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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역행 논란 신한카드…120명 원격지 발령에 직원들 ‘절규’
포용금융 역행 논란 신한카드…120명 원격지 발령에 직원들 ‘절규’

박창훈 사장이 이끄는 신한카드가 최근 직원 120여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원격지 발령을 단행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 측은 조직 쇄신과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입장이지만 신한카드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사택조차 마련되지 않은 일방적인 지방 발령이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재명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이 금융소비자를 넘어 내부 구성원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시대적 흐름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 생이별 강요”…신한금융 본사 앞 울려 퍼진 ‘원격지 발령 철회’ 요구

 

신한카드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생존권을 짓밟는 원격지 강제발령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은 일반적인 기자회견이라기보다 집회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확성기를 통한 발언과 음악, 구호 제창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지주에는 묵언수행, 직원에는 갑질경영”, “인사참사 책임져라, CEO는 즉각 사퇴하라”, “책임 없는 조직개편,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단행된 원격지 발령이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기반을 흔드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신한금융지주 차원의 해결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수도권 근무자를 부산·대구·창원·진주 등 영남권으로, 지방 근무자는 서울로 발령하는 대규모 원격지 인사를 실시했다. 과거에는 직원들의 연고지를 고려해 인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관행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번 원격지 발령 대상자는 약 12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원격지 발령 대상자가 18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 박창훈 사장이 이끄는 신한카드가 최근 직원 120여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원격지 발령을 단행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이재명정부가 강조해 온 ‘포용금융’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열린 신한카드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원격지 강제발령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 현장. ⓒ르데스크

  

박원학 노조 지부장은 “최근 신한카드는 노동조합과 단 한 차례의 사전 협의도 없이 현장에서 묵묵히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120여 명의 노동자에게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의 원격지 발령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거리로의 갑작스러운 발령은 단순한 근무지 변경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가족 공동체를 해체하며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강요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인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주거 지원책의 부재를 꼽고 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에게는 사택 제공 등 별도의 주거 지원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방에서 서울로 발령받은 직원은 사택 입주가 가능하지만 본인 1인만 거주할 수 있도록 제한돼 배우자와 자녀의 동반 거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상당수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거나 별도의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서울에서 대구로 발령받은 한 직원은 “수십 년 동안 신한카드에서 근무했는데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새롭게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급여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회사를 다니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출퇴근 시간이 한두 시간 늘어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 자체를 옮겨야 하는 일”이라며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의 학교, 부모님 돌봄 등 가족의 일상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러한 원격지 발령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가 특정 인원에 대한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향후 상시적인 인력 효율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최근 신한카드의 실적 부진과 사옥 매각 추진, 희망퇴직 등을 언급하며 이번 원격지 발령 역시 인건비 절감을 위한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다.

 

▲ 신한카드 내부에서는 최근 경영 악화가 지속되면서 원격지 발령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신한카드 본사. ⓒ르데스크

 

실제로 신한카드의 경영 실적은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4767억원으로 전년(5721억원)보다 16.7% 감소했다. 이는 2007년 LG카드 합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한카드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지난해 6월 100명 이상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60명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러한 경영 부진의 영향으로 임직원들은 LG카드 합병 이후 처음으로 경영성과급도 지급받지 못했다.

 

노조는 이러한 경영 환경 속에서 이번 원격지 발령이 인건비 절감과 조직 슬림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회사 측은 조직 운영 효율성과 인력 재배치를 위한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인사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금융회사라는 업종의 특성상 구성원의 삶과 사회적 책임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이 거듭 강조하는 포용금융은 금융소비자뿐 아니라 금융회사 내부 직원들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가치”라며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구성원의 삶을 과도하게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택 등 최소한의 정주 지원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원격지 발령을 통보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근로자들의 든든한 우산이 되어야 할 회사가 오히려 직원들의 우산을 빼앗는 격이다”고 비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대규모 원격지 발령은 직원들의 생활과 가족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충분한 협의와 지원책이 전제돼야 한다”며 “특히 금융회사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업종인 만큼 내부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책임 역시 중요한 경영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금융권에 상생과 포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역시 소비자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과의 상생까지 함께 고민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경영 효율성과 조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신한카드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기사 속 Q&A
Q1. 신한카드 노조가 대규모 원격지 발령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A. 지난해 18명 수준이었던 원격지 발령 대상자가 올해 120여 명으로 6배 이상 급증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측이 노조와 단 한 차례의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의 실적 부진에 따른 희망퇴직 확대와 및 성과급 미지급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인사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력 효율화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Q2. 노조가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는 ‘주거 지원책’의 미비점은?
A.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에게는 사택 등 별도의 주거 지원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지방에서 서울로 발령받은 직원의 경우 사택 입주가 가능하더라도 1인 거주만 허용돼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생활할 수 없는 등, 가족 공동체 해체와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Q3. 현재 신한카드가 직면한 경영 상황은?
A. 신한카드는 최근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7% 감소한 476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007년 LG카드 합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지난해 7월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는 LG카드 합병 이후 처음으로 임직원 경영성과급도 지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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