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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효과 빗겨간 K-기업 현 주소…김 대리 연봉은 이 부장 ‘새 발의 피’
AI 효과 빗겨간 K-기업 현 주소…김 대리 연봉은 이 부장 ‘새 발의 피’

인공지능(AI) 시대 한국 경제의 제1과제로 노동시장 유연화 및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 구조 개선이 지목됐다. AI로 업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이를 생산성 확대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배경에 경직된 조직 구조와 보상 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쉽게 말해 대리 직급이 아무리 노력하고 성과를 많이 내도 과장 직급 이상의 보상을 받지 못하니 결국 남은 시간을 일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성과 위주의 보상,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개선할 노동경직성 해소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AI시대 한국 경제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AI 써서 남은 시간 직장인은 ‘멍’ 자영업·전문직은 ‘추가 업무’…차이는 확실한 보상 유무

 

르데스크가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생성형 AI 등장 후 이를 업무에 활용한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3.8% 감소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주당 약 1.5시간 가량을 절약한 셈이다. 그런데 근로시간이 줄었음에도 생산성은 그대로였다.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간의 상관계수는 제로(0)이었다. AI 기술로 업무를 빨리 처리해 근로 시간이 남았는데도 기존의 정해진 업무 이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및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 구조 개선이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사진=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임금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와 전문직은 달랐다는 사실이다. 자영업자는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이 1% 감소했을 때 임금근로자보다 업무 처리량이 1.0%p 늘었다. 전문직도 업무 처리량이 0.7%p 증가했다. 자기 성과가 직접적인 소득이나 보상으로 연결되는 확실한 유인 구조가 있어야만 AI로 생겨난 잉여 시간을 업무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한은 역시 “성과가 보상과 직결되고 업무 자율성이 높기 때문이다”며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약한 경우에도 근로자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생산성 향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연공서열 위주의 보상구조가 지목됐다. 사원·대리급에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부장·임원의 연봉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보니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늘릴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사업체노동력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사업체 중 12.7%가 호봉급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이 중 100인 이상 사업체는 54.4%, 300인 이상 사업체는 58.4%를 기록했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이 호봉급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보상 규모는 오직 근속 기간에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임금체계별 사회적 비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인 이상 기업의 경우 근속기간 30년 이상인 근로자 집단이 받는 임금수준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집단이 받는 임금의 4.39배에 달했다. 또 20년 이상 30년 미만 근속의 임금이 1년 미만 근속의 임금보다 2.83배 높았다. 반면 해외 선진국, 그 중에서도 임금과 연공서열의 관계가 뚜렷한 국가로 여겨지는 일본과 독일은 한국 보다 낮았다. 일본 2.54배, 독일 1.88배 등이었다.

 

철저한 능력제 미국은 노동생산성 갈수록 증가, 연공서열 뚜렷한 한국은 “굳이 왜?”

 

▲ 미국은 챗GPT 출시 이후 지난 3년간 노동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픈AI에서 제작한 생성형 AI 챗GPT 앱. [사진=AP/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과 해외 선진국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챗GPT가 출시된 이후 3년 간 노동생산성이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과 한국생산성본부(KPC) 등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2022년 3분기에 비해 7.8% 증가했다. 특히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AI 플랫폼 활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전기연율로 4.9% 증가해 시장 예상치(3%)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은 전년 대비(YoY)보다 분기 흐름을 반영하는 전기연율 지표를 중시한다.

 

재계 등에 따르면 미국 노동법의 근간은 기업과 근로자를 철저한 계약관계로 인식하는 임의고용 원칙이다. 인종, 성별, 종교 등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에 대한 차별적 해고가 아니라면 기업은 경영상 필요나 직원의 성과 부족을 이유로 즉각적인 해고가 가능한 구조다. 반대로 직원 역시 원할 때 언제든 퇴사할 수 있는 강력한 자유를 갖는다. 아울러 미국은 연공서열 보다는 회사의 목표에 부합하는 능력 중심제의 보상 구조가 일반적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공을 들이는 AI 관련 인재에 대한 보상 구조만 보더라도 미국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AI 관련 인재에 25%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AI 전문가로 입사하거나 관련 능력을 습득한 사원·대리급 직원이 타 분야 차장·부장 보다 더 많은 임금을 챙기는 게 가능한 구조다.

 

▲ 전문가들은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 도입과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를 통한 조직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연공서열 중심의 보상구조 탈피와 고용경직성 해소가 AI 시대 노동생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초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자리에서 “미국은 승진과 인력배치가 재능 위주고 잘하면 계속 맡기는 풍조가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연공서열이나 학연·지연·혈연 영향이 강하며 순환보직제를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정년제가 폐지된 직종이 많은데 이런 풍토를 젊은이들이 보면서 조직에서 더 열심히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은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해야 한다”며 “고용보호제도 유연화는 경기확장기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연령별 중위 근속연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년 이후 고용안정성이 급격히 하락한다”며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로 인해 기업들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근속 연수가 곧 숙련도였고 그것이 기업의 성과로 직결되는 구조였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금은 경영 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이제는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보다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얼마나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성과를 도출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능한 인재들이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유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만 근로자들도 변화를 두려움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AI 기술 발달로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노동생산성이 정체된 이유는?
A. 성과가 곧바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 구조와 임금 체계 때문에 근로자들이 굳이 추가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Q2. 자영업자·전문직과 일반 임금근로자의 AI 활용 효과가 다른 이유는?
A. 자영업자와 전문직은 업무 성과가 직접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 AI로 절약한 시간을 생산적인 업무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근속 기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경직된 구조 속의 임금근로자들은 AI로 생긴 여유 시간을 생산성 향상이 아닌 다른 곳에 쓰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Q3. 한국의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현실은?
A.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기업의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는 근속 1년 미만 근로자보다 약 4.39배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2.54배)이나 독일(1.88배)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대기업 10곳 중 6곳(60%)이 여전히 호봉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며 근속 기간에 비례해 보상을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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