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올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다양한 투표 인증샷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표 인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히 투표 사실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직접 제작한 인증 용지부터 아이돌 포토카드, 캐릭터 굿즈를 활용한 인증샷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I Voted’ 스티커, 손가락 잉크 인증 등 각국의 선거 문화와 제도를 반영한 다양한 인증 방식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낮 12시 기준 전국 평균 투표율은 4.86%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지방선거인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각 투표율(4.49%)보다 0.37%포인트 높은 수치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SNS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표 참여를 인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선거에서는 귀여운 캐릭터 그림이나 스포츠팀 로고, 연예인 포토카드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증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과거에는 투표가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온라인에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투표 참여 역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증 문화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보다 ‘투표에 참여했다’는 경험 자체를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조기 대선 당시에도 아이돌 포토카드와 캐릭터 굿즈, 직접 제작한 인증 용지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증샷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보다 ‘민주주의에 참여했다’는 경험을 기록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 연예·문화 매체 카판라기(KapanLagi)는 지난해 5월 한국 연예인들이 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현상을 소개하며 이를 ‘ballot selfie trend(투표 인증샷 트렌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K팝 아이돌들은 선거 참여를 증명하기 위해 손이나 특별히 준비된 종이에 ‘투표’ 도장을 찍어 ‘투표 셀카’ 트렌드에 동참했다”며 “이는 인도네시아 유권자들이 투표 후 보라색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었던 직장인 이예은 씨(29·여)는 “작년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투표를 했는데 인증샷 용지를 준비해줬던 동료 덕분에 투표 자체를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남들과 다른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과정도 하나의 재미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투표 참여를 공유하는 문화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제공되는 ‘I Voted’ 스티커가 대표적인 인증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스티커를 옷이나 가방에 부착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있다. 지역별로 디자인도 달라 매번 선거마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서는 투표를 마친 뒤 중복 투표 방지를 위해 손가락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표시하는데 유권자들은 이를 촬영해 SNS에 게시하는 경우가 많다. 중복 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자연스럽게 인증 문화로 이어진 사례다.
영국에서는 투표소 앞에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Dogs at Polling Stations’ 문화가 유명하다. 선거 때마다 SNS에는 투표소를 찾은 반려견 사진이 다수 게시되며 하나의 온라인 이벤트처럼 자리 잡고 있다. 호주에서는 투표 후 즐기는 ‘민주주의 소시지(Democracy Sausage)’가 대표적인 선거 문화로 꼽힌다. 투표소 인근에서 판매하는 소시지를 먹으며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출신 플뢰르(Fleur·56·여) 씨는 “캐나다에서는 한국처럼 별도의 인증 용지를 준비하거나 도장을 활용해 투표를 인증하는 문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대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투표소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캐나다에서는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한국처럼 투표를 재미있게 인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생긴다면 젊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에서 온 카밀라(Camila·25·여)는 “멕시코에서는 투표를 마치면 엄지손가락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친구들끼리 그 도장을 함께 찍어 사진을 올리는 문화가 있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도장이 없으면 투표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함께 투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투표 인증 문화가 청년층의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투표 인증샷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 인증샷 문화는 투표 참여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인증사진을 찍는 행위가 아니라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인 만큼 인증 자체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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