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 상가 임대료가 단기간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국 일대에 패션과 향수 등 대형 브랜드와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상권이 빠르게 커진 데다 시장에 나오는 상가 매물까지 부족해지면서 임대료와 권리금이 함께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안국 일대에는 과거와 다른 성격의 매장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북촌로5가길을 중심으로 아디다스 북촌 헤리티지 스토어, 르라보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등 대형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데 이어 패션과 뷰티 브랜드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카페나 음식점 중심이던 골목에 자본력을 갖춘 브랜드가 한옥과 저층 건물을 통째로 활용한 플래그십 매장을 열면서 상권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와 프랜차이즈의 진입은 거리의 풍경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임대료는 약 5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했지만 2년여 전부터 건물과 점포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상승폭이 커졌고 지난해부터는 주요 대로변뿐 아니라 골목 안쪽까지 오름세가 확산됐다.
안국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올리브영이 입점한 3층 규모 건물은 2024년까지만 해도 임대료가 월 2000만원에 못 미쳤으나 지난해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서 월 78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해당 건물은 매각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새 임차인이 입점했다. 불과 1년 사이 임대료가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권리금 역시 억대 규모로 형성되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형 음식점이나 식음료 업체가 권리금 2억~3억원을 지급하고 입점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4억원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매물도 나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허브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안국 일대 상권은 매물 자체가 부족하기도 한데다 골목 상권도 재편되면서 임대료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임대료는 5배 가까이 올랐고 메인 상권일수록 상승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억대 권리금이 형성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프랜차이즈나 대규모 매장 입점이 늘어나면서 권리금은 2년 전부터 급격히 올랐고 최근까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중개업계는 안국 일대 임대료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상가 매물 부족과 대형 브랜드·프랜차이즈의 잇따른 진입을 꼽았다. 상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신규 입점을 원하는 브랜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 나오는 점포가 많지 않아 한정된 매물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실률도 최근 크게 낮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북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6.2%에서 지난해 2분기 9.1%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크게 낮아져 올해 1분기까지 1.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빈 점포가 빠르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본력을 갖춘 대형 브랜드의 입점 수요까지 이어지면서 임대인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셈이다.
대형 브랜드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안국에 들어오는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등이 인접한 안국은 기존에도 대표적인 관광지역이었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패션·뷰티·식음료 소비가 이뤄지는 상권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안국역에서 북촌로5가길까지 직접 둘러본 결과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주요 브랜드 매장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안국역 2번 출구 인근부터 북촌로5가길까지 아디다스 북촌 헤리티지 스토어, 르라보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등이 연이어 자리 잡으면서 전통 관광지와 브랜드 쇼핑 공간이 결합된 형태로 상권이 변화하고 있었다.
특히 한옥이나 저층 건물의 외형을 활용한 플래그십 매장은 일반적인 백화점이나 쇼핑몰과 다른 공간 경험을 제공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개별 매장의 판매수익뿐 아니라 한국적인 공간을 활용한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감수할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의 높은 임대료가 실제 점포의 매출과 수익성으로 얼마나 뒷받침될 수 있을지 여부다. 대형 브랜드는 개별 점포의 직접적인 판매수익뿐 아니라 홍보와 외국인 대상 마케팅 효과 등을 고려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지만 매장 매출에 의존해야 하는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같은 비용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대료 상승이 계속될 경우 기존 임차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소규모 음식점이나 카페, 독립 상점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빠져나간 자리를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채우는 현상이 반복되면 상권의 외형은 성장하더라도 안국 특유의 골목 상권 다양성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안국 일대의 임대료 급등이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대형 브랜드 진입, 매물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다만 단기간에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현재 임대료 수준이 실제 소비 수요와 상가 수익성으로 뒷받침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안국 일대 임대료 상승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상가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해당 상권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높은 비용을 감당하고 입점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점들이 이탈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