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글로벌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해외 법인 확장과 선진국 금융사 인수,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국내 증권업 전반이 브로커리지 수익 둔화와 시장 포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이 차별화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 현지법인은 총 83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소속 법인은 26곳으로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압도적인 규모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9곳, NH투자증권은 7곳, KB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5곳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진출 숫자뿐 아니라 해외 거점의 질적 확대와 수익 창출 능력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이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됐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법인 합산 세전이익은 4981억원으로 전년(1661억원)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앞서 회사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공시한 ‘2030년 해외 법인 세전이익 5000억원’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주요 증권사들도 일제히 해외 법인 확장에 나서고 있으나 미래에셋증권과의 실적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법인 합산 순이익은 각각 1021억원, 836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미국, 홍콩, 인도 등 11개국에서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몽골과 브라질, 그리스에 해외 점포를 개설한 곳은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지난 2010년 설립된 브라질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6억7300만원으로 전년(48억800만원) 대비 약 38% 증가했다. 2013년 문을 연 몽골법인 역시 지난해 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7300만 원) 대비 600% 가량 순이익이 늘어났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해외 법인도 다수다. 영국 런던투자법인은 지난해 310억72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168억8700만원 순손실) 대비 500억원에 가까운 수익 개선을 이뤄냈다. 인도 현지법인인 미래에셋쉐어칸 역시 2024년 176억2600만원의 순손실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388억13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인도네시아현지법인 또한 전년도 적자(-116억8300만원)에서 지난해 223억2100만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영토 확장 행보는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23년 영국 런던법인을 통해 유럽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조성(마켓 메이킹) 전문 기업인 ‘GHCO’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법인이 아시아를 벗어나 선진국 현지 금융사를 인수한 첫 사례로 꼽힌다. 2005년 설립된 GHCO는 블랙록, 뱅가드 등 18개 글로벌 ETF 운용사의 2000여개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 1만4000개 ETF를 관리할 수 있는 자체 마켓 메이킹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에셋증권의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홍콩법인 산하에 디지털 금융 전문 법인인 ‘디지털 X(Digital X)’를 설립하고 토큰증권(STO) 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홍콩법인은 올해 초 국내 증권사 최초로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통 자산인 주식·채권과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통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 지역에 기술 개발 전문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해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교보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적극적인 해외법인 사업 확대를 통한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Trading Buy)’와 목표주가 8만원을 제시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사업은 선진지역 및 이머징지역 모두 견조한 이익 개선을 보이고 있다”며 “회사의 적극적인 해외법인 사업 확대를 통한 실적 증가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역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목표가를 9만원으로 상향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해외 법인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해외 법인 세전이익을 2432억원 기록했다”며 “1분기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이 각각 1924억원, 508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123%, 60%씩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 증권사 인수를 추진 중인 데다 6월에는 홍콩에서 MTS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다양한 글로벌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 해외 사업 부문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사업 확대가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은 필수적이다”며 “선진국 금융사 인수와 현지 기술 법인 설립 등 다각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한국 금융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긍정적인 모범 사례다”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