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맞아 예고 없는 집중호우가 빈번해졌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폭우 피해에 취약한 곳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상권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인 빗물받이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가 하면 침수주의보가 발령된 하천 인근을 아무렇지 않게 통행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여럿 목격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폭우 대비 시설 확충과는 별개로 시민들이 폭우에 경각심을 갖게 만드는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강남 한복판 배수로엔 담배꽁초 수북, 침수예보 재난 문자 발송 후에도 하천 주변 산책
전국적인 폭우로 몸살을 앓던 9일 오후 12시, 수도권 전역에 장맛비가 쏟아진 가운데 강남 일대에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우산을 써도 어깨가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의 비였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 내 상인들은 폭우에 대비해 매대 물건을 비닐로 덮고 물막이까지 설치하는 등 만전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시장 골목 배수로 역시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먹자골목의 모습은 180도 달랐다. 골목 곳곳에 설치된 배수로 덮개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몇몇 덮개는 이미 담배꽁초로 막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 배수로 덮개 옆에 세워진 전봇대에는 ‘NO담’, ‘금연구역입니다’ 등의 안내 표지가 붙어있었지만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지하철 9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신논현역 인근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하철 출입구 주변과 상가가 밀집한 골목 배수로 덮개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지하철 2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12번 출구 인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상가 관리인은 “배수로에 담배꽁초가 들어가면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침수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수시로 청소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계속 버려 현실적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서울 신대방역 인근 신대방1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신대방 1교는 ‘침수우려지역’으로 지정됐다. 도시침수예보 사업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 안내 문자도 발송됐다. 링크에 접속해본 결과 신대방1교는 빨간 색깔 표식으로 위험도가 전달되고 있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문자를 전달받은 시민들은 침수우려지역을 확인하고 침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고 다행히 빗줄기는 오전에 비해 가늘어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통제는 유지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하천 주변으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중 상당수는 재난문자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침수우려지역 알림 서비스 자체를 처음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고령자들은 문자에 포함된 링크에 접속하거나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지역 주민 이순희 씨(66·가명·여)는 “알림 서비스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몰라서 이곳이 통제 지역이라는 사실도 몰랐다”며 “재난 문자를 받아도 자세한 기능을 알지 못해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정희 씨(79·가명·여)도 “비가 그친 뒤 산책을 나왔다가 하천이 막혀 있는 것을 보고서야 통제 사실을 알았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에겐 재난 문자 보단 사이렌 같은 다른 알림 방식을 사용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마철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뿐 아니라 재난정보 전달 체계와 현장 관리도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문자만으로 모든 시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또한 장마철에는 지자체의 시설 관리뿐 아니라 시민들의 협조가 중요한데 특히 담배꽁초나 생활쓰레기가 배수로에 쌓이는 것은 침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시민들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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