예회장은 실력보다 더 중요한 ‘사람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인물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50대 초반에 삼성을 나온 김재명 명예회장은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털어 1972년, 경영난에 빠져 있던 동서식품을 직접 인수한 겁니다. 그리고 삼성에서 배운 걸 그대로 가져옵니다. 철저한 품질 관리, 그리고 이병철 창업주와 함께 지켜왔던 ‘신용’이었죠. 협력사에는 대금을 제때 지급하고, 소비자에게는 언제 사 먹어도 똑같은 맛과 품질을 지키겠다. 단순해 보이지만 김재명 명예회장은 이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신용 경영’이 훗날 동서식품을 거대한 커피 기업으로 키우는 밑바탕이 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동서식품을 인수한 지 불과 4년 만에, 지금까지도 동서식품을 대표하는 바로 그 제품이 세상에 등장합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마셔봤을 그 커피, 바로 ‘믹스커피’였습니다.
[대를 이은 신용·의리 경영 “한 번 우리 식구면 평생 간다”]
김재명 명예회장의 철학은 후대로 이어지면서 제대로 꽃을 피웁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동서식품의 ‘장수 광고 모델’ 기록인데요. 요즘 광고 시장은 어때요? 모델이 조금만 인기가 떨어져도, 신제품이 하나만 나와도 6개월, 1년 만에 얼굴이 바뀌는 게 흔하잖아요. 그런데 동서식품은 좀 달랐어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정말 오래 갑니다. 예를 들면 배우 공유 씨, 2011년부터 무려 15년째 ‘카누’ 모델로 활동하면서 이제는 ‘카누 하면 공유’라는 공식까지 만들죠.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 원빈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맥심 T.O.P’의 얼굴이었죠. “네가 그냥 커피라면, 이 사람은 T.O.P야.” 이 광고 기억나시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원빈 씨의 아내인 배우 이나영 씨 역시 동서식품의 대표적인 장수 모델입니다. 무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24년 동안 ‘맥심 모카골드’의 얼굴을 지켰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가져가는 동서식품의 철학이 광고에서도 그대로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진짜 레전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 씨입니다. 안성기 씨는 1983년 처음 맥심 모델로 발탁된 뒤, 무려 2021년까지 38년 동안 동서식품의 얼굴로 활동했습니다. 국내 광고 역사상 단일 브랜드 최장수 모델이라는 기록이 있죠. 안성기 씨는 1983년 처음 맥심 모델로 발탁된 뒤, 무려 2021년까지 38년 동안 동서식품의 얼굴로 활동했습니다. 국내 광고 역사상 단일 브랜드 최장수 모델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죠. 그런데 이 38년의 인연이 단순히 광고 기록만은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글로벌 커피 공룡 네슬레가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거세게 공략했을 때, 동서식품도 최대 위기를 맞습니다. 그런데 이때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아준 것 중 하나가 바로 안성기 씨가 주는 ‘신뢰감’이었습니다. 따뜻하고 한결같은 이미지가 동서식품의 브랜드와 딱 맞아떨어졌던 거죠. 동서식품은 위기 때 자신들을 지켜준 모델을 버리지 않았고 38년이라는 전설적인 의리로 보답한 것입니다.
[신용과 의리로 블렌딩 된 한 잔의 커피]
어떠신가요, 여러분? 평소 아무 생각 없이 타 마시던 믹스커피 한 잔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으신가요? 고작 15그램짜리 스틱 하나지만, 그 안에는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 위해 발로 뛰었던 연구원들의 노력, 초졸 학력으로 재계의 정상까지 올라선 김재명 명예회장의 신용과 의리, 그리고 무려 38년을 함께한 모델과의 끈끈한 인연까지 들어 있습니다. 결국 동서식품이 판 건 커피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사람을 믿고,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지키는 것. 어쩌면 네슬레도 넘지 못했던 동서식품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요? 오늘 식후에 믹스커피 한 잔 드신다면,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맛보시죠. 달달한 커피 뒤에 숨은 ‘신용과 의리’까지 생각하면서요. 지금까지 르데스크 4인용 책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