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장 폭발 사고와 대규모 인명 피해의 책임론에 휩싸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외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사업장 내 부실한 안전 관리로 논란을 일으킨 전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당 국가 정부 기관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부실한 안전 관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이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와 대외적 신뢰도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선 폭발 참사, 해외선 시설 불량 근로자 사망…안전 관리 구멍 뚫린 K-방산 대장주
대전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0시59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로 5명이 사망했고 2명이 전신화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화약제품인 발사체 추진제를 세척하는 공정에서 화재가 났다”며 “현재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고용노동부, 경찰 등은 사고 원인과 평소 안전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서 2명이 숨지고 3명이 심한 화상으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을 거뒀다. 이듬해인 2019년 2월에는 대전공장 70동 추진체 이형공실에서 폭발 화재가 일어나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공장에서 8년 새 무려 3번의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총 10명의 근로자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의 안전 사고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 안전보건청(OSHA)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월 30일 오전 10시 30분경 미국 코네티컷주 글래스턴베리 소재 항공기 엔진 부품 생산 법인인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USA(Hanwha Aerospace USA, LLC)’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남성 정비공이 설치된 사다리가 갑자기 움직이면서 중상을 입었고 이후 부상 부위에 중증 세균 감염 합병증이 발생하면서 상태가 악화됐다. 해당 근로자는 입원 치료를 이어가던 중 사고 발생 20여일 만인 2월 22일 결국 사망했다.
근로자 사망 이후 OSHA는 사건을 중대 산업재해로 분류하고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OSHA는 2024년 2월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USA 공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해 사고 원인이 된 작업 환경과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사업장에서 사다리 안전관리 관련 규정 위반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 적발된 위반 사항은 연방 산업안전보건 기준(29 CFR 1910.23)에 명시된 사다리의 설치·고정·사용 기준 위반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해당 사업장에서 사용 중인 사다리는 작업 중 흔들리거나 넘어질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절히 고정·관리되지 않은 점 등이었다.
OSHA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대한 위반(Serious Violation)’ 2건과 ‘기타 위반(Other-than-Serious Violation)’ 1건 등 총 3건의 산업안전보건 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 총 3만918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후 사측과 비공식 합의 절차를 거치며 일부 위반 항목이 조정·삭제됐으나 사다리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은 유지했다. 최종적으로 사다리 안전 관련 규정 위반 2건을 확정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총 1만959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미국서도 반복된 안전 관리 부실 논란…“잘 나가는 K-방산 글로벌 신뢰도 발목 우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장에서는 사망 사건 외에도 부실한 안전 관리에 기인한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OSHA는 지난 2021년 5월 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USA에 ‘유해 에너지 제어 지침(Lock out Tag out, 이하 LOTO) 위반’(중대 위반, Serious Violation)으로 1만3653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과 비공식 합의를 통해 기한 내에 지적된 안전 교육을 즉시 완료하는 조건으로 과태료가 일부 감면돼 최종 9550달러로 조정됐다. LOTO는 기계 정비나 유지보수 작업 중 장비가 갑자기 작동해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원이나 가스 등 에너지원을 차단하는 잠금장치를 만드는 핵심 안전 수칙이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국내·외 사업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와 끊이지 않는 안전관리 부실 논란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악재를 넘어 대한민국 방위산업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약과 유도무기, 항공엔진 등은 작은 결함이나 관리 소홀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제품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제품 신뢰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방산 수출은 국가 간 신뢰를 기반으로 체결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만큼 제조사의 안전관리 역량은 원활한 공장 가동, 납품 일정 준수 등과 직결된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이번 대전 공장 참사 역시 해외 주요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긴급 전파하며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 규모와 충격이 컸다고 보도했다. AP통신과 일본 재팬타임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아시아 및 글로벌 유력 매체들도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중남미 전문매체인 리포트 아시아(Reporte Asia)는 이번 사건을 비극으로 표현하며 사고의 원인을 부실한 안전 환경으로 지목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 방산업체들이 유럽과 중동, 호주 등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K-방산을 선도하는 기업의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대형 참사는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방산 경쟁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노동 환경에 대한 글로벌 기준이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반복되는 안전사고가 한국 방산기업 전체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보 부경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국내외 사업장을 막론하고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은 기업 내부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특히 사다리 추락과 같은 사고는 안전관리의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데 해외 사업장에서조차 이런 기본적인 수칙 미비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것은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개인의 과실이나 실수가 있더라도 이를 시스템적으로 걸러내고 방어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러한 체계적 안전 관리 역량이 미흡한 상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확인 후 답변주겠다”는 말 이외에 다른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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