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뗀 한국 토큰증권, 개인 투자자엔 ‘빛 좋은 개살구’ 우려
걸음마 뗀 한국 토큰증권, 개인 투자자엔 ‘빛 좋은 개살구’ 우려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이 ‘논의’를 넘어 ‘상용화’ 문턱에 들어서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 사업자로 KRX 중심의 KDX 컨소시엄과 NXT 컨소시엄을 선정하며 유통 인프라의 큰 틀이 잡혔고, 부산은 국내 최초 토큰증권 장외거래시장 구축 참여를 발판으로 ‘디지털금융 중심지’ 도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토큰증권은 ‘새로운 투자 기회’라기보다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토큰증권이란 포장만 그럴듯할 뿐 실제로는 기초자산이 부실하거나 현금흐름이 불투명한 상품이 토큰 형태로 유통될 경우 손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각투자 대중화 기대감 물씬…단기 고수익 환상 경계령

 

토큰증권 상용화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수익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증권을 통해 ‘권리의 디지털 표기’와 ‘거래·정산의 자동화’가 기대되지만 기초자산의 가치를 올려주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초자산이 불투명하거나 변동성이 큰데도 토큰화라는 포장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다면 손실 가능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 설계도 개인의 ‘고수익’ 기대완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는 기본적으로 공모를 전제로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실무적으로는 조각투자 상품(투자계약증권)당 청약한도를 2000만~3000만원 내외로 제한하는 자율규제도 정착돼 운영 중이다. 시장의 대중화와 확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없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 토큰증권 상용화를 앞두고 기초자산이 불투명하거나 변동성이 큰데도 토큰화라는 포장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다면 손실 가능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가. [사진=연합뉴스]

 

특히 국내 시장은 미국형(기관 단기자금 운용 중심)보다는 일본형(부동산·특별자산 등 실물 기반 조각투자 확장)에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액으로 접근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날 수 있지만 실제 투자 수익의 극대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토큰증권이 먼저 자리 잡은 미국에서 시장을 키운 건 ‘대박형 고수익 토큰’이 아니라 국채·MMF(머니마켓펀드)처럼 현금성에 가까운 저위험 금융상품 토큰이었다. 제도권 토큰증권의 초반 확산은 대체로 금리 수준을 반영한 안정적 수익에서 출발했다.

 

반면 일본은 부동산 수익증권 등 실물자산형 토큰증권을 제도화해 발행해왔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제한적이고 유통(2차 거래)도 얕아 개인 투자자가 체감할 ‘환금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 투자자에게 토큰증권은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기존 증권 투자 공식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큰증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채권이 주식이 되지 않고, 부동산 조각이 MMF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가 토큰증권에 투자할 땐 수익이 현금흐름에서 오는지 시세차익에서 오는지 여부와 수익과 손실의 우선순위 구조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 자산 토큰화’ 최대 리스크…유동성·평가·공시가 승부처

 

토큰증권 상용화가 다가올수록 ‘부실한 기초자산의 토큰증권화’가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된다. 유통 인프라가 갖춰지고 제도권 트랙이 열리면 좋은 자산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성 없는 자산, 평가가 어려운 자산, 현금흐름이 취약한 자산도 ‘토큰화’로 포장돼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시가 예고된 초반 자산들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실물 사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백년가게 토큰증권’은 정책성과 상징성이 크고, 현금흐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다. 그러나 수익률을 좌우하는 매출 인증과 정산의 투명성, 비용 차감 이후 잔여현금흐름 배분인지 여부, 사업 중단·폐업 시 권리 구조와 청산 규정 등이 허술할 경우 수익은 커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큰증권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중요한 건 투자상품의 선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데스크

 

콘텐츠·지적재산권(IP) 기반 자산 역시 초기 유동성을 만들 후보로 꼽히지만 투자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팬덤 기반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입은 빠르지만 반대로 흥행 실패 시 현금흐름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 기반 토큰증권의 경우 가치평가가 어려운 데다 분배 구조는 복잡해 투자 변동성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귀금속 등 실물자산은 글로벌 시세와 가격 투명성 덕분에 초기 신뢰 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수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개인 투자자의 수익은 시세보단 비용구조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보관부터 감정, 보험 등 비용이 커질수록 기대수익률은 낮아지는 구조다. 토큰화를 통해 투자 편의성을 향상시켜줄 순 있지만 수익을 보장하진 않는 셈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초기 토큰증권에 투자할 때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유동성이 지목된다. 토큰증권은 기술적으로 ‘쪼개서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되지만 실제로 거래 상대가 없으면 환금성이 생기지 않는다.

 

일본에서 부동산 중심 토큰증권이 제도화돼도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2차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 부동산 특성상 회전율이 낮고 투자자가 ‘만기형’으로 접근한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주식처럼 매매해 차익을 내기보다 사실상 채권·수익증권처럼 보유-분배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큰증권 투자 시 만기 상환이 있는지, 중도 환매가 가능한지, 장외 유통시장에서 호가가 형성되는지, 거래량이 실제로 발생하는지, 거래가 없을 경우 가격 산정은 어떤 원칙으로 이뤄지는지 등 ‘출구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증권이 증권인 이상 공시·감사·평가체계가 탄탄하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는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산이 STO 장외거래시장 구축 참여를 통해 디지털금융 중심지 도약을 선언한 것은 상징성이 크지만 개인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더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항만·물류 등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자산 토큰화가 현실화될 경우 산업적 의미는 크지만 자산의 가치평가와 현금흐름 구조가 복잡한 만큼 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토큰증권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중요한 건 투자상품의 선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상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토큰증권 시장 성장을 위해선 혁신적인 기초자산이 발굴돼 이를 토큰증권화 하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검증된 현금흐름, 합리적 비용, 투명한 공시, 현실적인 유동성 등을 갖췄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Q&A
Q1. 토큰증권(STO)은 무엇인가?
A. 토큰증권(Security Token)은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증권이다.
Q2.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현재 어느 단계인가?
A. 현재는 ‘상용화 직전 단계’이며 아직 본격 거래는 시작되지 않았다.
Q3. 개인 투자자가 토큰증권 투자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손익과 직결되는 기초자산의 현금흐름, 환금성, 권리구조, 발행 기관 신뢰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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