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생존 전략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직접 매장을 운영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채용과 무인화 시스템 도입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노동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체계 전반과 지역·산업별 차등 적용 여부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1만70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공익위원들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7%를 하한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5.25%를 상한으로 제시했고, 노·사 양측이 이를 두고 협상을 벌인 끝에 표결을 통해 3.7% 인상안이 최종 확정됐다.
자영업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놀라기보다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상당수는 직접 계산대를 지키거나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었으며,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한 임금 상승을 넘어 고용 방식과 매장 운영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C방을 운영하는 김성재 씨(38·가명)는 “고물가로 원자재와 유통비도 계속 오르는데 인건비까지 늘어나면 매장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채용하기보다 직접 일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주휴수당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정상일 씨(가명)는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크타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여러 명 써야 하지만 비용을 줄이려면 결국 점주가 직접 매장에 상주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논현동에서 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장기환 씨(가명)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 현재도 시급 1만4000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며 “키오스크는 이미 기본이고, 일반 아르바이트생보다 장기간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현역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수혁 씨(33·가명)는 “현재는 키오스크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다”며 “당장은 인상 폭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내년 실제 인건비가 오르면 결국 판매가격을 올리는 방향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내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2027년 1만700원으로 10년 동안 약 65.4% 인상됐다. 이번 인상률은 3.7%로 비교적 완만한 수준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체감 부담은 수치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급뿐 아니라 주휴수당, 4대 보험료, 퇴직급여 등 법정 인건비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점주가 직접 근무 시간을 늘리거나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무인 주문 시스템을 확대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자체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현행 임금체계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우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이 더해지는 현재 제도에서는 실제 사업주가 부담하는 인건비가 명목상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자영업자는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무인화 설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감소나 근로시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별 경제 여건을 반영한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은 지역별 물가 수준과 평균임금, 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마다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역시 전국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경제 여건과 산업 특성을 반영한 차등 적용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는 핵심 원인은 주휴수당이 포함된 현행 임금체계에 있다”며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주가 체감하는 인건비 부담은 훨씬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노동자가 반드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영업자는 부담이 커질수록 채용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하게 되고, 결국 노동자의 일자리와 근로기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도 최저임금 인상 여부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체계 전반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지역별·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차등 적용 방안도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와 생활비, 사업 환경이 다른 지역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노동자 보호와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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