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표 방산 기업이자 그룹 후계자인 김동관 대표이사가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향후 주가 전망을 놓고 내부 임원과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해 주식 거래에 나선 현직 임원 7명 중 5명이 보유 지분을 매도하며 ‘고점’ 오해를 일으키고 있는 반면 증권가는 목표가를 일제히 상향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현직 임원들과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충돌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임원은 파는데 증권사는 연일 장밋빛전망…엇갈린 시그널에 개미들 ‘우왕좌왕’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주식 거래를 진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 7명 중 5명이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매도 규모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에 달했다. 일례로 오계환 중동지역총괄 임원은 지난달 2일 보유 중이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 21주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매도가는 약 2000만원 가량이었다. 같은달 8일 이인희 준법지원실 법무1팀장 역시 48주를 주당가 102만3000원, 총 5000만원 가량에 매도했다.
같은 조직 내 임원 3명이 연달아 지분 매각에 나선 사례도 있엇다. 김용련 항공사업부 CTO 한국연구소 엔진개발센터 구조수명진동팀 담당임원은 지난달 15일 주식 80주를 129만4000원에 매도했다. 매도 총액은 약 1억원 가량이었다. 같은 조직에 속한 윤용상 한국연구소 엔진개발센터장 역시 지난 13일 117만원에 15주 매도하며 약 1800만원을 얻었다. 해당 조직의 수장인 윤삼손 항공사업부 CTO 한국연구소장은 지난달 26일 보유 주식(222주) 전량을 약 3억원에 매도했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기업 내부 사정에 가장 밝은 주요 임원진의 지분 매도는 시장에서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된다.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 굳이 현재 시점에서 전량 매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사업부서 임원들의 보유 주식 매도는 ‘악재’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외부의 평가는 내부 임원들의 매도 행렬과는 전혀 딴판이다. 낙관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으며 연일 목표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KB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35만원에서 162만원으로 올리며 ‘매수’ 의견을 내놨다. 같은달 22일 키움증권은 목표주가를 140만원서 165만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인 180만원을 제시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중동 지역에서 다양한 수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사우디, 스페인,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 다양한 국가와 조 단위 규모의 수주를 논의 중이다”며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논의 중인 수주 파이프라인 규모를 감안하면 올해 수주는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 K9, 레드백 등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유럽, 중동 등에서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해외 방산 매출 증가가 안정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목표주가 180만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임원은 ‘매도’를, 증권가는 ‘매수’를 외치는 상반된 상황이 연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보유한 한 소액주주는 “증권가에서는 역대급 실적이 나온다며 목표가를 높이고 있는데 정작 회사 속사정을 잘 아는 임원들이 주식을 다 팔고 떠나는 것을 보니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전망치를 믿고 계속 보유해야 할지, 임원들을 따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전문가들은 늘 ‘장기 우상향’을 말하지만 진짜 정보에 밝은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건 주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근거로 여길만한 사안이다”며 “이미 내부자들이 조용히 수익을 챙기고 빠져나간 것 같아 기존에 가졌던 주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리포트 결과도 중요하지만 임원의 주식 매도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부정적 시그널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리포트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분석값이라면 임원들의 매도는 현재 시점의 기업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판단 하에 내려지는 실질적인 결단이다”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임원진의 잇따른 지분 정리는 시장의 기대치와 내부의 온도 차를 보여주는 방증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중요한 리스크 관리 신호로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현재 회사에 특별한 내부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은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해부터 회사 주가가 크게 상승해 차익 실현 구간을 넘나드는 보습을 보였기 때문에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지분 처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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