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가 ‘작업하기 좋은 동네’로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학생과 사회초년생, 직장인들이 대거 유입되며 형성된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비교적 저렴한 주거비를 기반으로 1인 가구가 밀집한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혼자 머물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형성됐고 이러한 수요를 반영한 카페와 공간들이 늘어나면서 상권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에서는 봉천동 일대를 ‘느낌 좋은 동네’, 이른바 ‘느좋 동네’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실제 방문 후기에서 작업 환경 중심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좌석 간격, 콘센트 유무, 체류 가능 시간, 운영 방식 등 실질적인 이용 조건들이 콘텐츠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봉천동은 ‘작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불리고 있다.
서울대생·직장인 집결…SNS 통해 퍼지는 ‘봉천역 작업 공간’
봉천역(2호선) 일대는 서울대입구역과 신림역 사이에 위치한 대표적인 주거 중심 지역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중심의 주거 형태가 밀집해 있으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직장인 수요가 동시에 형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셔틀버스와 대중교통을 활용해 통학하는 경우가 많고, 직장인 역시 2호선을 통해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할 수 있어 생활 편의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인구 구조는 지역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과 학교, 직장 사이에서 이동하는 생활 동선 속에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부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생활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단순히 음료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작업과 체류가 가능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봉천동에 위치한 대부분의 카페 매장 내부를 살펴보면 상당수 이용객이 노트북을 펼쳐두고 개인 업무를 보거나 과제, 논문 작성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바닥이나 테이블 주변이 노트북과 휴대전화 충전선으로 가득 찬 풍경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장시간 머무르는 이용객을 고려해 콘센트와 좌석 배치를 강화하는 등 공간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봉천역’을 검색하면 약 12만1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노출된다. ‘#봉천역카페’은 약 5000건, ‘#작업하기좋은카페’는 약 1만1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게시물에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공부, 논문 작성 등 개인 작업을 하기 좋은 공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며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장소에 대한 추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방문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매장 분위기와 좌석 구성, 콘센트 유무, 운영시간, 체류 시간 등 실제 이용에 필요한 정보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보다 개인카페…‘작업 친화공간’으로 진화
봉천동 일대 개인 카페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운영 방식과 공간 설계를 통해 ‘장시간 체류와 작업에 최적화된 환경’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거나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매장들이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공간들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아는 사람만 찾는 장소’로 소비되고 있다.
봉천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는 ‘나무 뷰를 보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매장은 2인석과 4인석 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콘센트는 창가와 벽면 좌석 중심으로 마련돼 있다. 특히 창가 자리는 자연 채광과 함께 나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SNS를 통해 ‘분위기 좋은 작업 공간’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는 곳이다. 매장 내부에는 주인이 키우는 검정색 강아지도 상주하고 있다.
이곳 역시 커피와 위스키, 책, LP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춘 공간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루프탑 공간도 이용할 수 있어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매장 관계자는 “평소에는 주류 메뉴가 주로 늦은 시간대에 많이 판매되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루프탑에서 가볍게 한 잔을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봉천역 3번 출구 인근에는 2층 규모의 단독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카페도 자리하고 있다. 건물 한 채를 통째로 활용하는 만큼 넓은 공간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공유석과 2~4인석 위주의 테이블이 약 80석 이상 마련돼 있으며 전반적으로 좌석 간 간격도 여유로워 방문객들 사이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커피와 베이커리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작업하기 좋은 카페’로 알려진 만큼 매장 곳곳에 콘센트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넓은 공간과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학생 김소담 씨(20·여)는 “집이나 스터디카페에서는 오히려 집중이 잘 안 되는 편이라 주로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데 콘센트가 부족해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곳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됐는데 공간도 넓고 콘센트도 충분해 만족스러워 다음에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화장실 위생이나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카페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이곳은 내부에 화장실이 마련돼 있어 이용하기 편리했다”고 덧붙였다.
봉천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는 노트북 작업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공유석과 1인석 위주로 좌석이 구성돼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내부는 실제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꾸며져 있다. 음료와 디저트는 사무실의 탕비실을 콘셉트로 한 공간에서 주문할 수 있으며 이용 방식에서도 사무실이라는 콘셉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꾸며놓은 모습이었다.
매장 내부 곳곳에는 포스트잇과 파티션, 파일철 등 실제 사무실에서 사용될 법한 소품들이 배치돼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공간 연출 덕분에 퇴근 후 남은 업무를 처리하거나 개인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방문하는 이용객도 적지 않다. 인기가 높은 편이라 평일에는 3시간 이용 제한이 적용되며, 콘센트가 충분히 마련돼 있고 내부 화장실도 갖춰져 있어 장시간 머무르기에도 비교적 편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봉천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높은 층에 위치한 덕분에 탁 트인 전망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입구는 아파트 현관문과 유사한 형태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규모의 내부가 펼쳐진다.
매장은 10석 내외의 공유석과 5석의 1인석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반적으로 작업에 집중하기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매장 내부 곳곳에는 콘센트가 마련돼 있어 노트북으로 작업에 몰두하는 이용객이나 책을 읽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음료와 디저트를 기본으로 판매하면서도, 깔루아 밀크와 피치 칵테일, 진토닉 등 다양한 칵테일 메뉴를 함께 운영하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발베니, 맥캘란 셰리 오크 등 위스키를 비롯해 포트와인 등 주류 메뉴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카페와 가볍게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 박민선 씨(28·여)는 “석사 과정 당시 친구의 소개로 이곳을 처음 알게 됐다”며 “현재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오늘은 친한 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논문 작성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들은 시험기간에도 정해진 시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불편했는데 이곳은 시험기간에 새벽 2시까지 연장 운영하기도 한다”며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거나 논문을 쓰기에 적합해 자주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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