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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못 타면 장사 접어야”…5부제 확대 검토에 자영업자 패닉
“차 못 타면 장사 접어야”…5부제 확대 검토에 자영업자 패닉
[사진=연합뉴스]

차량 5부제가 민간에서도 의무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량 운행 제한까지 현실화될 경우 자영업자와 민간기업의 경우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영업시간 축소와 거래처 대응 지연 등 직접적인 영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약 18~19만원)까지 오르면 에너지 위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현재 공공 부분에만 적용중인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KBS 일요 진단에 출연한 구 부총리는 “현재 에너지 위기 단계가 2단계 주의 단계인데 중동 전쟁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3단계 경계 단계로 올려야 하고 그런 단계가 되면 소비도 함께 줄여야 한다”며 “민간에도 협조를 부탁드리기 위해서 (차량) 부제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민 생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차량 5부제는 차량 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특정 요일에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공공기관 관용차와 직원의 개인 차량만 5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또 포스코, 현대차그룹, 한미그룹, CJ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일반 기업에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구 부총리 말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도입할 경우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국제 유가 급등하자 이를 대응하기 위해 차량 10부제를 도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총리 말은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면 국민들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민간 차량 부제 시행 여부와 발동 요인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약 18만~19만원)까지 오르면 민간도 차량 5부제 실시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비용 부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77.86원, 서울은 1930.55원을 기록했다. 이미 유류비가 크게 상승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 5부제 시행으로 운행까지 제한될 경우 업무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차량 5부제는 사실상 하루 영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자영업자 고성환 씨(59·남·가명)는 “현재 광교신도시에서 배곧신도시까지 자차로 출근하고 있는데 집에서 회사까지 마땅한 대중교통 노선이 없다”며 “전쟁 때문에 에너지 위기인 상황이고 정부 정책인 만큼 시행될 경우 따를 수밖에 없지만 대안이 없어 당장 공장에 어떻게 출근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에서는 탑차를 이용해 거래처로 물건을 배송하고 있는데 해당 차량이 5부제에 걸려 운행이 제한될 경우 운송 업무가 중단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장거리 출퇴근자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분당에서 마포구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기범 씨(28·남)는 “집에서 회사까지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어 몇 달 전부터 차량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며 “차를 타고 출근하면 약 40분 정도 걸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여러 번 환승을 해야 하고 6시 이전에 집에서 나서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8시까지 출근이라 그동안은 크게 정체가 없이 이용할 수 있었는데 차량 5부제가 시행될 경우 출근 방식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 현대차그룹은 국가적인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전 계열사 차원의 에너지 절약 대책을 강화한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차량 5부제를 시행하는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정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기아]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차량 5부제와 같이 번호판을 기반으로 차량 운행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택배 물류, 응급 서비스 등 필수 이동 차량에서는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란은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특정 요일 운행을 제한하는 ‘짝·홀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 물류, 응급차량 등 필수 업종의 차량은 예외로 두고 있다. 멕시코 역시 “Hoy No Circula(오늘은 운행 금지)” 제도를 시행하면서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운행을 제한한다. 다만 긴급 차량, 상업 물류 차량, 특정 저공해 차량 등은 운행 제한에서 제외하거나 완화한다.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환경 규제와 차량 운행 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 친환경 차량 전환 보조금 지원, 물류업체 대상 운영비 지원 정책 등이 병행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민간에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면서 정책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률적인 강제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하며 보다 정교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차량 5부제의 민간 확대 시행은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 등 특정 계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AI와 빅데이터를 통해 정교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가능한 만큼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생계형 운전자를 선별해 보호하는 ‘핀셋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제적 강제화는 국민적 불안감을 조장할 우려가 크므로 강제보다는 유연한 동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연착륙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의 자율 조절 기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기보다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유가를 자율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며 “예를 들어 유가가 리터당 2500원 수준으로 현실화되면 가격 기제에 의해 불필요한 운행은 줄고 차량이 반드시 필요한 수요자 중심으로 도로 위 물류 효율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재원은 이동권 확보가 절실한 장애인이나 차량이 생계 수단인 자영업자에게 집중 투입해야 한다”며 “가격은 시장에 맡기되 확보된 세수로 취약 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자원 배분 방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사 속 Q&A
Q1. 차량 5부제 민간 확대의 발동 조건은 무엇인가?
A.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약 18만~19만원에 도달하고, 에너지 위기 단계가 현재 2단계(주의)에서 3단계(경계)로 격상될 경우 검토될 수 있다.
Q2. 현재 차량 5부제는 어디에 적용되고 있나?
A. 공공기관 관용차 및 직원 개인 차량에 시행 중이며, 최근 현대차, 포스코, CJ 등 주요 대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동참하는 추세다.
Q3. 자영업자들이 차량 5부제 시행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단순 비용 증가를 넘어 운송 중단에 따른 영업 차질, 거래처 대응 지연, 대체 교통수단 부재로 인한 출퇴근 곤란 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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