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대치동 중심으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투자 교육 프로그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강좌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식과 경제를 가르치는 특강이 등장하며 새로운 사교육 시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공교육 내 금융교육이 실생활 중심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교육 수요가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이 현대 사회의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은 만큼 공교육 차원에서도 금융·경제 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최근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투자 특강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과거 경제 논술이나 경제경시대회 대비 수업이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미국 주식, ETF, 기업 가치 분석, 포트폴리오 구성, 투자 원칙 등 보다 실질적인 금융 지식을 다루는 강의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강 형태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여름 방학을 맞아 개설된 일부 투자 관련 특강에서는 주식 투자 철학, 기업 가치 분석, 기술적 분석, 포트폴리오 구성 등 성인 투자 교육에서 다루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일부 학원은 미국 증시와 ETF 투자, 글로벌 산업 분석 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학생들이 실제 기업 사례를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름방학 금융 특강을 개설한 한 학원은 1회 50분 수업 기준 수강료를 4만원으로 책정했다. 주 1회 수업을 한 달 동안 수강할 경우 약 2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며 별도의 입학 테스트비와 입회비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학원은 지역 고등학교와 협력해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수업은 학교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별도 비용 없이 참여할 수 있다”며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관련 수업과 비교해도 금융·경제 교육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생들 역시 경제와 투자에 대한 호기심이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국내 정규 교육과정에서 금융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과 맞물려 있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도 경제 과목이나 사회 교과를 통해 금융 관련 내용을 일부 다루고는 있지만 실제 생활과 밀접한 금융 지식이나 자산관리, 투자 원리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교육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금융교육 자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 손재연 씨(37·여)는 “학원 특강에서 단순히 종목 추천이나 투자 방법만 가르친다면 굳이 보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금융의 기본 개념이나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 교육이라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교육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병훈 씨(59·남) 역시 “단순히 수익을 내는 방법이나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식의 교육이라면 교육적 의미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하지만 금융시장 구조나 경제가 움직이는 원리처럼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알려준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출 필요가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금융교육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교육이 일부 교과 과정에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체계성이나 실생활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최근 금융교육을 고등학교 졸업 필수 요건으로 채택하는 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예산 관리, 신용카드 사용법, 신용점수 관리, 세금 신고, 학자금 대출, 투자 기초, 은퇴자금 관리 등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보다 돈을 관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캐나다 역시 금융 리터러시 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온타리오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첫 월급 관리, 자동차 구매 비용 계산, 주택담보대출 이해 등 실제 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금융 의사결정을 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해 초등학교 단계부터 화폐 가치와 저축 개념을 가르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이자 계산, 대출 구조, 금융상품 이해, 금융사기 예방 등 보다 심화된 교육이 진행된다.
호주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소비 습관과 저축, 투자, 창업, 위험관리 등을 교육하며 가상 기업 운영이나 투자 시뮬레이션 등 체험형 수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투자 기술 자체보다는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저축, 보험, 연금, 금융계약, 위험관리 등을 교육한다. 프랑스 역시 가계 재정 관리와 세금, 금융 시스템 이해 등 경제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이 금융교육을 공교육 체계 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관련 수요가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과 투자가 일상생활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역할 역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교육 자체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만 교육의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투자 기법이나 특정 종목 추천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금융과 경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는 금융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른바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있으며 공교육에서 금융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학부모 수요가 사교육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청소년 시기의 금융·경제 교육은 자본이 움직이는 구조를 이해하고 경제적 판단 능력을 기르는 측면에서 필요한 시대적 요구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사교육 시장에서 특정 종목 선택이나 단기 시세차익 중심의 교육으로 변질될 경우 교육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교육의 핵심은 소비와 저축, 장기 자산 배분, 위험 관리 등 금융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실생활과 연계된 금융교육을 공교육 내 정규 커리큘럼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성인이 된 이후 합리적인 금융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금융 리터러시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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