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 시청, 구청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5부제가 동시에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적용 기준과 운영 방식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이동 불편을 넘어 제도 적용 범위와 예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안내 부족과 통제 미흡으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8일부터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를 시행하는 한편, 전국 공공주차장 약 3만여 곳에 대해서는 승용차 5부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따르면 공영주차장 5부제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설치 및 운영하는 노상 및 노외 유료주차장이 대상이다. 다만 전통시장·관광지 인근, 환승주차장, 교통량이 적은 지역,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장애인, 임산부, 유아 동승 차량 역시 예외가 인정된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시행한 것은 최근 고유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동 지역 긴장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년 8개월 만에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부제와 5부제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현장에서는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이 제한되는 5부제와 달리, 2부제는 날짜 기준으로 홀수·짝수 차량 운행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보니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은 제도를 혼동해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을 출입을 제지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날(8일)은 홀수 번호 차량의 공공기관 출입이 불가하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논현1동행정복지센터는 직원에게는 2부제가, 민원인에게는 5부제가 각각 적용되고 있었다. 점심시간 무렵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내부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차량 진입로 주변에는 5부제 시행 여부를 알리는 안내문이나 전광판, 배너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 인력도 배치돼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차장 내부에는 5부제 적용 대상인 차량도 주차돼 있었다. 이날 기준으로 끝자리가 3인 차량은 주차가 제한되는 대상이었음에도 해당 번호판을 단 차량이 주차된 모습도 포착됐다. 또 제대로 된 안내가 없다보니 일부 시민들은 차량을 행정복지센터 인근 도로에 주차한 이후 서둘러 민원을 해결하고 있었다.
장호선 씨(34·남)는 “뉴스를 보고 공공기관은 2부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인근 도로에 주차하고 방문했는데 막상 민원인은 5부제가 적용된다고 해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장에 관련 안내가 없고 출입 통제도 엄격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렇게 허술하게 제도를 관리하고 있는데 차량 5부제, 2부제를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근 공영주차장은 전통시장인 영동시장 인근에 위치해 있고 거주민 우선 주차 구역이라는 이유로 5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였다. 이날 다른 공영주차장에서는 차량 번호 끝자리가 3, 8인 차량의 이용이 제한됐지만 해당 주차장에는 끝자리가 8인 일반 차량이 별다른 제지 없이 출입해 주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이 주차장은 차량 번호 끝자리를 인식하는 시스템을 통해 출입을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5부제 적용 대상인 차량이 그대로 입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량은 거주민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다른 공영주차장에서는 출입이 제한되는 대상이다.
이에 시민들은 같은 5부제가 적용되는 공영주차장임에도 누구는 들어갈 수 있고 누구는 막히는 상황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지영 씨(30·여)는 “같은 5부제인데도 주차장마다 기준이 다른 것 같아 혼란스럽다”며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된다면 민간까지 확대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혼란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관리 인력이 있는 공영주차장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 관리인은 “5부제 시행에 대한 공지받았지만 이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권한이나 수단은 없다”며 “차주에게 안내는 하고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괜히 분쟁이 생길까 우려돼 적극적으로 제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주차장 입구에는 차량 5부제와 관련된 표지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내부에는 예외 차량들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시민들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관되고 통일성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정우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2부제와 5부제가 혼재된 상태에서 적용 기준과 예외가 명확하게 안내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시민들은 혼선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제도의 실효성도 확보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용 기준을 단순화하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통일된 운영 방식과 안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면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까지 확대적으로 시행을 해서 효과를 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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