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인상 가능성과 더불어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인상까지 현실화되면서 세금을 이용한 집값 안정화 정책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금 인상 조치를 반대하는 측에선 과거와 마찬가지로 세입자 피해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찬성 측에선 확실한 수준의 인상만 이뤄진다면 시장에서 곧장 반응이 올 것이라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동안 시도해 온 다주택자 규제로 세입자가 없는 ‘똘똘한 한 채’ 소유자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커지면 결국 매물을 내놓게 되고, 시장 매물이 늘면 자연스럽게 집값·임대료도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다.
강남3구, 한강벨트 등 서울 인기지역 공시지가 급등…세 부담 확대➞세입자 피해 주장 고개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약 1585만가구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9.16% 상승했다. 지난해 3.65%의 2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특히 서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그 중에서도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려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강남 3구와 한강벨트(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지역 별 상승률은 ▲강남구 26.05% ▲송파구 25.49% ▲서초구 22.07% ▲성동구 29.04% ▲양천구 24.08% ▲용산구 23.63% ▲동작구 22.94% ▲강동구 22.58% ▲광진구 22.20% ▲마포구(21.36% ▲영등포구 18.91% 등이었다. 반면 이들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자치구 평균 상승률은 6.93%로 전국 평균 보다 낮았다. 공시지가가 20% 이상 오른 강남3구와 한강벨트 내에 위치한 고가아파트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전년 대비 약 40~50% 가량 오를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보유세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는 집값 구간에 따라 계단식으로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 증가폭이 공시가격 상승 폭보다 큰 편이다.
이번 공시가격 발표 결과는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방안으로 보유세율 인상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기존 세율만으로도 보유세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율과 세금 기준가액의 동반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세금 인상의 방어 논리로 작용했던 세금 인상분 전가에 따른 세입자 피해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부담이 늘어난 만큼 임대료를 올려 결국엔 세입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의 사례만 놓고 봤을 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와 월세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주인의 세부담이 늘어난 과거 노무현·문재인정부 시절 월세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정부(2003~2008년) 시절 서울의 종부세 징수액은 2005년 289억원에서 2007년 9037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월세 지수는 79.80에서 96.18로 20.5% 올랐다. 문재인정부(2017~2022년) 시절에도 서울의 종부세 징수액은 2018년 2754억원에서 2021년 2조3741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월세 지수도 103.74에서 123.46으로 약 19% 상승했다.
‘똘똘한 한 채’ 인기가 보유세 인상 부작용 상쇄, 시장 매물 증가로 집값 하락 가능성
반대로 이번만큼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기간에 걸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고가 주택 한 채만 매입해 실거주하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세부담 전가에 따른 임대시장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에 달한 반면 서울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9536만원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의 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6.8에 달했다.
비싼 아파트와 저렴한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커졌다는 것은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강남3구와 한강벨트 지역의 공시지가 급등 역시 ‘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에 따른 가파른 시세 상승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서초구 소재 R부동산 관계자는 “수년째 투자가치가 높고 실거주하기 좋은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그 여파로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이나 한강변 단지의 시세도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인중개사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양극화 부작용을 낳은 ‘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가 역설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의 부작용을 억제해주고 집값 안정화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주택 대신 고가의 실거주 주택 한 채를 선택한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세금 인상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소득 대비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매도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 소유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공급되는 효과가 나타나 종국엔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탄 후 실거주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아마 세금이 올라도 임대인에게 인상분을 전가하는 사례가 예전 보다는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무리 비싼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소득 수준이 높지 않는 한 매 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은 상당한 부담일 것이고 특히 강남 지역 집주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층들의 부담은 더욱 클 것다”며 “세금 부담 때문에 ‘똘똘한 한 채’ 매물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결국 집값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공시가격 급등과 보유세 강화 움직임은 과거 다주택자 규제 시기와는 시장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인상분을 임대료에 전가하며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실거주 목적의 ‘똘똘한 한 채’ 비중이 워낙 높아져 임대료 전가 현상이 예전만큼 강력하게 나타나기 어려운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정 소득이 적은 고령층 자산가들에게 연간 수천만원의 보유세는 실질적인 생존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며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우량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공급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