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신작 게임의 실물 타이틀 생산 종료가 예고되면서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중고 게임 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당장 기존 타이틀의 유통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원하는 게임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리 디스크를 구매하거나 소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도 시장 전반의 품귀 현상과는 별개로 신작부터 구형 타이틀까지 실물 게임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플레이스테이션 신작 게임의 실물 타이틀 생산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SIE는 지난 1일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를 통해 2028년 1월부터 콘솔용 신작 게임의 실물 타이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생산 종료 이후 출시되는 신작은 실물 디스크보다 콘텐츠를 내려받는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으로 유통될 전망이다.
다만 생산 종료 대상은 향후 출시되는 신작 타이틀인 만큼 현재 유통 중인 플레이스테이션2·3·4·5용 게임이 당장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타이틀은 남아 있는 재고나 보유자 간 중고거래를 통해 계속 유통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 작품과 한정판, 판매량이 적었던 게임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데스크가 27일 찾은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는 평일임에도 중고 게임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중고 타이틀 코너에는 이용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원하는 게임의 재고를 문의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플레이스테이션2·3용 구형 타이틀부터 최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5 타이틀까지 폭넓게 살펴보며 구매에 나섰다.
생산 종료 발표가 즉각적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에게는 실물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시기가 제한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평소 구매를 미뤘던 게임을 미리 확보하거나 과거 즐겼던 작품을 다시 소장하려는 수요가 함께 나타나는 모습이다.
국제전자센터에서 만난 서상현 씨(48·남)는 생산 종료 소식을 접한 뒤 중고 매장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시간이 지나면 PS5 타이틀을 더욱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요즘 자주 매장을 찾아 실물 타이틀을 구매하고 있다”며 “30여년 동안 게임을 즐긴 입장에서 CD가 사라진다는 것은 충격적인 결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종료 시점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원하는 타이틀을 미리 확보하려는 마음에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며 “게임 타이틀은 당연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책이 바뀐다는 소식 이후 실물 타이틀을 더욱 자주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비자 전기수 씨(가명·45·남)는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 원하는 타이틀을 미리 구매하려고 방문했다”며 “우리 세대에는 CD를 콘솔에 넣어 게임을 즐기고 타이틀을 하나씩 모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실물 타이틀을 소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젊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실물 타이틀을 모으는 경험에 의미를 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등학생 고한율 군(19·남)은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게임을 즐기는 것만큼 실물 타이틀을 소장하는 경험도 중요하다”며 “디지털 다운로드가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실물 타이틀을 하나씩 모으는 과정이 더욱 익숙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현장 상인들도 생산 종료 발표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실물 타이틀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전자센터에서 중고 게임을 판매하는 김상식 씨(가명)는 취재 당시 일부 플레이스테이션5 타이틀의 재고가 소진됐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었다. 김 씨는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진 이후 PS5 이용자들이 매장을 많이 찾고 있다”며 “최근 출시작뿐 아니라 과거에 나온 PS2와 PS3 타이틀을 구매하려는 고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매장의 일부 타이틀이 품절된 것을 실물 게임 시장 전반의 품귀 현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생산 종료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현재 판매 중인 타이틀도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타난 변화는 공급 부족이 현실화됐다기보다 향후 희소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구매 시점을 앞당긴 현상에 가깝다.
다운로드는 이용권, 디스크는 소유물…생산 종료 예고에 소장 가치 부각
전문가들은 SIE의 이번 결정이 게임 유통 방식뿐 아니라 소비자가 콘텐츠를 보유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 게임을 구매해 보관하고 필요할 때 중고로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이용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다운로드는 매장을 방문하거나 디스크를 교체할 필요 없이 원하는 게임을 즉시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스크와 패키지를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지 않다. 반면 실물 타이틀은 구매자가 직접 보관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하거나 양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콘텐츠와 차이가 있다.
게임을 실행하는 기능만 놓고 보면 두 방식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게임 타이틀을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수집품이나 추억을 담은 물건으로 인식하는 이용자에게는 패키지와 표지, 디스크 자체도 상품 가치의 일부다. 특정 시기에 즐겼던 게임을 실물로 보관하는 행위가 개인의 경험을 남기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생산 종료가 예고되면서 이러한 소유 가치가 오히려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실물 타이틀 공급이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신작 디스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소비자에게 ‘구매할 수 있을 때 확보해야 한다’는 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유에서 접근으로 소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대표적인 사례다”며 “디지털 콘텐츠는 이용 권리를 중심으로 소비하는 반면 실물 타이틀은 소유와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물 타이틀은 구매 이후 자유롭게 소장하거나 중고로 거래할 수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이용 권리를 구매하는 개념에 가까운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유의 의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오히려 실물 상품에 대한 애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편리성과 접근성은 디지털 콘텐츠의 강점이지만 물리적인 형태와 수집·거래 경험은 실물 타이틀이 제공하는 고유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과 실물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커질 수 있다”며 “단종 소식 자체가 소비자에게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를 자극하고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이용자에게는 박탈감과 함께 소장 욕구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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