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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항공 할인가 물량공세…시진핑표 ‘가성비 럭셔리’ 매료된 한국
호텔 · 항공 할인가 물량공세…시진핑표 ‘가성비 럭셔리’ 매료된 한국

올해 5월 황금연휴 기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순위에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엔화 가치 상승과 각종 세금 인상으로 일본 여행의 비용 부담이 커진 틈을 타 중국이 ‘가성비’를 무기로 여행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여행이 ‘가성비’ 무기를 갖추게 된 이유로 시진핑 주석의 국가 주도형 ‘저가 럭셔리’ 모델을 지목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 요인에 기댄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수십 년간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고품질 여행 서비스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독자적인 관광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아파트 지으려면 5성급 호텔도 지어라…막대한 물량공세로 탄생한 ‘가성비 여행지’ 수식어

 

6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하나투어가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출발하는 여행 기획 상품의 국가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약 30%의 비중을 기록하며 일본(23%)과 베트남(14%)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해외여행객 3명 중 1명꼴로 중국을 행선지로 선택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약 8%p 증가한 수준이다. 통상 특정 국가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것은 핵심 경쟁국의 수요를 그만큼 흡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기존 일본 여행객들이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의미다.

 

중국 여행의 높은 인기 비결로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격 서비스가 결합된 이른바 ‘저가 럭셔리’ 구조가 꼽힌다. 과거 중국 여행이 저가 경쟁에만 치중해 낮은 숙박의 질과 부실한 식사로 빈축을 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5성급 호텔 투숙과 세련된 미식 경험을 주변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높아진 여행의 질과 낮은 비용 부담이 고물가 시대 실속을 따지는 국내 여행객들의 니즈와 맞물린 것이다. 

 

▲ 올해 5월 황금연휴 기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푸둥 금융지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상하이 객실 내부 모습. [사진=그랜드 하얏트 상하이]

 

주요 관광 도시의 5성급 호텔 숙박비만 놓고 봐도 중국 ‘저가 럭셔리’ 여행의 실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5월 황금연휴 성수기(1~2일) 1박 최저가 기준, 상하이의 5성급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상하이’는 네이버 호텔 예약에서 약 41만원, 하얏트 리젠시 상하이 글로벌 하버는 약 21만원대에 예약이 가능하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도쿄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도쿄는 1박 가격이 약 78만원으로 상하이보다 2배 가량 비쌌다. 파크 하얏트 도쿄 역시 1박에 300만원을 호가하며 압도적인 가격차를 보였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가성비 럭셔리’ 여행지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경기 부양 정책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초반 관광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며 5성급 호텔 확충 여부를 지자체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지방 정부의 럭셔리 호텔 공급 확대 정책으로 이어졌다. 당시 지방 정부는 부동산 개발권 매각 시 입찰 공고문에 ‘출양조건(出让条件)’이라는 강제 조항을 삽입했다. 민간 개발사가 수익성 높은 주거용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근에 5성급 호텔을 병행 건설해야 한다는 일종의 행정 명령이었다.


정책 시행 초반에는 호응이 좋지 않았다. 5성급 호텔의 초기 건설 비용이 막대하고 수익 회수 기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교차 보조(Cross-subsidization)’ 전략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호텔 건립을 조건으로 인접한 황금 입지의 아파트 부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시행사는 호텔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상쇄하고 정부는 예산 투입 없이 도시 가치를 높이는 모델이 구축됐다. 

 

▲ 중국 정부가 시행한 관광 활성화 정책들.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해당 정책은 정부 주도의 ‘관광 산업 기둥화’ 전략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당시 중국 문화관광부 산하 전국성급반점평정위원회는 호텔 등급제를 국가 표준으로 엄격히 관리하며 럭셔리 호텔 공급 확대를 독려했다. 각 성·시 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글로벌 호텔 체인 유치 할당량을 채우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2010년 하얏트·메리어트 등 약 500개였던 글로벌 5성급 호텔 체인의 업장 수는 2020년 기준 8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항공 인프라 또한 중국 정부의 관리 하에 더욱 체계화·고도화됐다.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중국의 3대 대형 항공사는 모두 국영기업으로 개별 기업의 수익 극대화보다 ‘대외 영향력 확대’라는 국가적 임무를 우선시하는 구조다. 이들 기업은 민간 항공사와 달리 주주 이익이나 단기적인 영업 이익에 매몰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사익 추구보다는 국가 전략에 따른 공공재적 서비스 공급에 집중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결과적으로 인근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의 항공권 가격으로 이어졌다.

 

각 항공사의 적자 부담은 정부가 책임져줬다. 일례로 에어차이나는 2023년 공시를 통해 약 5000만달러(한화 약 7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게 항공편 운항 시 시간당 최대 2.4만 위안(한화 약 450만 원)을 지원하며 지방 노선 운항비의 최대 50%, 화물기 개조 비용의 최대 80%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파격적인 지원책도 펼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 주요 도시들을 직접 방문해 본 결과, 현지에서 경험한 중국은 과거의 낙후된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히려 압도적인 인프라와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지로 변모해 있었다”며 “최근 지속되는 경기 악화로 우리 국민들이 가계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는데 그러면서도 여행의 질과 만족도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중국 여행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호텔 숙박비나 항공권 가격 등 체감되는 가성비가 주변국 대비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실속 있는 지출이 가능한 중국 여행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사 속 Q&A
Q1. 최근 한국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여행지 1위는?
A. 하나투어의 5월 황금연휴 기간 여행 상품 비중 분석 결과, 중국이 약 30%를 기록하며 일본(23%)과 베트남(14%)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p 증가한 수치로 해외여행객 3명 중 1명이 중국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Q2. 중국의 5성급 호텔 가격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A. 과거 중국 정부는 개발사가 수익성 높은 주거용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 반드시 인근에 5성급 호텔을 병행 건설해야 한다는 일종의 행정 명령을 내리면서 호텔 건립을 조건으로 인접한 황금 입지의 아파트 부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시행사는 호텔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상쇄하고 정부는 예산 투입 없이 도시 가치를 높이는 모델이 구축됐다.
Q3. 중국 국영 항공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A. 중국의 3대 항공사(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는 국영기업으로서 수익 극대화보다 대외 영향력 확대라는 국가적 임무를 우선시한다. 정부는 항공편 운항 시 시간당 최대 2.4만 위안(약 450만원)을 지원하고 노선 운항비의 최대 50%를 보조하는 등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적자 부담을 보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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