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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겠다더니 그대로…공유 이동장치 '무법주차'에 시민안전 위협
치우겠다더니 그대로…공유 이동장치 '무법주차'에 시민안전 위협

공유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의 무분별한 주정차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유 이동장치 업체들이 관리·감독과 행정 대응 강화를 잇달아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방치 행위가 여전히 반복되며 시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즉시 견인 제도와 신고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단속 대상이 제한적이고 실제 수거도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유 이동장치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이용 편의성 확대에 비해 관리 체계는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르데스크가 1일 서울 신사역, 논현역, 망원역 일대를 직접 점검한 결과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돼 있음에도 상당수 공유 이동장치가 신호등 주변과 횡단보도 진입로, 버스정류장 인근 등 즉시 견인 대상 구역에 무단 방치돼 있었다. 일부 기기는 보도 한가운데 세워져 있었고, 횡단보도 진입부를 가로막거나 점자블록 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신사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만난 직장인 서진만 씨(34)는 “아이와 함께 걷다가 보도 중앙에 세워진 공유 자전거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며 “전용 주차구역이 있는데도 왜 이런 곳에 방치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 인근 자전거도로 한가운데에 공유 전기자전거가 무단 방치돼 있다.ⓒ르데스크

   

무단 주차 문제는 보행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여가 공간인 한강공원 자전거도로에서도 공유 이동장치 방치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다. 잠원한강공원 일대에서는 공원 입구와 자전거도로 가장자리, 일부 구간에서는 도로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도 공유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이용자들은 주행 중 갑작스럽게 기기를 피해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었다.

 

한강공원에서 만난 주부 강윤주 씨(62)는 “자전거를 타다 보면 도로에 방치된 공유 이동장치가 적지 않다”며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옮겨놓은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전에도 자전거도로 위에 세워진 공유 자전거를 피하려다 맞은편 자전거와 부딪힐 뻔했다”며 “이 정도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곳곳에서 시민 불편이 확인되고 있지만 행정 대응은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 지하철 출입구, 버스정류소, 횡단보도 주변 등을 즉시 견인 구역으로 지정하고 개인형 이동장치(PM) 민원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팀이 1일 서울시 신고 시스템을 통해 불법 주정차 사례를 신고한 결과 총 15건 가운데 11건이 처리 완료 상태로 표시돼 표면적으로는 높은 처리율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신고 및 견인 대상이 전동킥보드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용량이 급증한 공유 전기자전거는 현행 제도상 강제 견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유 전기자전거의 경우 현재 관련 법적 근거가 미비해 지자체나 견인 대행업체가 강제로 견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이미 전기자전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공유 전동킥보드는 2022년 4만5991대에서 올해 1만4933대로 감소한 반면 공유 전기자전거는 같은 기간 5230대에서 4만1421대로 약 8배 증가했다. 이용자들이 빠르게 전기자전거로 이동하고 있지만 관리 체계는 여전히 전동킥보드 중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 폭염을 피해 시민들이 잠시 쉬어가는 폭염 그늘막 아래에 공유 전동 킥보드가 무단 주차돼 있다. 정작 시민이 이용해야 할 공공 시설이 공유 이동장치에 점령당하면서 보행자들이 햇빛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르데스크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서초구는 지난 4월 27일부터 서울시 최초로 자체 전기자전거 수거 시스템을 도입했다. 점자블록, 보도 중앙, 지하철역 출입구 전면 5m 이내, 버스정류소 반경 5m 이내, 횡단보도 3m 이내 등을 즉시 수거 구역으로 지정하고 신고 접수 후 3시간 이내 수거를 원칙으로 하는 대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서초구의 자체 대책 역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취재팀이 1일 오전 9시부터 접수된 신고 내역을 기준으로 오후 4시 기준 처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총 7건 가운데 실제 수거가 완료된 건수는 단 1건에 그쳤다. 나머지 신고 건들은 여전히 처리 대기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는 서초구가 내세운 ‘3시간 이내 즉시 수거’ 원칙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인력과 행정 역량 부족 등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면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간 공유 이동장치 업체들의 대응에서도 관리 부실은 반복되고 있다. 지쿠터, 카카오바이크 등 주요 공유 이동장치 업체들은 자체 신고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성과 처리 속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신고 메뉴를 찾기 어렵고 접수 절차도 복잡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어렵게 신고를 완료하더라도 업체 측은 대부분 ‘48시간 이내 조치 예정’이라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상 이틀 가까운 시간 동안 기기가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점유한 채 방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교통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전동킥보드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급변하는 공유 이동수단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마다 상이한 단속 기준을 통일하고 전동킥보드에 한정된 견인 규정을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전체 공유 이동수단으로 확대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형 이동수단(PM)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전체 공유 이동수단을 견인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 업체의 관리 책임을 보다 강하게 부여하고 지자체의 단속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 이동장치 산업은 이미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관리 체계는 여전히 과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보행 안전과 교통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행정 집행력과 법적 강제력을 갖춘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Q&A
Q1. 공유 전기자전거가 불법 주정차 되어 있어도 강제 견인을 하지 못하는 법적 이유는 무엇인가?
A. 전기자전거는 현재 관련 법적 근거가 미비하여 지자체나 견인 대행업체가 강제로 견인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Q2. 교통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공유 이동장치 무단 방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A.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자체별로 상이한 단속 기준을 정비하고, 현재 전동 킥보드에만 국한되어 있는 견인 규정을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공유 이동수단 전체로 확대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Q3. 서초구가 올해 4월 27일에 도입한 자체 전기자전거 단속 시스템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A. 점자블록, 보도 중앙, 지하철역 출입구 전면 5m, 버스정류소 5m, 횡단보도 3m 등을 즉시 수거 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 불법 주정차된 전기자전거를 3시간 이내에 수거하겠다는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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