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위험 판정 그 다음은? 무방비로 방치된 ‘재앙의 가능성들’
[영상] 위험 판정 그 다음은? 무방비로 방치된 ‘재앙의 가능성들’

 

[오프닝]

서울에는 이미 위험 판정을 받은 건물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하거나 사용을 중단해야 할 수준의 건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미 위험 판정까지 받았음에도 이렇다 할 조치는 없는 상황입니다. 30년 넘게 재난위험 등급 받은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최하 등급을 받은 상가, 수많은 인파가 오고가는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빌딩은 여전히 누군가의 집이자 생계 터전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아찔한 공간, 그곳을 지키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르데스크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30년째 D등급, 멈춰 선 시간 속에 남겨진 아파트]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곳은 1996년부터 재난위험시설물 D등급을 받아왔습니다. 30년 가까이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분류된 건물입니다. 외벽의 색은 벗겨졌고 건물 곳곳에는 임시로 보강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단지 내부는 차량으로 가득 차 있고 택배 보관소라 적힌 공간은 사실상 오래된 창고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동·호수 표기가 지워진 채 남아 있는 세대도 보입니다. 아파트 내부에서 바로 차도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에 고령 주민들은 외출할 때마다 조심한다고 말합니다. 바로 옆에 소방서가 있지만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민들이 노후된 외·내부 시설을 자체적으로 수리하고 있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이겨내긴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주민 인터뷰)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사실. 뭐 수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누구한테 청구하는지도 뭐하고. 저 회색 부분 저기 있죠? 저기가 이제 예전에는 집안에서 쓰레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었거든요 연탄 같은 거? 그 통로인데. 그걸 막 메우는 작업을 해가지고 아마 구청에서 약간 지원이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저걸 했었는데 지금은 이제 노후가 많이 돼가지고 막 벽이 갈라지고 틀어지고 하니까 이제 떨어져 나가고 그러거든요. 근데 그거에 대한 수리는 비용 발생하니까 알아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여기 위로 보면 전선 있는 곳 벽도 떨어지고 있거든요.”

 

[긴급 보수 판정, 그러나 사람 사는 위험 주택]

종로구의 한 연립주택입니다. 196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2020년 9월 재난위험시설물 D등급으로 지정됐습니다. D등급은 구조적으로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의 건물에 부여됩니다. 현재 건물 외벽 곳곳의 방충망은 뜯겨 있고 복도 위 천장은 크게 구멍이 나 있습니다. 배관도 녹슬어 있고 심지어 끊어진 흔적이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배관에선 무언가 새는 듯 한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세탁 공간의 벽에는 곰팡이가 번져 있고 지붕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처져 있습니다. 건물 외부에 설치된 보일러는 주민이 직접 테이프와 헝겊으로 고정해 둔 모습입니다. 사람이 사는 호실이 있는가 하면 먼지가 쌓인 채로 비워진 호실도 있습니다.

 

(주민 인터뷰)

“사람은 사는데.”

“거기는 사람 살아요.”

“거기는 사람 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관할 구청)

“거기는 저희가 주기적으로 살피고 있고 실제로 사시는 분들도 계셔가지고 살펴보고 계속 연락 취하고 있고 최근엔 안전 의뢰 진단 결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화재 위험, 설비 방치된 노후 건물]

최근 서울의 한 노후아파트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당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아파트에선 화재 경보기와 소화전 등 소방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민 증언이 나왔는데요. 비슷한 시기 지어진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장 위로 꼬여 있는 전선들은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 있습니다. 소방 기기가 담겨 있어야 할 소화전은 해체된 상태였으며 다른 옥내 소화전함을 열어보니 소방 호스는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습니다. 사용 기한이 지났지만 그대로 방치된 소화기들도 곳곳에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또 가스관 인근에는 불이 붙기 쉬운 쓰레기와 마른 건초가 수박하게 쌓여 있습니다. 건물 일부에서는 물이 새고 있었지만 별다른 보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명도 충분하지 않아 비상 상황에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시 제대로 대응이 가능할지 걱정이 크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주민 인터뷰)

“안 돼요. 이거 다 모형이에요. 안 될걸요. 여기 옛날부터 그랬어요. 옛날부터 불도 몇 번 났어요. 아래층에. 죽어나간 사람도 있고”

“불 나면 어떻 하긴 그럴 일이 있겠어”

 

[도심 한복판에 남은 위험 빌딩]

강남구 한복판에 위치한 한 빌딩입니다. 이 빌딩은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과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백화점 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난 바 있습니다. 당시 붕괴된 백화점은 사고 직전 서울시의 안전점검에서 긴급 보수가 필요한 ‘D등급’ 판정을 받았으나 제대로 된 보수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시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빌딩 역시 현재 철거되지 않은 채 도심 한가운데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앞서 빌딩에선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기둥 주변을 감싼 콘크리트가 부서져 내리면서 철골이 드러난 게 밝혀지기도 했는데요. 빌딩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시민인터뷰)

“꽤 오래됐어요. 3년 넘었는데 저희도 매번 차 대면서(주차하면서) 불안해요”

 

[클로징]

낮은 안전등급 판정 결과는 건물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공식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판정 이후에도 어떠한 조치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곳에서 사는 사람과 건물 주변을 지나는 사람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재난은 늘 그랬듯이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또 다른 비극적 인재(人災)가 닥치기 전에 하루 빨리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속 Q&A
Q1. 재난위험 D·E등급 판정을 받은 건물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며 왜 문제가 되나요?
A. D등급은 구조적으로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E등급은 사용을 중단하고 철거까지 검토해야 할 수준의 심각한 위험 상태를 의미하며 이미 공식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예산·행정 지연·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실질적 조치가 미뤄질 경우 주민들은 균열·누수·전기 설비 노후·소방 설비 미작동 같은 위험 요소 속에서 생활하게 되고 화재나 붕괴 같은 사고가 예고 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됩니다.
Q2. 위험 판정을 받고도 장기간 방치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요?
A. 재건축·철거를 추진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주민 동의, 소유권 문제, 행정 절차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 최소한의 임시 보수만 반복되면서 근본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기 점검 결과의 투명한 공개, 긴급 보수 예산의 신속 집행, 거주자 안전 대책 마련, 책임 주체 명확화 등 실질적 후속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댓글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