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를 두쫀쿠로 ‘은어 소통’…과규제에 정보 지하화 · 왜곡 주의보
위고비를 두쫀쿠로 ‘은어 소통’…과규제에 정보 지하화 · 왜곡 주의보

최근 국내 비만치료제 커뮤니티에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두쫀쿠’라는 은어로 불리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 운영 기준이 강화되면서 약 이름이나 복용 방법을 직접 언급할 수 없게 되자 이용자들이 은어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제가 과도해질 경우 정보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잘못된 복용법이나 가짜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글로벌 비만 치료제 현황과 개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2028년에는 370억달러(약 54조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라 불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인기와 함께 부작용과 오남용 우려도 커지게 되면서 최근 국내 최대 커뮤니티 중 하나인 디시인사이드 위고비·마운자로 관련 갤러리에는 강남구 보건소의 시정 조치 요청에 따라 게시판 운영 기준을 강화한다는 공지문이 게시됐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처방 유도나 복약 안내는 약사법 위반 소지가 큰 만큼 보건당국은 전문의약품 오남용과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 커뮤니티 내에서 성행하고 있는 마운자로 관련 게시글의 모습. [사진=디시인사이드 갈무리]

 

 

공지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거래·양도·구매 유도, 처방 유도 또는 의료기관·의료인 추천, 용량·주기 등 복약지도 수준의 정보, 체중 감량 인증 후기, 의약품 사진 업로드 등이 모두 금지된다. 반복 위반 시 게시판 접근을 영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실상 게시판에서 핵심 정보 교환이 전면 차단된 셈이다.

 

이처럼 게시판 내에서 사실상 핵심 정보 공유가 전면 차단되자 이용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약 이름과 병원, 의료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은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두쫀쿠’로 병원은 ‘베이커리’, 의사는 ‘제빵사’로 불린다. 이는 규제를 피해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형성된 일종의 암호 체계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당시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일명 성지에 대한 정보가 은어 혹은 초성으로 공유되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어진다. 과하게 규제할 경우 공개 게시판에서의 토론과 반론이 사라지게 되면 잘못된 복용법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유통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난다. 2022년부터 미국에서 낙태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abortion’이나 ‘misoprostol’ 같은 직접적인 단어 대신 ‘A-pills’, ‘camping’, ‘travel’ 등의 은유적 표현이 등장했다. 플랫폼의 자동 차단과 게시물 삭제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오랫동안 은어로 거래된 약물들이 있다. 사진은 헬스장에서 런닝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개적인 정보 교환이 어려워지면서 정확한 복용 순서나 임신 주수 제한 같은 핵심 정보 대신 개인 경험담 위주의 내용이 확산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복용법을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정품 여부가 불분명한 약물을 구매하기도 했다. 복용 주기와 용량이 중요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은어로만 소통하는 구조에서는 정확한 지침이 전달되지 않아 오남용과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나 아데랄과 같은 ADHD 치료제 역시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은어로 거래된 약물이다. 그간 불법 유통이나 오남용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플랫폼에서 직접 언급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약 이름 대신 ‘템(item)’, ‘캔디’, ‘소스(source)’ 같은 코드명이 사용됐으며 복용량 역시 ‘초보 코스’나 ‘루틴’ 같은 은어로 공유됐다.


직장인 박성은 씨(28·여)는 “마운자로나 위고비처럼 비만 주사제 같은 경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심각한 약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강하게 제재해버리면 이용자들이 어디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남용을 막겠다는 이유로 약물에 대한 정보 공유를 과하게 규제하면 잘못된 복용법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너무나도 강한 규제는 오히려 정보의 투명성을 떨어트릴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남용과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이용자들이 정보를 얻기 어렵게 되고 자연스럽게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접한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걸러지지 않고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규제의 강도와 범위에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 속 Q&A
Q1. 규제 강화로 인해 우려되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A. 보의 투명성이 사라지면서 전문가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가짜 정보나 잘못된 복용법이 유통될 수 있다. 또한, 비공식 경로를 통한 불법 유통 및 정품 여부가 불분명한 약물 거래로 인한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Q2. 비만치료제 시장의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A.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여 2028년에는 약 37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Q3. '두쫀쿠' 외에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다른 은어는 무엇인가?
A. 약 처방이 가능한 병원은 '베이커리', 처방해 주는 의사는 '제빵사'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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