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전통 유통기업과 IT기업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대형 유통기업들은 본업에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온라인 사업에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플랫폼과 기술을 기반으로 출발한 IT기업들은 커머스 부문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별도기준 매출액은 17조9660억원으로 5.9% 늘었고 영업이익은 127.5% 증가했다.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 가격 경쟁력 강화, 점포 리뉴얼 등 오프라인 중심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5%, 39.9%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SSG닷컴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1조3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17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G마켓 역시 같은 기간 매출 감소와 함께 8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 회복한 수익을 온라인 사업이 잠식하는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롯데쇼핑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470억원으로 15.6% 증가했고 순이익도 흑자로 전환하며 손익 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백화점과 해외 사업 호조, 비용 부담 완화에 따른 영향이 컸다. 이커머스 사업의 경우 매출은 1089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줄었고 손실 역시 지속됐다. 외형 축소와 비용 절감으로 손실 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통 유통기업들이 온라인에서 고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 구조와 출발점의 차이가 지목된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유통기업들은 매장 운영과 부동산 기반 수익 구조에 최적화돼 있다. 반면 온라인 사업은 물류 인프라, 데이터 분석, 개인화 추천, 멤버십 생태계 등 기술과 플랫폼 중심 경쟁이 핵심이다. 오프라인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던 점포망과 브랜드 인지도가 온라인에선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IT기업들은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커머스 부문 매출은 3조6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 증가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4분기 커머스 매출은 무려 36% 증가하며 전체 사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확대, AI 기반 개인화 추천, 배송 인프라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네이버의 호실적 배경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색부터 광고, 결제, 콘텐츠, 멤버십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를 플랫폼 내부에 장기간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거래 증가와 광고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산업의 주도권이 점포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매장 입지와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플랫폼 생태계가 경쟁의 핵심이 됐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성이 온라인에서 결정되는 만큼 온라인 경쟁력 확보 여부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자산이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온라인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를 맞을 수 밖에 없다”며 “온라인 쇼핑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사업 영역 확장을 넘어 산업의 주도권 자체가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를 가르는 결정적 승부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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