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높은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채 떠돌이 생활을 전전했던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희망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는 등 공개적으로 다주택자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서울·수도권의 집값 상승 배경에 극심한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부동산 쇼핑족’이라 불리는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 하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못 박은 李대통령 “수백만 청년 피눈물 안 보이나”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하는 이 대통령의 SNS 발언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유예 연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등장한 게 계기가 됐다. 지난달 31일 이 대통령은 개인 SNS를 통해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으냐.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다. 정부 정책에 부당하게 저항해서 손해 보지 말고 양도세 중과 면제하는 이번 마지막 기회를 활용해 감세 혜택 누리며 팔라는 의미를 축약해서 ‘집 값 잡는 것이 계곡 정비나 주가 5000 달성보다는 쉽다’고 했더니 말 배우는 유치원생처럼 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분들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1일)에도 다주택자 규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부정적 논조의 기사를 겨냥해 “부동산 투기 때문에 나라 망하는 걸 보고도 왜 투기 편을 들까. 정론직필은 못하더라도 망국적 투기 두둔이나 정부 ‘억까(억지로 비난)’ 만큼은 자중해 주시면 좋겠다. 제도 속에서 하는 돈벌이를 비난할 건 아니지만 몇몇의 불로소득 돈벌이를 무제한 보호하려고 나라를 망치게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날(2일)에는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도,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도 이제 그만 하는 게 어떠하냐”라고 적었다.
3일에는 하룯 동안 무려 세 차례에 걸쳐 투기 근절 의지를 밝혔다. 오전에 올린 게시물에는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그 엄중한 내란조차 극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인데 이 명백한 부조리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느냐”고 적었다.
이어 올린 또 다른 게시물에는 최근 강남 부동산 매물이 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늘었다는 내용의 기사와 함께 “효과가 없다거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엉터리 보도’도 많던데 그런 허위보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적힌 게시물을 또 한 차례 공개했다.
다주택자 압박 강도 높이는 李대통령 행보에 무주택 서민들 반색 “내 집 희망 생긴다”
사실상 ‘투기와의 전쟁 선포’나 다름없는 이 대통령의 SNS 발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부정 보단 긍정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특히 집값 폭등에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수도권 거주 국민들의 반응이 유독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을 노리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매수한 사람들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이 극심해졌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의해 집값이 상승했다는 이유를 들어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면 내 집 마련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충선 씨(43·남·가명)는 “서울에 집은 많은데 정작 주변을 보면 내 집 가진 사람이 드문 편이다”며 “그럼에도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몇 채씩 집을 가지고 원하는 만큼 오를 때까지 팔지 않는다는 소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돈은 벌려고 집을 사는 사람들 때문에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다”며 “요즘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향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성토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유정 씨(37·여)는 “서울에 이렇게 빽빽하게 집이 많은데 왜 이렇게 집 없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예전에 한창 갭투자니, 임장이니 하면서 너도 나도 부동산을 몇 채씩 사들이는 게 유행이었는데 아마 그런 것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이 수월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다는 점은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비정상은 강력하게 조치를 해서라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래야 우리 같은 무주택자들도 희망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역설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서울 서초구 소재 H부동산 관계자는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돈이 생기면 무조건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그 분들이 남에 집에서 거주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 압박에 호응하는 여론이 높은 게 당연하다고 보고 아마 대통령도 뜻을 꺾지 않을 것 같다”며 “당장 서물만 보더라도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다주택자 때문이고 그들 전부를 합쳐도 무주택자 보다 적은데 정치적인 계산이 들어간다 해도 지금 방향이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주장은 통계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입증됐다. 서울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서울 가구수는 약 410만 가구다. 주택 수는 약 390만호로 가구수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만약 한 가구 당 한 주택만 보유한다면 최소 10가구 중 9가구(주택보급률 93.9%)는 충분히 자가 거주가 수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24년 11월 기준 서울 거주자의 주택 소유율은 48.1%에 불과하다. 10가구 중 절반 이상이 셋방살이 중이라는 의미다. 1인 가구 증가와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다주택자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과 규제 강화는 무주택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으며 여론 조사 시 찬성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실제 수요자인 무주택자들이 그 매물을 받아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무주택 청년이나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나 금리 지원 등의 후속 금융 조치가 병행돼야만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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