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이른바 ‘세 낀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했다. 기한 내 급히 매도해야 했던 다주택자들의 부담은 일부 완화될 전망이지만 반복되는 정책 수정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경우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0일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고, 시행령 개정 발표일인 12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하는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최장 2년간 유예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합법적인 세입자 계약 기간까지는 거주하지 않아도 되고 2년 이내에 실제 입주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에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발생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제도에서는 매수자가 일정 기간 내 직접 거주해야 해 세입자가 있는 경우 집주인이 계약을 종료시키지 않으면 매도가 사실상 어려웠다. 특히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이 보장된 상황에서는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어 매도 자체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가 전세가 끼어 있는 주택을 매수할 경우 기존 전세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다만 통상 전월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체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예 기간 설정이 자칫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여지도 있다. 정부는 기존 계약 기간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갱신 계약까지 동일하게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세부 지침이 보다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거래 활성화로 직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전세 계약을 체결한 매물의 경우 매수 이후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가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신규 임대차 계약과 갱신 계약에 대한 적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란이 남아 있어 제도 보완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의 ‘세 낀 매물’에 퇴로를 열어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일관된 정책 운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거주 의무 유예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 갭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보완 장치 마련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이후 국민 의견을 반영해 보완·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과정이라 본다”며 “다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투기 조장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책을 수립해야 시장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입주 물량은 절벽 수준이고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지만 정부의 압박 공세가 상당히 강하다”며 “절세 매물이 나오더라도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 집값 오름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대책 역시 속도감이 관건으로 실제 추진 속도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변수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크게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보유 수나 특정 대상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설계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 전반의 수급 상황과 거래 여건 등 구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금도 세심하게 시장 상황을 바라보고 있지만 보다 더 정확히 진단한 뒤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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