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불리는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와 골목상권 위기로 매출은 줄어든 반면 비용 압박은 임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도 판을 치고 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몸과 마음은 닳아 가는데 정작 손에 쥐는 것은 없는 최악의 보릿고개”라는 반응이 나온다.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대책만 내놓는 정치권과 지자체를 향한 한탄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숙박·음식점 2곳 중 1곳은 3년 이내 폐업…현장 반응은 “소상공인 최대 고충은 사람 문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이었다. 2019년 92만2159명에서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7292명까지 줄었으나 2023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024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폐업은 내수 밀접 업종에서 유독 두드러졌다. 소매업 폐업자 수는 29만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음식점업(15.2%), 부동산업(11.1%), 도매 및 상품중개업(7.1%) 등도 그 뒤를 이었다. 전부 골목상권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소상공인 업종이다.
폐업까지의 과정은 더욱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경험이 있는 전국 소상공인 820곳 중 영업기간이 ‘1년 이상 3년 미만’이라고 답한 비중이 34.3%에 달했다. 10곳 중 3곳이 3년 이내에 폐업했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골목상권에 기대 생계를 유지하는 숙박·음식업의 평균 영업기간은 유독 짧았다. 3년 이내에 폐업했다는 비중이 50.7%에 달했다.
소상공인의 폐업 이유(복수응답) 중엔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86.7%)’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또 소상공인을 폐업으로 내 몬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의 원인(복수응답)으론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52.2%) ▲인건비 상승(49.4%)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 증가(46.0%)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반면 선거철 단골 공약인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은 44.6%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통계 결과와 달리 ‘사람 문제’와 관련된 인건비 부담, 알바 피해 등의 고충을 언급하는 소상공인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우선 인건비의 경우 내수 침체, 원재료값 상승 등의 경우 피해가 서서히 누적되는 구조라 체감 피해가 덜 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여력이라도 있지만 인건비는 곧장 지출해야 하는데다 고정 비용의 성격까지 띄고 있어 체감 피해가 크다는 반응이 많았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 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강석현 씨(44·남·가명)는 “재작년에 5년 넘게 운영하던 호프집 문을 닫고 1년 정도 쉰 후에 올해 초 다시 창업을 했다”며 “호프집 폐업의 결정적 이유가 인건비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1인 운영 형태로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이 줄거나 재료값이 오르면 가격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식으로 대처가 되는데 인건비는 어떻게 대처할 방안이 없다”며 “대부분 창업 준비시기에 최소 인력을 정해 놓고 인테리어나 운영 방식 등을 고민하기 때문에 알바를 줄이거나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자영업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소상공인 인건비 지출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법정 최저임금은 수년 째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6490원에 불과했던 최저시급은 이듬해 1060원 오른 7530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거듭해 2025년엔 최초로 1만원(1만30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1만320원으로 또 한 번 상승했다. 얼마 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첫 회의를 가졌는데 경제계 안팎에선 반도체 기업의 고액성과급 이슈와 맞물려 올해도 큰 폭의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하는 도중 사라지고 다음날 시급 요구” “손님 거부로 해고했더니 악플 테러”
이미 고용한 인력의 일탈 행위도 소상공인들의 시름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이른바 ‘불량 알바’로 불리는 이들의 행태는 상식 수준을 크게 넘어섰지만 소상공인들은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 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표적인 ‘불량 알바’의 상식 밖 행태로는 ▲상습적인 지각 또는 무단결근 ▲당일 혹은 근무 중 퇴사 통보 ▲손님 거부 등의 불성실 근무 ▲영업 악화로 인한 해고 이후 악플 테러 등이 있다. 실제로 과거 알바천국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76.2%는 급하게 바로 출근한 알바를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알바생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74.4%, 복수응답)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초구 서초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진용 씨(남·48·가명)는 “정말 장사하면서 별에 별 사람을 다 봤다”며 “상습 지각이나 무단결근은 예삿일이고 심지어 출근 당일에 정해진 근무시간 중 절반만 일하고 도중에 사라졌고 그 다음달 일한 시급 보내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업 종료 시간이 남았는데도 자신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단 이유로 손님을 거부하는 알바도 있었다며 “마땅히 먹고살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정말 이상한 알바 한 명 들어오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고 덧붙였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수정 씨(36·여·가명)는 “예전에 저녁 알바 한 명 잘 못 뽑았다가 정말 호되게 당한 적 있다”며 “그 알바 뽑고 나서 그 시간대 매출이 기존 보다 많이 떨어져 이상해서 CCTV를 돌려 보니 퇴근 시간 한 시간 정도 전부터 손님들을 그냥 내보내고 청소만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CCTV 화면을 보여주고 결국 합의 하에 알바를 그만뒀는데 그 때부터 배달 플랫폼 같은 곳에 악성 리뷰가 많이 달렸다”며 “나중에 다른 알바들에게 확인해보니 범인은 해고된 그 알바였다. 자신의 잘못은 생각 못한 채 앙심을 품고 해코지를 한 것 이었다”고 부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의 고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소상공인 현실과 동 떨어져 있는 최저임금의 업종 별 혹은 규모별 차등 적용, 공공 중심의 아르바이트 인력풀 구성 등이 실효성과 현실성을 갖춘 대안으로 언급됐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주위에도 무책임한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에게 ‘사람 문제’는 매출보다 더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요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한 것에 비해 일부 근로자의 책임 의식 결여나 악의적인 일탈 행위를 방어할 수 있는 자영업자 보호 대책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며 “인력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 아르바이트 인력풀 확보 등의 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인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무인 결제 및 자동화 시스템 등의 기술적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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