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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90% 의존 日 니케이보다 70% 의존 코스피 더 빠진 이유
중동 원유 90% 의존 日 니케이보다 70% 의존 코스피 더 빠진 이유
[사진=연합뉴스]

중동發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세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코스피의 하락률이 타국 증시에 비해 유독 하락세가 두드러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다수 국가의 증시 하락 원인으로 원유 시세 상승이 지목되면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비해서도 유독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취약한 기초체력과 높은 대외 의존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출 의존 제조강국 韓 vs 내수 뒷받침 상사대국 日…화폐 매력도에서도 현격한 차이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06% 하락한 5093.54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7% 넘게 내린 데 이어 이날도 12% 넘게 떨어지면서 불과 이틀 만에 코스피 지수는 20% 가량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당일 하락률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서킷브레이커(CB, 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20분간 시장 매매를 중단하는 조치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24년 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 아시아 주요 증시 등락률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코스피 낙폭은 주요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진 편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하락률은 19.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니케이지수(-6.6%), 대만 자취안지수(-7.4%),중국 상하이종합지수(-2%) 등 주변국 증시와는 현격한 차이다. 한국 증시 하락률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서도 더욱 두드러진 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 중 중동 비중은 71.9%였다. 같은 기간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사한 일본의 중동 의존도는 95% 수준에 달했다. 수치상으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비껴나 있음에도 증시는 정반대로 반응한 셈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일본 증시에 비해 중동 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이유로 네 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우선 양국 증시별 상장사 구성의 차이가 꼽히고 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유가 변동에 민감한 수출 제조업에 쏠려 있다. 반면 일본 니케이지수는 미쓰비시상사, 미쓰이 물산, 이토추상사 등 이른바 ‘5대 종합상사’가 니케이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종합상사는 탄탄한 내수 완충 능력을 갖추고 있어 대외 변수 발생 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47.1% 수준에 불과하다.

  

▲ 일본 주요 종합상사의 자원 투자포트폴리오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일본 상사들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해외 광산에 막대한 지분 투자를 지속해 온 것도 주가 충격이 덜 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는 올해 1월 미국 텍사스·루이지애나의 셰일가스 생산기업인 ‘에이선 에너지 매니지먼트(Aethon Energy Management)’의 사업권을 약 75억달러(한화 약 11조원)에 인수하며 에너지 인프라 장악력을 높였다. 소지츠상사도 호주 퀸즐랜드 광산 운영과 희토류 관련 사업에, 스미모토상사는 마다가스카르 광산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자원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월가에서는 워렌 버핏이 2020년대 들어 일본 상사주를 집중 매수한 배경에도 이러한 위기 방어 능력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양국 통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갖는 위상 차이 역시 증시의 명암을 가를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정리하고 안전자산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 이때 기축통화인 일본의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지정학적 위기 때마다 가치가 상승하며 증시 하락 압력을 상쇄하는 방어막 역할을 해온 전력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엔화는 더욱 강세를 보이며 대외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번 중동전쟁 국면에서도 엔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6일 100엔당 91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이날 940원에 육박하며 일주일 새 20원 넘게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원화는 대외 리스크 발생 시 글로벌 자금이 가장 먼저 이탈하는 위험 자산으로 인식되곤 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구조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과 환차손을 동시에 안기는 악재로 평가된다. 결국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원화의 구조적 특성이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선을 돌파했다.

 

▲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유독 큰 낙폭이 한국 경제의 취약한 기초체력과 높은 대외 의존성으로부터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4일 도쿄증권거래소 앞에 부착된 니케이지수 현황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증시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 또한 변동성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코스피는 여전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 ‘선진시장’이 아닌 ‘신흥시장(EM)’으로 분류되는 반면 일본 니케이지수는 확고한 선진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나 금융 불안이 닥치면 글로벌 거대 자본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흥시장 비중을 가장 먼저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당시에도 미국 S&P500 지수가 약 37% 하락하는 동안 신흥시장(EM) 지수는 약 53% 폭락하며 자금 이탈 속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주변국보다 크게 흔들리는 변동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근본적인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한국 제조업의 특성상 유가 상승은 즉각적인 생산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상장사 전반의 영업이익률 하락과 수출 가격 경쟁력 악화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일본 상사들이 자원 확보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내수 시장을 탄탄하게 방어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내수 시장 공략 가속화 및 에너지 공급망 자립도를 높여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속 Q&A
Q1. 한국과 일본의 중동 원유 의존도 차이는?
A.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71.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사한 일본의 중동 의존도는 95% 수준에 달했다.
Q2. 한국과 일본의 경제 산업 구조의 차이는?
A. 한국은 GDP 대비 내수 비중이 47.1%에 불과해 대외 변수에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일본은 내수 비중이 70%를 상회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력이 훨씬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Q3. 한국과 일본의 통화의 위상이 각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A. 일본 엔화는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위기 시 가치가 상승하며 증시 하락 압력을 상쇄한다. 반면 한국 원화는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으로 인식돼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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