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상가가 높은 분양가에도 잇따라 계약을 마무리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택시장뿐 아니라 상업시설로도 투자 자금이 강남권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다음 달 입주를 앞둔 ‘반포래미안트리니원’의 단지 내 상가는 역세권 입지와 재건축 프리미엄, 반포 생활권의 높은 소비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하층 분양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단지 내 상가 미분양과 계약 지연이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3.3㎡당 5000만~6000만원에도 완판…구반포역 연결 기대감 반영
27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에 들어서는 반포래미안트리니원의 상업시설 ‘나인반포’ 지하층 상가가 최근 분양을 마쳤다. 계약면적 기준 3.3㎡당 분양가는 지상 1층이 약 2억원, 지상 2~4층은 1억원대에 책정됐다.
이번 분양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지하 1층의 3.3㎡당 분양가는 5000만~6000만원대로 지상층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았다. 여기에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계획돼 단지 입주민뿐 아니라 지하철 이용객까지 배후수요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하층 상가가 같은 건물의 지상층보다 낮은 분양가와 역세권 입지를 동시에 갖추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상가 분양가 자체는 높은 수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향후 구반포역과 직접 연결될 경우 안정적인 유동인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가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구반포역 내부에서는 단지와 연결되는 지하 통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연결 공사가 마무리되면 트리니원 입주민뿐 아니라 지하철 이용객도 자연스럽게 상가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와 상업시설이 직접 연결되는 구조는 날씨와 관계없이 일정한 유동인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요소로 평가된다.
인근 재건축 사업을 통해 형성될 대규모 배후수요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포 일대에는 트리니원 외에도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 대규모 신축 단지가 공급될 예정이며 향후 약 1만세대 규모의 주거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 주민들의 생활 소비를 흡수할 상업시설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포 일대는 오래전부터 서울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역으로 평가받아 왔다. 구반포와 잠원 일대는 한강변 입지와 교육·교통·생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부촌 이미지를 형성해 왔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주거 환경과 자산가치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주거지 변화가 단지 내 상가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축 아파트 입주로 배후수요가 확대되는 데다 강남·서초권에서 근무하는 소비력 높은 거주층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되는 입지적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임대수익과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기대하는 투자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강남권에서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 상가가 높은 분양가에도 비교적 빠르게 계약되는 배경에는 이처럼 입지와 소비력, 신규 주거 공급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가의 절대 수준만 놓고 보면 부담이 크지만 안정적인 배후수요와 유동인구가 예상되는 상가에는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가격 낮아도 계약은 지연…상가시장도 강남·비강남 온도차
반면 비강남권 일부 단지 내 상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음에도 분양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개별 상가의 공급 시기와 규모, 점포 구성 등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분양가보다 입지와 배후수요의 소비력이 투자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가분양안내 전문 플랫폼 상가114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계 SK뷰 단지 내 상가’는 현재도 분양을 진행 중이다. 해당 상가의 3.3㎡당 분양가는 지상 1층 기준 4200만~5500만원, 지상 2층은 2500만~4900만원 수준이다. 반포권 신축 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지만 강남권 상가처럼 단기간에 분양을 마무리하지는 못하면서 입지에 따른 투자수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유보라 파크몰’도 현재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상가는 독립문역 인근에 위치하고 영천시장과 맞닿아 있으며 약 1만2000세대의 배후수요를 갖춘 단지 내 상가다.
경희궁유보라 파크몰의 3.3㎡당 분양가는 지하 1층이 343만5000원~1091만8000원, 지상 1층은 428만원~669만6000원 수준이다. 나인반포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고 인근 주거 수요도 상당하지만 분양은 아직 진행 중이다. 가격만 낮춘다고 투자수요가 곧바로 유입되진 않는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상가시장에서도 ‘입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상권의 전체 규모나 업종 구성이 주요 투자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고소득 배후수요와 재건축 여부, 지하철역과의 연결성, 신축 단지 입주 규모 등이 분양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금리와 소비 위축 등으로 상가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임차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상가를 찾기보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소비층과 일정한 유동인구가 뒷받침되는 지역을 선별하면서 강남권 핵심 입지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가 분양가가 높더라도 주변 주택 가격과 거주민의 소득 수준, 향후 입주 물량 등을 고려해 임대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 반대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유동인구와 소비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공실 우려가 크면 계약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팬데믹 이후 변화한 소비 방식도 상가 분양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소비와 배달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단순 소매점 중심의 소규모 상가보다 의료시설과 식음료 매장, 체험형 매장 등 목적형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업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신축 단지 내 상가는 작은 점포를 다수 배치하기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해 다양한 업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가의 개별 면적과 동선, 접근성 등 상품 구성이 배후수요만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가시장의 양극화가 단순한 강남과 비강남의 지역 구분만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역세권 여부와 입주민 규모, 소비력, 점포 설계, 적합한 업종을 유치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상가로 투자수요가 집중되는 과정에서 강남권 핵심 지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상가도 과거처럼 작은 점포를 많이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카페나 병원, 대형 음식점 등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업종의 수요가 늘면서 상가의 규모와 설계 방식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다만 이러한 상품성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배후수요와 소비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반포처럼 재건축과 역세권, 고소득 주거수요를 동시에 갖춘 지역은 높은 분양가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분양 성적에서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