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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공장 늘수록 철강사 돈 번다…반도체 특수, 뜻밖 수혜주 ‘철강’
HBM 공장 늘수록 철강사 돈 번다…반도체 특수, 뜻밖 수혜주 ‘철강’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통 굴뚝산업으로 불리던 철강업계가 뜻밖의 수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를 위해 반도체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자 대규모 공장 건설에 필요한 철근·철골·후판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고전하던 국내 철강사들이 반도체 인프라 투자 확대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면서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철강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철강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부족 해소와 AI 반도체 시장 대응을 위해 생산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 공급 경쟁이 격화되자 반도체 기업들도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철근·철골·후판 등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철강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현장에서는 첫 번째 생산라인(FAB)과 지원설비, 폐수처리장 등의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초정밀 생산시설 특성상 일반 산업시설보다 훨씬 높은 구조 안정성과 진동 제어 성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철근과 철골(H형강·중후판 등 형강류), 두꺼운 열연 강판인 후판 등의 사용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 증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새로운 ‘반도체 인프라 수혜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에 필요한 철근 및 철골 물량 상당 부분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증설 프로젝트까지 본격화될 경우 철강 수요가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국제강 내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확대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의 수주량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공급 물량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 수주가 철강업계 실적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업계는 후판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수백 톤에 달하는 초고중량 노광 장비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야 하고 극미세 공정 특성상 외부 진동 차단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건물 강성을 높일 수 있는 고품질 후판이 핵심 구조재로 사용된다. 현재 국내 주요 철강사의 연간 후판 생산능력은 포스코 약 320만톤, 현대제철 265만톤, 동국제강 120만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각 사들은 반도체 공장 증설 수요 확대에 맞춰 후판 공급 확대와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프로젝트 관련 후판 수요 역시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신규 프로젝트 물량이 내년 이후가 아닌 올해 하반기부터 조기 반영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철강업계 내부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인프라 투자 역시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철강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주요 철강주가 조정을 거치며 가격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반도체 인프라 수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국내 3대 철강사 주가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18일 오후 1시 50분 기준 현대제철은 장중 고점 대비 13.9%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동국제강과 POSCO홀딩스 역시 각각 고점 대비 28.4%, 15.5% 낮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조정이 오히려 향후 실적 반등 가능성을 감안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흥국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현대제철 목표주가를 각각 5만5000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철강 수급 여건을 감안할 때 하반기 철강 시황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단기 실적 반등 가시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 생산공장 확대 가속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제품 판매량 증가에 따른 실적 정상화 흐름과 함께 현재 저평가된 주가 역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동국제강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동국제강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5%, 27.4% 증가한 3조3185억원, 757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판매량 확대에 힘입어 국내 철강사들의 철근 부문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철근 수요 역시 올해 701만톤 수준으로 추정돼 최근 4년간 이어진 감소세를 끝내고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국제강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 수준에 불과해 저평가 매력도 높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던 철강산업이 AI 반도체 시대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와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철강업계가 반도체 대기업들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과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부터 업황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반도체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생산시설 확대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역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단순 건설 수요를 넘어 첨단 산업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철강 기업들이 최근 반도체 인프라 수혜주로 주목 받는 이유는?
A.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AI 반도체(HBM)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 공장 증설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철근, H형강, 후판 등 철강 제품의 수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재평가(리레이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Q2. 반도체 공장 건설에서 특히 후판이 필수 구조재로 꼽히는 이유는?
A. 반도체 공장에는 수백 톤에 달하는 초고중량 노광 장비가 설치된다. 이 장비들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미세한 진동까지 철저하게 차단해야만 공정의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물의 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품질 후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3. 국내 주요 철강사의 연평균 후판 생산능력은?
A. 국내 주요 철강사의 연평균 후판 생산능력은 포스코 320만톤, 현대제철 265만톤, 동국제강 120만톤으로 집계됐다. 최근 반도체 공장 증설로 고품질 후판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각 철강사는 이에 맞춰 공급 확대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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