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관람료 부담으로 영화관을 찾는 횟수는 줄고 있지만, 정작 일반관보다 몇 배 비싼 프리미엄 상영관을 선택하는 관객은 늘고 있다. 평소에는 할인 혜택을 활용하거나 극장 방문을 줄이면서도 꼭 보고 싶은 작품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선택적 소비가 극장가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집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화면과 음향, 독립 공간 등 차별화된 경험이 제공된다면 일반관 관람료의 최대 3.6배에 이르는 가격도 감수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최근 일반관보다 비싼 특수 상영관을 찾는 발길은 오히려 늘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맥스·스크린X·4D 등 특수 상영 포맷 관객은 약 281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했다. 아이맥스 관객은 45.9%, 스크린X는 32.3%, 4D는 10.2% 늘었다. 전체 극장 관객 중 특수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4.5%에서 올해 상반기 4.9%로 상승했다.
일반관 관람료에 대한 부담은 커졌지만 집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화면과 음향, 좌석 효과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대신 화면과 음향이 중요한 작품이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영화에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도 달라진 소비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일 오후 르데스크가 찾은 서울 용산 인근 영화관은 가족 단위와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일반 2D 영화를 보러 온 관객뿐 아니라 아이맥스와 리클라이너 등 가격대가 높은 상영관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초소규모 독립 상영관이나 식사와 영화 관람을 결합한 시설을 찾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행위보다 관람 과정에서 얻는 특별한 경험에 비용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부인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김인환 씨(가명·남)는 “자주 영화를 보러 오곤 했지만 한 번쯤은 시설과 서비스의 질이 좋은 공간에서 관람하고 싶었다”며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라도 개인적인 공간에서 보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경험하는 것이라면 지불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특성에 따라 일반관과 특별관을 구분해 선택한다는 관객도 있었다. 대학생 이동혁 씨(23·남)는 “모든 영화를 비싼 상영관에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나 화면이 중요한 작품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상영관을 선택한다”며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관람하고 나면 제값을 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세분화된 수요에 맞춰 극장업계도 상영관을 다양화하고 있다. 아이맥스는 대형 스크린과 고음질 사운드로 몰입도를 높이고, 4DX는 좌석 진동과 움직임, 바람 등 특수효과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리클라이너관은 좌석을 뒤로 눕힐 수 있도록 해 편안한 관람 환경을 강조한다.
고가 프리미엄관은 좌석뿐 아니라 공간과 서비스까지 차별화했다. 골드클래스는 소파형 좌석과 웰컴 음료, 전용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템퍼시네마는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와 협업한 전동 침대형 좌석을 갖췄고, 프라이빗 박스는 유리벽으로 분리된 2~4인 독립 공간에 카드키로 입장하는 방식이다. 씨네드쉐프는 파인다이닝과 영화 관람을 결합해 영화 티켓보다 복합 여가상품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르데스크가 주요 상영관 가격을 자체 조사한 결과 일반관과 프리미엄 상영관의 가격 차이는 최소 1.4배에서 최대 3.6배까지 벌어졌다. 화면과 음향, 좌석 기능을 강화한 기술 특별관은 일반관 대비 1.4~1.8배 수준이었지만, 독립 공간과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프리미엄관은 3배를 웃돌았다.
4DX 관람료는 2만원으로 평일 일반관 관람료 1만4000원의 약 1.4배였다. 아이맥스는 2만1000원으로 약 1.5배, 프리미엄 리클라이너는 2만5000원으로 약 1.8배 수준이었다. 일반관보다 비싸지만 대형 화면과 입체 음향, 좌석 효과 등 가격 차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설들이다.
공간과 부가서비스가 포함되는 프리미엄관부터는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골드클래스 관람료는 4만5000원으로 일반관의 약 3.2배였다. 템퍼시네마와 프라이빗 박스는 각각 5만원으로 일반관의 약 3.6배에 달했다. 가장 저렴한 4DX와 가장 비싼 템퍼시네마·프라이빗 박스 사이의 가격 차이만 비교해도 2.5배 수준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상영관에 따라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극장업계는 동일한 콘텐츠에 화면과 음향, 좌석, 독립 공간, 부가서비스를 더해 여러 가격대의 상품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가격 차이가 큰데도 프리미엄 상영관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가정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이 지목된다. 영화 콘텐츠 자체는 OTT를 통해 집에서도 볼 수 있지만 대형 스크린과 입체 음향, 움직이는 좌석, 침대형 좌석, 독립된 관람 공간은 가정에서 쉽게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소비 양극화보다 경험 소비와 선택적 소비가 결합된 현상으로 분석했다. 평소에는 극장 방문을 줄이거나 할인 혜택을 활용하다가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의 작품, 화면과 음향이 중요한 대작이 개봉했을 때만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들은 집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다”며 “특별한 좌석과 공간에서만 가능한 총체적인 경험을 위해 소비하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수준이 높아 프리미엄 소비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특정 영화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갖고 싶을 때 프리미엄 영화관을 찾는다”며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영화를 최상의 환경에서 즐기기 위해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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