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산관리’ 등장에 美 금융권 패닉…韓 금융권도 ‘AI 태풍’ 영향권
‘AI 자산관리’ 등장에 美 금융권 패닉…韓 금융권도 ‘AI 태풍’ 영향권

글로벌 금융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금융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AI)이 금융사들의 핵심 영업 방식 중 하나인 자산운용 전략까지 완벽히 구현해 내면서 매출 타격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이러한 위기감 곧장 주가로 반영되기도 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자문 수수료와 상품 판매에 의존해 온 전통적 금융 사업 모델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새로운 생존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AI ‘자산관리 비서’ 등장에 미국 금융업계 위기감 고조…“한국 금융업계도 예외 아냐”

 

1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 소프트웨어 회사인 알트루이스트(Altruist)는 이날 자사 AI 플랫폼 ‘헤이즐(Hazel)’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세무 전략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세무 신고서, 급여 명세서, 계좌 내역서 등을 AI가 정밀 분석해 단 몇 분 만에 개인화된 세무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월급 및 성과급 관리부터 주택 매매, 퇴직금 운용 등에 이르기까지 자산 운용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비스의 이용료는 월 60달러(원화 약 8만원)에 불과하다. 

 

▲ 인공지능(AI)이 고액 자산관리사(PB)의 전유물이었던 자금 운용 전략까지 완벽히 구현해 내면서 미국 금융권이 큰 충격에 빠졌다. 사진은 알트루이스트의 AI 플랫폼 ‘헤이즐(Hazel)’ 서비스 안내문. [사진=알트루이스트]

 

알트루이스트의 이번 발표로 미국 금융업계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알트루이스트의 이번 서비스가 금융사들의 핵심 영업 방식 중 하나인 ‘WM 중심 금융상품 판매‘ 구조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금융사들은 세무·법률·상속 자문을 통해 고액 자산가 고객을 유치한 뒤 신뢰를 바탕으로 수수료가 높은 고액 펀드나 보험, 파생결합상품(ELS)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이익을 창출해 왔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예대마진이나 트레이딩 수익과 달리 WM부문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캐시카우로 여겨져 왔다.

 

규모가 클수록 WM부문의 매출 비중은 더욱 높은 편이다. 일례로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사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82억달러(원화 약 26조원) 가운데 약 82억달러(원화 약 11조원)를 WM부문에서 거뒀다. 전체 매출의 약 45% 수준이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사인 찰스슈압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액(148억달러, 원화 약 21조원) 중 중 약 30%(41억달러, 원화 약 6조원)가 WM부문에서 발생했다.

 

미국 금융업계에선 AI가 자산관리사(PB) 역할을 대체할 경우 자문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연계된 금융상품 매출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월가의 금융 인프라 기업인 브로드리지의 람프라사드 산딜리아 자산 관리 부문 부사장은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PB의 핵심 역할 자체가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PB 기반 고수수료 모델이 구조적으로 붕괴되면 금융사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야기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 1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주 주가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러한 우려는 즉각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10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을 포함해 찰스슈왑, 모건스탠리 등 WM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금융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LPL파이낸셜 홀딩스 주가는 전일 대비 8.31% 하락했으며 찰스슈왑 역시 7.42% 떨어졌다. ▲레이먼드 제임스 파이낸셜(-8.75%) ▲스티펠 파이낸셜(-3.83%) ▲모건스탠리(-2.45%) ▲JP모건체이스(-1.19%) 등도 모두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주가를 모아놓은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미국 브로커-딜러&증권 ETF(IAI)’도 3.1% 하락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금융업계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식 영업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한국 금융업계 역시 ‘AI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몇 년간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는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패밀리오피스’와 WM특화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우리은행은 초고액 자산가 특화점포 ‘TCE(Two Chairs Exclusive) 센터’를 통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농협은행 역시 WM 특화 점포인 ‘NH All100 종합자산관리센터’를 전국 100개소까지 확대한 상황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발 AI 쇼크는 금융 서비스가 ‘관계’에서 ‘효율’로 이동하는 변곡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며 “그동안 국내 금융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구축한 대면 거점 중심의 WM 전략은 강력한 비용 압박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금융은 구조적으로 미국 금융의 흐름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트렌드가 AI를 통한 비용 절감과 초개인화로 향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도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AI 네이티브’ 금융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속 Q&A
Q1. 금융 AI 플랫폼 헤이즐(Hazel)’ 등장에 미국 금융권이 긴장한 이유는?
A. ‘헤이즐’이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고액 자산관리사(PB)의 핵심 업무였던 개인 맞춤형 세무 및 자금 운용 전략을 완벽히 구현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월 60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금융사의 핵심 캐시카우인 자산관리를 통한 상품판매 영업 구조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Q2.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의 매출 구조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A.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의 매출 구조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82억달러 중 약 45%에 달하는 82억달러를 WM 부문에서 거둬들었으며 찰스슈왑 역시 전체 매출 148억달러 중 약 30%인 41억달러가 이 부문에서 발생했다.
Q3. 미국발 ‘AI 쇼크’가 국내 금융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A.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구축한 대면 거점 중심의 WM 전략이 비용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식 모델을 벤치마킹해 ‘패밀리오피스’나 ‘WM 특화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린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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