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데스크

테마설정
임대료는 송리단길급, 인지도는 제자리…3년째 길 잃은 ‘호수단길’
임대료는 송리단길급, 인지도는 제자리…3년째 길 잃은 ‘호수단길’

서울 송파구가 석촌호수 서측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호수단길’을 조성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인근 송리단길과 비교해 방문객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노포부터 유명 음식점과 이색 카페까지 200여개 업소가 밀집해 있지만 ‘호수단길’이라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 방문객과 상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석촌호수라는 대규모 집객시설을 바로 앞에 두고도 호수를 찾은 방문객의 발길을 골목 안으로 유도할 만한 콘텐츠와 동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이름의 골목상권이 잇따라 등장한 만큼 단순히 거리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브랜드화를 넘어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와 적극적인 집객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성 3년에도 낮은 인지도…“여기가 호수단길이라고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측인 서호에서 지하철 8·9호선 석촌역으로 이어지는 백제고분로39길 일대는 지난 2023년 송파구가 송리단길에 버금가는 골목상권을 조성하기 위해 ‘호수단길’로 명명한 곳이다. 2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음식점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맛집을 비롯해 카페와 주점 등 200여개 업소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생활상권에 새로운 이름과 이미지를 입혀 외부 방문객까지 끌어들이는 지역 대표 골목상권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조성된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호수단길의 인지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석촌호수 동측에서는 송리단길과 방이먹자골목 등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서측에 위치한 호수단길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상태다. 석촌호수를 사이에 두고 비슷한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외부 방문객이 상권 자체를 목적으로 찾아오는 이른바 ‘목적형 상권’으로는 아직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사진은 지난 2023년 백제고분로 39번길 일대에 조성한 호수단길의 모습. ⓒ르데스크

 

호수단길 초입에 설치된 조형물을 제외하면 상권 브랜드를 방문객에게 각인할 만한 요소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포털 지도에서는 백제고분로39길 일대가 호수단길로 표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방문객이 해당 상권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징적인 시설이나 거리 특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변 상권과의 연계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호수단길 인근의 송리단길은 방이먹자골목과 비교적 가까워 두 상권을 오가는 방문객이 많다. 송리단길에서 카페와 쇼핑을 즐긴 뒤 방이먹자골목으로 이동해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식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상권이 방문객과 소비 수요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호수단길은 송리단길과 방이먹자골목에서 석촌호수를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더 이동해야 한다. 석촌호수 서호와 맞닿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호수를 찾은 방문객의 발길을 골목 안쪽으로 끌어들이거나 동측 상권의 유동인구를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만한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석촌호수라는 대규모 집객시설을 바로 앞에 두고도 호수 방문객을 상권의 실질적인 소비층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중개업계와 지역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호수단길이라는 이름을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보다 기존 석촌호수 상권을 찾았다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경우가 아직 더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여는 점포 가운데 호수단길이라는 상권의 이름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알고 입점하는 자영업자도 하나둘 늘고 있지만 방문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재정 주머니부동산 중개보조원은 “호수단길로 조성된 지 아직 오래되지 않아 이곳을 호수단길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호수단길을 알고 새롭게 들어오는 자영업자들도 있지만 상권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리단길과 임대료 비슷한데 집객력은 격차…“이름 아닌 콘텐츠 필요”

 

▲ 석촌동 평균 임대료 비교 & 석촌동 점포수 추이.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호수단길이 위치한 석촌동의 전체 점포 수는 2024년 1분기 2693개에서 2025년 1분기 2608개, 올해 1분기 2525개로 2년 새 168개(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1층 상가의 3.3㎡당 월 환산임대료는 16만8731원에서 16만4924원으로 하락했다가 올해 17만1866원으로 상승했다. 1층 외 상가는 9만6320원에서 9만9570원으로 오른 뒤 올해 9만2124원으로 떨어졌다. 점포 수가 꾸준히 감소한 데다 임대료 역시 1층 상가를 제외하면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도 최근 호수단길 일대 상가의 보증금과 월세가 과거보다 오르고 있지만 이를 상권 자체의 인기가 높아진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석촌동 일대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상가 임대료 역시 주변 시세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호수단길이 위치한 석촌동과 송리단길이 위치한 송파동의 상가 임대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거래 플랫폼 ‘네모’에 따르면 석촌동의 3.3㎡당 평균 임대료는 13만2000원으로 송파동의 13만5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균 보증금은 석촌동이 3849만원, 송파동이 3699만원으로 오히려 석촌동이 소폭 높았다. 상권 인지도와 외부 방문객 유입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상가를 임차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권리금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석촌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한 상가 매물은 보증금 3300만원, 월세 330만원에 권리금 8000만원이 책정돼 있었다. 또 다른 1층 상가 역시 보증금 2500만원, 월세 250만원에 권리금 65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반면 권리금 없이 임차인을 구하는 점포도 있어 입지와 업종, 기존 영업 상황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특히 송리단길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와 보증금을 부담하면서도 상권 인지도와 외부 방문객 유입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신규 창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권 자체의 집객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별 점포가 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부담해야 하고 유명 음식점이나 일부 점포에만 방문객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호수단길 일대에 위치한 가게들의 모습. ⓒ르데스크

 

호수단길이 송리단길과 차별화된 상권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역 자원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수단길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노포와 지역 주민 중심의 음식점, 카페 등이 혼재해 있다. 여기에 석촌호수 산책·러닝 수요를 연계한 먹거리와 휴식 콘텐츠를 마련하면 기존 생활상권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거리 입구에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지도에 명칭을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방문객이 호수단길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는 거리 디자인과 안내체계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석촌호수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보행 동선을 정비하고 노포와 맛집, 카페를 연계한 지도나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상권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역마다 ‘○리단길’이나 ‘○○단길’ 등의 이름을 붙인 골목상권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명칭만으로는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형태의 골목상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최근 전국적으로 ‘○○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골목상권이 너무 많아지면서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상권을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수 있도록 해당 지역만의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호수단길 역시 석촌호수와 노포 등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다른 골목상권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권만의 특색을 만든 이후에는 방문객들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송파구청 관계자는 “현재 호수단길 활성화를 위한 별도 예산이 확보된 상황은 아니지만 국비나 시비 등을 통해 예산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또한 상인회와 같은 상인 조직 역시 아직 형성되지 않아 상점가 지정이나 구청과 연계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별도 예산 없이 추진할 수 있는 SNS 등 온라인 홍보를 중심으로 호수단길을 알리고 있다”며 “지난달에도 송파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호수단길과 석촌호수 야경을 연계해 소개했으며 향후 상인 조직 형성과 예산 확보를 위한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기사 속 Q&A
Q1. '호수단길'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나?
A.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 석촌호수 서측(서호)에서 지하철 8·9호선 석촌역으로 이어지는 ‘백제고분로39길’ 일대를 호수단길이라 부른다.
Q2. 최근 석촌동(호수단길 위치)의 점포 수 추이는?
A.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석촌동 전체 점포 수는 2024년 1분기 2,693개 → 2025년 1분기 2,608개 → 2026년 1분기 2,525개로 2년 동안 총 168개(6.2%) 감소했다.
Q3. 송리단길과 비교했을 때 호수단길의 입지적·구조적 차이점은?
A. 송리단길은 방이먹자골목과 인접해 ‘카페·쇼핑 → 식사·주류’로 이어지는 상권 간 연계 소비가 활발하지만, 호수단길은 석촌호수 서측에 떨어져 있어 동측 상권과의 유동인구 공유가 어렵다.
댓글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