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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복지 아이콘’ 브라질 룰라 정권의 4연임 장기집권 설계자들
‘현금복지 아이콘’ 브라질 룰라 정권의 4연임 장기집권 설계자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룰라 다 시우바(이하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국내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년공 출신, 높은 대중적 지지도, 비슷한 정책 기조 등 우리나라의 이 대통령과 여러가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로 지목된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민선 3선 대통령이자 남아메리카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돼 왔다. 여전히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어 올해 10월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에서 4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소년공 출신 민선 3선 신화 브라질 룰라 대통령…세 차례 낙선, 구속 등 굴곡진 정치 인생

 

룰라 대통령은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탓에 어린 시절부터 상파울루 금속공장에서 일했다. 독재정권 시절 노동운동과 대규모 파업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고 1980년 노동자당(PT)을 공동 창당했다. 이후 브라질 대선에 출마했으나 세 차례나 고배를 마셨고 네 번의 도전 끝에 2002년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6년 연임에 성공하며 약 8년 간 브라질의 국정을 이끌었다. 그가 집권하던 시기 글로벌 경제지형 재편에 힘입어 브라질도 신흥 경제강국으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브라질의 국가 재정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룰라 대통령은 안정된 재정을 바탕으로 현금 지원 정책인 ‘볼사 파밀리아’를 확대했고 빈곤율을 34%에서 22%까지 낮추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 외에도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다양한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2010년 퇴임 직전 지지율도 무려 83%에 달했다. 룰라 대통령은 2010년 퇴임하며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비서실장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내세웠다. 지우마 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무난하게 정권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2016년 정부 회계와 예산 운용을 둘러싼 논란 끝에 탄핵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룰라 대통령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18년 대선을 코앞 둔 시점에 전격 구속됐다. 당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룰라 대통령이 출마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정권은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거머쥐었다. 반전은 2021년 일어났다. 대법원이 재판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룰라의 유죄 판결을 무효화하면서 정치에 복귀했다. 이어 2022년 대선에서 현역 대통령 신분이던 자이르 전 대통령과 정면 대결을 펼쳤고 결선투표 끝에 룰라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민선 3선 대통령이 탄생했다. 

 

▲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사진 왼쪽)과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있는 양국 대통령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우선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확실한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과거와 달리 정치적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심지어 룰라 대통령 취임 직후 대선 불복을 외치던 자이르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행정·입법·사법 청사를 동시에 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는 더욱 심각했다. 2기 임기 마지막 해 7%대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3기 임기 첫 해에는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가 재정 역시 또 올해 6월까지 12개월 누적 명목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9.99% 수준인 1조3000억헤알(약 361조원)에 달했다.

 

러닝메이트는 곳간 채우고 후계자는 곳간 관리하고…브라질 경제 주도하는 쌍두마차

 

3기 룰라정부의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은 페르난두 하다드 전 재무부 장관과 제랄두 알크민 부통령이다. 두 사람 모두 상파울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룰라 대통령과의 관계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페르난두 전 장관은 노동자당(PT)에 입당한 뒤 룰라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맡으며 화려하게 중앙정치에 진출한 당내 인사다.반면 제랄두 부통령은 오랫동안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B)에 몸담으며 룰라와 맞섰던 정치적 경쟁자였다. 특히 2006년 대선에서는 PSDB 후보로 출마해 당시 재선에 도전하던 룰라 대통령과 결선에서 맞붙기도 했다. 이후 룰라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변신하며 핵심 측근인사로 자리매김했다.

 

1963년생인 페르난두 전 장관은 상파울루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2005년 1기 룰라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에 발탁되며 대중에게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상파울루 시장을 거치며 노동자당(PT)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2018년 수감으로 대선 출마가 좌절된 룰라를 대신해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페르난두 전 장관은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지만 상대 후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에게 패배했다. 2023년 3기 룰라정부 출범 후 재무부 장관에 발탁됐다. 연이은 신임을 받은 이력 덕분에 브라질 내에서 룰라 대통령의 1순위 후계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페르난두 전 장관은 재임 시절 3기 룰라정부의 재정정책을 주도했다. 2023년 기존 지출상한제를 대체하는 신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세제 개편과 재정수지 개선을 추진했다. 그러나 복지와 사회보장 지출 등이 늘어나면서 당초 제시한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약 3년 간 재무부를 이끈 그는 오는 10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3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브라질 최대 인구 중심지인 상파울루는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만큼 룰라 대통령도 페르난두 전 장관의 주지사 도전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는 페르난두 전 장관이 노동자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정치적 경쟁력을 입증할 최종 시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 브라질 룰라정부 주요 인물들.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제랄두 부통령은 1952년생으로 타우바테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상파울루 주지사를 무려 13년이나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과거에는 룰라 대통령과 정반대 진영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2006년 대선 당시 PSDB 대통령 후보로 나서 룰라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에도 PSDB에 몸담으며 브라질의 중도우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2021년 돌연 탈당한 후 정치적 노선까지 바꿨다. 이듬해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PSB)에 입당해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선거연합에 합류했다. 중도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룰라 대통령과 정치 노선의 변화를 꿰하는 제랄두 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제랄두 부통령은 3기 룰라정부 출범 직후 개발산업통상서비스부 장관을 겸직하며 산업정책을 주도했다. 2024년 농산업과 보건, 국방기술 등 6개 분야를 육성하는 재산업화 정책인 ‘노바 인두스트리아 브라질’을 주도하는 등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산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악화된 브라질 경제 재건에 공을 들였다. 페르난두 전 장관이 곳간 관리를, 제랄두 부통령이 곳간을 채우는 분업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제랄두 부통령은 지난 4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부통령직만 유지하고 있다. 오는 10월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사회당 소속으로 노동자(PT)당의 룰라 대통령과 다시 선거연합을 꾸려 부통령 연임에 도전한다.

 

대통령 후계자부터 최측근 영부인까지…룰라정부의 장기집권 일궈낸 막후 실세 3인

 

브라질 현지에선 룰라 대통령이 무려 세 번이나 대통령을 역임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든든한 후원자들을 꼽고 있다. 일각에선 후원자들을 일컬어 ‘룰라정부의 막후실세’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은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다. 1947년생인 그는 히우그란지두술연방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치인이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진 브라질 군사독재 시절 무장저항 조직에서 활동하며 정권에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1980년부터 정당 정치에 뛰어들어 2001년 노동자당(PT)에 입당했다. 이듬해 1기 룰라정부 출범 후 광산에너지부 장관에 발탁됐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데 이어 2010년 룰라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대선에 출마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올랐다.

 

이후 201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두 번째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했다. 경기 침체와 정부 회계처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2016년 의회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하던 그는 3기 룰라정부 출범과 함께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2023년 브릭스(BRICS)가 설립한 신개발은행(NDB) 총재에 취임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이 속해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신흥국 협의체다. 신개발은행은 브릭스 회원국의 대형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다. 지우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총재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30년까지다.

 

▲ 브라질사회당(PSB)은 지난달 29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제랄두 알크민 부통령의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사진 왼쪽부터 룰라 대통령과 알크민 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후이 코스타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막후실세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63년생인 후이 전 실장은 바이아연방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노동자당(PT) 소속 정치인이다. 2014년 바이아주지사에 당선된 후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며 8년 간 지방 행정을 이끌었다. 바이아주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노동자당의 텃밭 중 한 곳이다. 후이 전 실장은 주지사 임기를 마친 뒤 2023년 출범한 3기 룰라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비서실장 시절 각 부처의 주요 국책사업을 총괄·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후이 전 실장은 3년여간 비서실장을 지낸 뒤 지난 4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는 10월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바이아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룰라 대통령의 아내 자냐 룰라 다 시우바 영부인도 영원한 동반자이면서 핵심 조력자로 평가된다. 1966년생인 자냐 룰라 영부인은 파라나연방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는 17세가 되던 1983년 노동자당(PT)에 가입해 일찍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브라질과 파라과이가 공동 운영하는 이타이푸 수력발전소에서 지속가능개발 분야를 담당했다. 룰라 대통령과는 오랜 기간 동료 관계를 이어오다 2022년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자냐 룰라 영부인은 통상적인 영부인 역할 외에도 SNS와 공식 행사를 통해 기아·빈곤 퇴치와 여성 권리 등 룰라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의제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앞서 2024년 브라질이 G20 의장국을 맡았을 당시 기아와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 활동을 주도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10월 4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4선에 도전한다. 올해 나이 80세라는 고령의 나이와 정부 재정악화 등의 패널티를 안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지지율 순위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아틀라스인텔·블룸버그의 가상 결선투표 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은 49.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력 경쟁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42.9%로 두 후보의 격차는 6.3%p다. 룰라 대통령이 세 차례 집권하는 과정에서 구축한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지지 기반이 여전히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두빈 부산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전공 교수는 “브라질 국민은 이념보다 삶의 질과 경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룰라 대통령은 빈곤층 지원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남겼기 때문에 여전히 강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룰라정부는 중국의 성장과 원자재 호황이라는 외부 환경의 도움을 받아 복지 정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다만 현재는 브라질 경제의 구조적 한계와 중산층의 불만 여론도 상당해 선거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Q&A
Q1. 룰라 브라질 대통령 정부의 주요 인물 5명은 누구인가?
A. 페르난두 하다드 전 재무부 장관, 제랄두 알크민 부통령,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후이 코스타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영부인 자냐 룰라 다 시우바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페르난두 전 장관은 룰라정부의 교육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정치적 후계자이고 제랄두 부통령은 과거 대선에서 룰라와 맞붙었다가 현재는 러닝메이트가 된 정치적 경쟁자다. 지우마 전 대통령은 룰라의 후계자로 대통령까지 지냈고 후이 전 비서실장은 3기 정부의 국정 운영을 실무에서 총괄했다. 자냐 룰라 영부인은 대외 활동과 사회적 의제를 중심으로 룰라를 지원하고 있다.
Q2. 과거 대선 경쟁자였던 제랄두 알크민 부통령은 어떻게 룰라의 러닝메이트가 됐나?
A. 제랄두 부통령은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B) 소속으로 2006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와 맞붙었던 정치적 경쟁자다. 2021년 30년 넘게 몸담았던 PSDB를 탈당한 뒤 이듬해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PSB)에 입당했다. 당시 3선에 도전하던 룰라는 중도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제랄두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두 사람은 2022년 대선에서 함께 승리했고 현재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을 맡고 있다.
Q3. 룰라는 어떻게 세 차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나?
A. 룰라는 금속노동자와 노동운동가를 거쳐 2002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집권 당시 현금 지원 정책인 ‘볼사 파밀리아’를 확대했고 원자재 호황까지 맞물리면서 경제성장과 빈곤 감소를 이끌었다. 퇴임 이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수감되며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2021년 연방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무효화하면서 출마 자격을 되찾았다. 이듬해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꺾으며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민선 3선 대통령이 됐다.
Q4. 오는 10월 제40대 브라질 대선은 현재 어떻게 예측되고 있는가?
A. 룰라는 오는 10월 4일 대통령 선거에서 네 번째 대통령 당선에 도전한다. 고령과 재정 부담 등 악재에도 현재 주요 야권 후보를 상대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아틀라스인텔·블룸버그 가상 결선투표 조사에서 룰라는 49.2%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상원의원의 42.9%를 6.3%p 앞섰다. 과거 집권기에 형성된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견고한 지지 기반이 현재까지 룰라의 주요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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