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서초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선 자산 형태에 따라 정부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대한 반응 정도가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성 자산 보단 부동산 자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다주택자들은 증여·매도 등 규제 피해 최소화 고민에 골몰하고 있는 반면 소득이 높고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다주택자는 별 다른 고민 없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의 경우 부동산을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삼아온 이른바 ‘벼락부자’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막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규제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굳이 왜 팔아” vs "매도·증여 고민“…같은 강남 다주택자라도 세금·집값 반응 제 각각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전망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최근 수년 간 거의 없다시피 했던 매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직접 부동산을 찾아와 매도 상담을 하는 집주인들도 부쩍 늘었다.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시도도 활발해졌다.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며 임대로 거주하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먼저 매수 문의에 나서는 시도가 늘고 있다. 매물들의 규모, 시세 등의 정보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일이 알리는 부동산들도 적지 않다.
매수 우위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호가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평균 실거래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강남3구였다.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1억원 넘게 하락했으며 전체 주택의 평균 실거래가 역시 1억4111만원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하락폭이 더욱 컸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9.4%(약 5억원)나 떨어졌다. 서초구(-12.6%), 송파구(-5%) 등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동대문구·강동구·영등포구·중랑구 등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지역과는 확연하게 다른 결과다.
그런데 같은 강남 내에서도 이러한 모습과는 전혀 무관한 집주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르데스크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지역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약 30곳 가량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같은 강남 다주택자라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집주인과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의 집주인으로 나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책 대응 방식에 있어 현격한 온도차가 나타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현금성 자산 규모였다.
서울 서초구 소재 L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강남 사람이고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실소득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반응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남들과 비슷한 소득 수준임에도 재건축 아파트 같은 걸 대출받아 사서 집을 한두 채 사모으면서 자산을 늘린 사람들이나 고령의 나이로 소득은 변변치 않지만 깔고 앉은 부동산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걱정이 많은 편이지만 기업 오너 일가 등 확실한 수입원이 있는 자산가들이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D부동산 관계자는 “보통 강남 다주택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며 “아주 오래 전에 집을 샀다가 강남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그 돈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한 채씩 늘린 사람과 별도의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전문직 고소득자들이다”며 “전자의 경우 집값이나 세금,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많지만 후자의 경우 그냥 여윳돈이 있어서 사놓은 경우가 많아서인지 부동산에 크게 관심이 없다. 심지어 세입자를 따로 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동산으로 돈 벌려는 사람들만 정책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소재 A부동산 관계자는 “예전부터 고위 공무원, 군장성, 사업가 등이 많이 살았던 압구정동이 반포동에 비해 더욱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며 “당장 재건축만 보더라도 반포가 훨씬 빠르지 않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압구정동 구축 아파트는 이미 내부 리모델링이 거의 새 집 수준으로 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며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런 것만 보더라도 확실히 소득으로 자산 규모를 키운 사람이 많은 지역과 부동산 시세 상승으로 자산 규모가 커진 사람이 많은 지역이 나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다르고 현금 자산 보유 규모도 다르다 보니 압구정동에 아는 부동산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확연히 우리 부동산에 비해 매도 문의가 적은 편이다”고 강조했다.
일선 부동산들의 설명은 강남 다주택자의 반응을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에만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는 L씨(74·여)는 “남편과 나 모두 젊었을 때 교수로 재직하면서 모은 돈으로 부동산을 사 모았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고 아들도 평범한 직장인이다 보니 세금 같은 걸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당장 집을 팔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나중에 세금이 오르면 어떻게 될지 몰라 이왕이면 양도세가 오르기 전에 처분하려고 계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나 같은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나처럼 자식들이 고소득자가 아니고는 세금 감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대부분 파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총 2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K씨(61·남)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는 “서초구 아파트는 한 20년 전에 매입해 가지고 쭉 가지고 있었고 강남구 아파트는 한 7~8년 전쯤 매입했다”며 “한 채는 한강과 밀접하고 한 채는 공원·산과 밀접해 있는데 둘 다 주거 목적으로 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부동산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주변에선 다주택자 세금이 올라서 팔아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은데 수입이 충분하기 때문에 세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나중에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때문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전혀 팔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을수록 다주택자 압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막겠다”는 정부의 규제 취지에 부합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동산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자산을 불려온 다주택자들이 규제 압박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을 순수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도가 시장에서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소득 다주택자들의 경우 세금 인상분을 감내하면서도 보유를 선택하고 있어 시장 전체의 매물 증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정책적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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