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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효율 따지는 시대…MZ 청년들 ‘다대다 소개팅’ 트렌드 확산
연애도 효율 따지는 시대…MZ 청년들 ‘다대다 소개팅’ 트렌드 확산

“종이 울리면 다음 테이블로 이동해 주세요.”

 

주말 저녁 서울 을지로의 한 대관 공간에서는 짧은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테이블로 이동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10분 남짓 이어진 대화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다시 새로운 상대를 마주한다. 일명 ‘로테이션 소개팅’으로 불리는 다대다 만남 자리다. 이곳에서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다는 민형식(28·남·가명) 씨는 “처음에는 10분마다 자리를 바꾸는 방식이 어색했지만 첫 테이블에서 만난 사람이 기억에 남아 연락을 이어가다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볼 수 있어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여러 명의 이성을 동시에 만나는 ‘다대다’ 방식의 소개팅이 새로운 연애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지인을 통해 한 명의 상대를 소개받아 만나는 1대1 소개팅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한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개인의 성향과 목적에 맞춰 만남의 형태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3대3에서 8대8 규모로 진행되는 ‘로테이션 소개팅’이다. 참가자들은 일정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종이 울리면 자리를 바꾸며 새로운 상대와 대화를 이어간다. 한 번의 모임에서 여러 명의 이성을 만날 수 있어 효율적인 만남 방식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모임도 등장했다. 한 공간에 3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 모여 자유롭게 어울리는 ‘파티형 소개팅’도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향인 전용 파티’와 같은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며 만남 시장은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여러 명의 이성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는 ‘다대다’ 방식의 소개팅이 청년 세대의 연애 시장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사진은 '파티형 소개팅'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모임의 성격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도 달라진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지정된 자리에서 여성이 대기하고 남성이 일정 시간마다 자리를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참가자들이 어색함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간단한 프로필 카드를 작성하거나 사회자가 공통 질문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장치가 활용된다.

 

파티형 소개팅은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공간을 오가며 식사와 대화를 함께 즐기고, 사회자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한다. 현장에서 인기 투표를 진행하거나 공개 매칭 이벤트를 여는 등 즉흥적인 프로그램도 더해진다. 이러한 유연한 진행 방식은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재참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년들이 다대다 만남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택지의 다양성’이 지목된다. 한 번의 모임에서 여러 명의 이성을 만나볼 수 있어 자신과 맞는 상대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대다 소개팅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한 참가자는 “한 번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서로를 가볍게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으려면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층이 기존의 1대1 소개팅 대신 다대다 만남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효율성’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전통적인 소개팅 방식은 상대와 성향이나 대화 코드가 맞지 않을 경우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반면 다대다 방식은 한 사람과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없어 비교적 부담이 적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2030세대에게 이러한 방식은 합리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역시 청년층의 고민 중 하나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PMI)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40대가 연애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유로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서’가 5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경제적 부담’이 39.5%로 뒤를 이었다. 특히 남성 응답자의 45.6%가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를 부담스럽게 느낀다고 답해 연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출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진행한 ‘설렘 in 한강’과 같은 공공 주도 만남 행사는 참가자 신원 확인 절차가 철저하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은 연애 창구로 주목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행사를 홍보하는 서울시 포스터. [사진=서울시]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여러 명의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다대다 소개팅은 청년층에게 ‘가성비 있는 연애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한 번의 소개팅에 여러 차례 식사와 카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 약 3시간 동안 4만~5만원 정도의 참가비로 여러 명을 만날 수 있는 다대다 모임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청년 만남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행사는 참가자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6월 개최한 ‘설렘 in 한강’ 행사에는 100명의 모집 인원에 3283명이 지원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행사 결과 참가자의 절반이 넘는 26쌍이 최종 매칭됐고 프로그램 만족도 역시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대다 소개팅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방식의 모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경험자는 “대규모 파티형 소개팅은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활발한 성격의 사람들이 선호할 것 같다”며 “차분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로테이션 소개팅이나 취향 기반 모임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청년 세대가 선택한 ‘관계의 최적화’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시간과 비용의 효율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의 성향이 연애 시장에도 반영된 결과”라며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1대1 만남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다대다 방식을 통해 탐색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려는 합리적인 소비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 속 Q&A
Q1. 최근 청년 세대에서 유행하는 '다대다 소개팅'은?
A. 3대3에서 최대 8대8 규모로 모여, 약 10분 등 정해진 시간마다 자리를 이동하며 여러 명의 이성과 짧게 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만남 방식이다. 성향에 따라 30~100명 규모의 '파티형'이나 '내향인 전용' 모임 등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다.
Q2. 2030 세대가 기존 1대1 소개팅 대신 다대다 만남을 선호하는 이유는?
A. ‘효율성’과 ‘가성비’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상대와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감정적 소모를 줄일 수 있고, 고물가 시대에 4~5만 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참가비로 여러 명의 이성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Q3.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만남 프로그램의 장점은?
A. 참가자의 신원 확인 절차가 철저해 신뢰도와 안전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가 주최한 ‘설렘 in 한강’ 행사는 100명 모집에 3,283명이 지원할 정도로 청년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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