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굳이 찾지 않던 토마토주스가 비행기 안에서는 유난히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항공사에서도 토마토주스를 기내 인기 음료 중 하나로 꼽곤 하는데요. 도대체 왜 비행기 안에서 토마토주스가 더 맛있는 걸까요?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과거 독일의 한 항공사에선 기내에서 토마토주스가 유독 많이 팔리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의뢰한 적이 있는데요. 연구 결과 원인은 토마토주스 자체가 아니라 비행기 안의 ‘특별한 환경’에 있었습니다.
비행기 객실은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습도도 낮습니다. 특히 기내 습도는 사막과 비슷한 수준인 10~20%까지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건조한 환경에서는 코 점막이 쉽게 마르고 후각이 둔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맛을 느낄 때는 후각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후각이 약해지면 맛도 평소보다 흐릿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낮은 기압과 기내 소음도 영향을 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행기 안에서는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미각 세포의 능력이 약 30%까지 떨어지는데요. 반면 감칠맛은 상대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토마토에는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지상에서는 평범하거나 조금 밍밍하게 느껴지던 토마토주스가 기내에서는 오히려 더 진하고 풍부한 맛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기내식이 지상에서 먹는 음식보다 간이 센 것도 비슷한 이유인데요. 비행기 안에서는 맛이 평소보다 옅게 느껴질 수 있어서 항공사들은 음식의 간이나 향을 조금 더 강하게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마토주스 특유의 맛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내에서는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입안이 텁텁해지고 몸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죠. 이때 토마토주스의 살짝 새콤한 맛과 묵직한 질감은 입맛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목을 축이는 음료라기보다 답답한 기내에서 기분을 조금 환기해주는 음료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결국 비행기 안에서 토마토주스가 갑자기 특별한 음료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혀와 코인 거죠. 같은 음료라도 어디서, 어떤 상태로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니, 흥미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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