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와 병약한 분위기를 하나의 미적 기준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확산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이러한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일부는 모방하는 모습까지 보여 학부모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모방 과정에서의 건강 악화 뿐 아니라 왜곡된 외모 인식을 갖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시각성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정상적 미의 기준 담긴 SNS 콘텐츠 확산, 청소년 무방비 노출에 학부모들 한숨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선 ‘뼈말라’ ‘정병 메이크업’ ‘소식좌 브이로그’ ‘외모정병 극복하기’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사진, 영상 등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뼈말라’는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의미하고 ‘소식좌’는 살을 빼기 위해 아주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다. ‘정병’은 정신 관련 질병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비속어인 ‘정신병자’의 줄임말이다. 전부 신조어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는 ‘#외모정병’, ‘#뼈말라’ 등의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글이 1000건 이상 올라와 있었고, ‘#소식좌’ 관련 게시글도 1만5000건 이상 게시돼 있었다. 이들 콘텐츠에는 상식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다수 담겨 있다. 자신의 ‘키빼몸’(키에서 몸무게를 뺀 수치)을 자랑하며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을 인증하는 사진, 마른 몸의 상징인 쇄골과 갈비뼈가 드러난 사진 등의 공개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일부 콘텐츠엔 극단적으로 적은 식사량이나 체중 감량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정병처럼 보이는 메이크업’ 제목의 콘텐츠에는 극도로 창백한 피부와 울어서 번진 듯한 붉은 눈매, 무기력하고 피곤해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우울한 상태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화장법이 담겨 있다. 비슷한 의미의 ‘정병경지 메이크업’이라는 다수 존재하는데 여기서 ‘정병경지’는 ‘정신병의 경지’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우울감과 병약함이 미적 콘셉트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러한 콘텐츠가 10대 청소년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수원 소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홍리원 양(18·여)는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뼈처럼 마른 사람들이 올린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저렇게 말라야 예쁜 사람으로 인정받는 건지 궁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들도 지나치게 마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끔은 그 자체가 새로운 미의 기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방송인 김숙은 지난 2023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소식좌’ 관련 콘텐츠를 올렸다가 과도한 절식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곧장 삭제한 바 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식습관과 마른 몸에 대한 강박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의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한창 성장 과정에 있는 자녀들이 SNS를 통해 왜곡된 미의 기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모자라 모방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다. 학부모 양윤지 씨(45·여)는 “사람마다 추구하는 미의 기준이 다른 만큼 어느 정도는 존중은 하지만 최근 콘텐츠들을 보면 단순한 화장이나 스타일을 넘어 지나치게 마른 몸이나 불안정한 분위기 자체를 예쁘다고 강요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외모 정병’처럼 정신병을 뜻하는 표현이 난무하는 상황을 보면 부모 입장에선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용제 씨(51·남)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SNS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예전보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아진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남과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나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신의 외모나 몸매를 필요 이상으로 초라하게 느끼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술이나 과도한 관리에 집착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 것 같다”며 “SNS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들이 끊임없이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미적 기준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청소년들의 외모 인식과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SNS 알고리즘 특성상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에 반복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욱 높다고 강조했다. 이홍수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과 자기 이미지가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SNS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외모 관련 콘텐츠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고 말했다.
이어 “SNS 속 자극적인 이미지와 자신을 반복적으로 비교하다 보면 외모 불안이나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지나치게 마른 체형이나 병약한 분위기를 하나의 이상적인 미의 기준처럼 소비되는 문화는 청소년들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모보다 개인의 건강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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